J&J 톱라인 결과 발표 의미…유한양행 ‘렉라자’, 타그리소 제친다

김새미 기자I 2025.01.09 13:51:11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유한양행(000100)의 파트너사 존슨앤드존슨(J&J)가 이례적으로 ‘렉라자’(해외 제품명 라즈클루즈)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경쟁약 ‘타그리소’ 대비 전체생존기간(OS)에서 우위를 보였다면서 OS 중앙값(mOS)이 1년 이상 연장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J&J가 학회 발표 전에 비교적 구체적인 임상 3상 톱라인 결과를 공개하자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글로벌 상용화 성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J&J “렉라자+리그리반트, 타그리소 대비 mOS 1년 이상 개선”

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J&J는 지난 7일(현지시각) 절제 불가능한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 ‘렉라자’(해외 제품명 라즈클루즈)와 ‘리브리반트’의 병용 임상 3상(MARIPOSA·마리포사)의 톱라인 결과를 발표했다.

J&J는 해당 병용요법의 OS가 몇 개월인지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며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을 보였다”고 했다. 이와 함께 mOS이 현재 표준치료제인 ‘타그리소’ 대비 1년 이상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타그리소의 mOS가 37개월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렉라자+리브리반트의 mOS는 50개월 수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존슨앤드존슨은 지난 7일(현지시각)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 임상 3상의 톱라인 결과 OS중앙값(mOS)가 표준치료법 대비 1년 이상 개선됐을 것으로 예상했다. (자료=존슨앤드존슨 홈페이지 갈무리)
OS는 치료 시작 이후 환자 생명을 얼마나 연장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지표이다. 기대 수명 연장은 치료의 영향을 나타내는 가장 의미 있는 지표라는 게 J&J 측 설명이다. J&J 혁신 의학 종양학 글로벌 치료 분야 책임자인 유스리 엘사예드(Yusri Elsayed) 박사는 “5년 이상 생존자가 20%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OS 중앙값을 1년 이상 연장하는 것은 환자들에게 큰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J&J가 마리포사 임상의 세부적인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할 무대는 오는 5월 말 열리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주에 열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선 J&J가 렉라자+리브리반트의 상업적 가치를 대대적으로 알릴 전망이다. J&J는 지난해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으로 2027년 50억달러(약 7조2800억원)의 연매출을 거둘 것으로 기대한 바 있다.

특히 이번에 J&J가 이례적으로 일부 데이터를 공개하며 긍정적인 결과를 암시하면서 마리포사 임상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J&J가 보통 학회에서 공개할 만한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이례적으로 발표한 것 같다”며 “조금이나마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한 것은 그만큼 임상 데이터가 좋았기 때문 아니겠나”라고 언급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임상 톱라인 결과를 발표할 때 사용하는 가장 좋은 표현은 ‘통계적으로 유의하며,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이라며 “이는 곧 상업화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국산 신약을 도입한 다국적 제약사가 이런 표현을 쓴 것은 이번이 최초”라고 강조했다.

◇올해부터 글로벌 시장서 타그리소와 진검 승부

올해부터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글로벌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치료제 시장에서 경쟁약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와 겨루게 된다. 유진투자증권은 타그리소의 지난해 매출은 68억달러(약 9조9000억원) 규모일 것으로 추정했다. J&J는 렉라자+리브리반트의 우수한 약효를 기반으로 글로벌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가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타그리소와 동등한 수준으로 권고하는 개정안을 발표한 것도 글로벌 시장 진입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NCCN은 지난달 비소세포폐암 치료과정 중 EGFR 변이 발견 시 치료법에 대해 기존 타그리소 선호(Preferred) 문구를 제거하고 렉라자와 리브리반트를 동등한 수준으로 권장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치료제 시장에서 확고한 타그리소의 입지를 감안해 국내외 투자자들은 병용요법의 상업적 가치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매우 높았다”면서도 “이번 마리포사 임상 결과를 근거로 J&J가 관련 시장에 무난히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유럽 지역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지난달 31일 유럽에서도 승인 받으면서 진출 지역이 확장됐다. 이에 따라 유한양행은 J&J 자회사 이노베이티브 메디슨(구 얀센)으로부터 3000만달러(440억원) 규모의 마일스톤을 수령하고 유럽 매출의 10% 가량을 판매 로열티로 받는다.

J&J는 중국과 일본에도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이며, 올 상반기에 허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에서 이미 승인을 받은 만큼, 아시아 지역 승인도 무난하게 획득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경구제(먹는 약)인 렉라자와 병용 투여하는 리브리반트 피하주사(SC) 제형의 FDA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SC 제형은 정맥주사(IV) 제형 투약이 5~6시간 걸리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됐다. 리브리반트 SC가 승인되면 환자와 의료진의 투약 편의성이 높아지면서 상업적 가치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리브리반트 SC는 지난달 17일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으면서 승인 예상 시점이 다소 지연됐다. 다행히 효능·안전성 데이터와는 무관한 CRL이기 때문에 승인 여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잘 키운 신약 덕에 유한양행 실적도 ‘쑥’

잘 키운 신약 덕에 유한양행의 실적도 고공행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한양행은 이미 지난해 3분기 말 역대 최고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유한양행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3분기 매출은 58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8% 늘고 영업이익은 545억원으로 무려 690.6% 급증했다. 당기순이익도 29.5% 증가한 237억원으로 집계됐다.

렉라자 (사진=유한양행)
증권가에선 유한양행이 지난해 매출 2조730억원, 연간 영업이익만 988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1.5%, 73.9%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쉽게도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000억원은 넘지 못했지만 올해에는 매출이 2조2747억원, 영업이익 1622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매출 2조4317억원, 영업이익 232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률이 2023년 3.1%에서 2024년 4.8%→2025년 7.1%→2026년 9.6%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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