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ECB(유럽중앙은행)가 기준금리를 6년래 최고 수준으로 인상한데 이어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주요 경제국들의 금리인상이 예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에서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세계 증시가 동반 약세를 보였다.
보통 증시와 채권은 반대로 움직여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채권 수익률 상승) 증시는 오르기 마련이지만 `금리인상`이라는 공통의 악재로 움직이는 만큼 증시도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글로벌 인수합병(M&A) 붐의 원동력이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채권 수익률 급등은 신용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역시 증시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일부 기업들은 금리인상을 염두에 두고 회사채 발행을 서두르고 있으며 주요 채무국들은 이자부담 급증을 우려, 시장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긴축 파장은 실물경제로 파급되는 모습이다.
◇채권 활황장은 끝났다..5%돌파 `상징적`
이에 따라 장단기 국채 스프레드는 더욱 확대됐고 채권 수익률의 기간구조를 나타내주는 수익률 곡선은 가팔라졌다.
유럽 지역의 국채 수익률도 올랐다. 10년 만기 독일 국채 수익률은 4년반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영국 국채 10년물은 9년래 최고까지 상승했다. 8일 일본 국채 10년물은 6bp 뛰어 10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1년반 동안 장기 국채는 단기채 수익률을 밑돌았으나 최근 한달동안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장기 국채 수익률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단기물 수익률을 앞질렀고 그 격차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각국 국채 수익률이 급등한 것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계속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지난 6일 유럽중앙은행(ECB)는 금리를 4% 올렸다. 지난 2001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ECB가 올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영란은행(BOE)은 전일 기준금리를 5.5%로 유지했지만 7월이나 8월에는 인상론에 무게가 실려있다. 미국 연준도 금리인하 보다는 인상으로 기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같은 시각이 확산되면서 뉴욕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밖에도 미국의 경우 모기지 담보 증권 포트폴리오를 헤지하기 위해 국채를 매도하고 있는데다 각국 중앙은행의 투자다변화까지 겹치면서 수익률 하락 압력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연준 기준금리 넘어설 듯..연말 5.4% 전망도
애널리스트들은 당분간 국채에 대한 매도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익률 5% 돌파가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데다 기술적으로 미국 국채 수익률이 20년동안 이어온 하락 추세선을 거슬렀기 때문에 추가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다.
조만간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기준 금리인 연방기금 금리 5.25%를 따라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밀러 태벅의 수석 채권 전략가인 토니 크레센치는 현재 금리사이클이 이어지는 한 벤치마크 국채 수익률은 연방기금 금리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RBC 캐피탈 마켓츠의 T.J 마타 채권 스트래티지스트는 올해 추가 금리인상과 해외 투자자들의 미국 국채 수요 감소로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이 연말 5.4%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M&A 붐 꺼질까..증시에 먹구름
이처럼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결국 증시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익률을 끌어올린 주요 요인인 금리인상 가능성은 증시에도 악재기 때문이다.
스털링 스태모스의 마이클 캐스트너 펀드매니저는 "채권 수익률이 시사하는 바는 증시에도 반영된다"며 "금리인하 기대감은 사라졌고 만약 채권 수익률이 올해 금리인상을 암시한다면 결국 증시에는 상당히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밸론 파트너스의 피터 카딜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증시는 주저없이 올랐지만 이제 투자자들은 고유가, 연준의 인플레이션 경고, 채권 수익률 급등과 같은 부정적인 면을 보기 시작했다"며 "최근 하락은 앞으로 나타날 4~6% 조정의 시작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돈을 빌려주기 바빴던 신용시장이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바이아웃 시장도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역시 증시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요인이다. 올들어 미국 증시를 사상 최고치로 이끌었던 주요 요인이 M&A였기 때문.
캐스트너는 "아직 자금조달 비용은 매력적인 수준"이라며 "금리가 오르면서 바이아웃 시장에 자금줄이 끊겼던 지난 1989년 보다는 아직은 나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채권 수익률이 올라가면서 M&A 둔화에 따른 증시 영향도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8일 숏뷰 칼럼에서 금리인상 우려감 보다도 증시 버팀목이 됐던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이 증시에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지적했다. 채권 수익률을 역사적인 기준으로 보면 그다지 높은 수준이 아니지만 갑작스럽게 오르면서 증시로의 자금유입을 차단, 증시 활황장에도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