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배민’ 라이더 한달 수입, 대졸자 월급보다 많다고?[중국나라]

이명철 기자I 2024.09.21 14:05:34

中 메이투안 연구소, 배달원 구성·수입 등 데이터 공개해
작년 745만여명이 15조원 벌어, 1선도시 월수입 201만원
블루칼라 직종 당당히 소득 3위, 처우 둘러싼 논쟁 일기도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에서는 다양한 음식은 물론 얼음컵 하나, 종이컵 한묶음까지 편리하게 배달로 받는 문화가 퍼져있다. 배달비가 한국보다 비교적 저렴한 편이어서 큰 부담 없이 이용하는 편이다.

중국에는 여러 개의 배달 앱이 있는데 한국의 ‘배달의민족’ 격인 메이투안에는 수백만명의 배달원(라이더)이 활동하고 있다. 최근 메이투안에서 이들에 대한 조사 자료가 나와 눈길을 끈다.

중국 베이징에서 배달 플랫폼 메이투안 소속 배달원이 배달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AFP)


20일 중국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메이투안의 최고경영자(CEO)인 왕싱은 지난 중추절 연휴에 내부 직원들에게 서한을 보냈다. 서한에는 지난해 메이투안 플랫폼에서 745만여명의 배달원이 총 800억위안(약 15조1000억원) 수입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에서는 메이투안과 어러머가 대표 배달 앱으로 꼽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이들 플랫폼이 총 1100만명의 배달원을 고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곳의 플랫폼에서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임시직이 있어 어러머의 구체적 숫자를 알 수는 없지만 일단 표면상으로는 메이투안이 최대 규모 배달원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745만명이 약 15조원을 벌었으니 1인당으로는 한해에 평균 201만원 정도를 받은 셈이다. 그렇다면 배달원들의 월급 수준은 얼마나 될까? 메이투안 연구소는 이와 관련해 배달원 주문과 수입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45만명의 배달원 중 연간 260일 이상 주문을 받는 고빈도는 전체 11%인 82만여명이다. 연간 30일에서 260일까지 주문을 받는 저빈도는 41% 정도다. 나머지 약 48%는 연간 주문을 받는 일수가 30일 이하인 아마추어 배달원들이다.

연구소는 배달원이 1년에 260일 이상, 하루에 6시간 이상 주문을 받는다면 올해 6월을 기준으로 했을 때 1선도시(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일 경우 월수입이 7354위안(약 139만원), 3선도시 이하는 5556위안(약 105만원) 이상을 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6월 발간된 중국의 2024년판 취업 청서를 보면 지난해 학부 졸업생의 졸업 후 6개월간 월평균 소득은 6050위안(약 115만원)으로 집계됐다.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고 배달원 활동만 하더라도 어지간한 대졸자 초봉 이상을 벌 수 있는 셈이다.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 앞에서 배달원들이 휴식을 취하며 대기 중이다. (사진=AFP)


메이투안은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형태가 아니라 임시직 형태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로부터 보장받는 복지 수준은 낮을 수 있지만 돈을 더 벌기도 한다. 메이투안 배달원 임시직에는 러파오와 창파오가 있는데 러파오는 주로 장거리, 창파오는 단거리 배송을 맡게 된다.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일하는 창파오와 달리 러파오는 근무 시간이 많고 주문도 먼저 배정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입도 더 많은 편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6월 기준 1선도시에서 러파오의 1만1014위안(약 208만원)으로 창파오 평균(7354위안)을 크게 웃돌았다. 한달에 200만원 이상 소득은 중국 1선도시에서도 낮지 않은 수준이다.

3선도시 이하 지역에서도 러파오 월 소득은 7197위안(약 136만원)으로 창파오 평균(5556위안)을 웃돌았다.

높은 소득 수준에 힘입어 중국에서 배달원은 이미 주요 직업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신고용형태연구센터가 발표한 지난해 중국 블루칼라 그룹 고용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블루칼라 직군에서 월 소득이 많은 직업은 산후조리원 도우미(8824위안), 화물차 운전사(7641위안), 배달원(6803위안) 순이었다.

지난달 12일 중국 항저우의 한 아파트 앞에서 한 남성(노란색 자켓)이 무릎을 꿇고 있다. 중국 현지 소셜미디어에 따르면 배달원인 이 남성은 화단을 망쳤다는 이유로 경비원 앞에서 용서를 구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바이두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중국의 배달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를 둘러싼 사회 문제와 논의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는 한 배달원이 아파트 앞에서 넘어져 화단을 망치자 경비원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 무릎을 꿇는 영상이 공개됐는데 수많은 동료들이 항의하는 사건이 벌어진 바 있다. 이후 중국에서는 배달원의 처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다.

배달 플랫폼 차원에서도 배달원들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중국 경제 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메이투안은 배달원들에게 더 많은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배달원 친화적인 커뮤니티’에 가입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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