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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기성세대의 조화…전통시장 살리는 돌파구 되나

김세연 기자I 2025.01.29 10:05:03

전통시장 체감 경기 지수 최근 3년간 80 하회
청년 상인 유입·소비층 확대 등 활성화 방안으로 거론
프리미엄 고기·비건만두로 젊은 층 사로잡은 청년상인 등 우수사례
전통시장의 기존 정취는 유지…기성·청년 상인 조화 필요

[이데일리 김세연 기자] 전통시장 체감경기가 악화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젊은 층의 수요를 잡고 청년 상인의 젊은 감각을 더하는 것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9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에 따르면 지난달 전통시장 체감 경기 지수(BSI)는 49.7로 전월 대비 13.5포인트 하락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계엄 등 정치적 요인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최근 3년간 전통시장 경기 지수는 계속해서 80 아래를 밑돌았다. 지수 100 이상은 경기 호전, 100 미만은 경기 악화를 의미하는데 전통시장 경기가 계속해서 ‘나쁨’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통시장 체감경기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지만 서울 광장시장, 무주 반딧불시장,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등 시장을 넘어 관광지 역할을 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청년층의 유입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KB국민카드가 전국 전통시장 가맹점 8만 9000곳에서 발생한 빅데이터 5700만건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2023년 전통시장을 찾은 소비자 중 18%는 지난 4년간 전통시장을 찾지 않은 신규 소비자였는데 이중 20대 비율이 26%로 1위였다.

설 연휴를 앞두고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가 열린 23일 충북 청주시 육거리종합시장이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실제 전통시장 안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청년 상인도 젊은 층을 공략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었다.

지유정 대전역고기 대표(33)는 “기존에 고기를 사러 오셨던 고객도 이제는 자녀가 대신 사준다는 경우도 있다”며 “게다가 요즘은 비싸더라도 조금씩 맛있는 걸 사서 먹겠다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느낀다”며 판매 방식을 바꾸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가족에게 쓰는 돈은 안 아낀다는 인식과 젊은 층의 개인화 소비 경향이 영향을 끼친 셈이다.

지 대표는 2019년 아버지가 하던 정육점을 물려받은 후 저가의 수입고기를 많이 취급하던 방식을 벗어나 소포장의 고가 제품군을 확대했다. 임신 8개월 차인 지 대표는 출산 이후 온라인 판로를 더 확대하고 고기가 들어간 육개장, 곰국 등의 가정 간편식 상품 출시 계획도 세워뒀다.

지 대표의 방식은 젊은 층을 공략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운영 방식의 혁신을 가져왔다는 측면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청주 육거리 전통시장에서 만두가게를 운영하는 이지은 육거리소문난만두 대표(38)도 비건 만두, 제로 설탕 만두 등을 개발해 젊은 층의 관심을 사로잡고 설비 자동화로 생산량을 확대했다. 온라인 판로는 물론 미국 등으로 해외 수출까지 시작한 상황이다. 기존 전통시장 상인들의 정취와 노하우에 지 대표, 이 대표와 같은 청년 상인의 젊은 감각이 더해져야 전통시장에도 혁신을 불러올 수 있다는 신호다.

전통시장이 소비자에게 정겨운 소비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전통시장이 지닌 큰 장점이다. 이 대표도 이런 장점을 인지해 ‘만두 체험 매장’을 만들어 소비자 경험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지 대표도 온라인 판로 확대 계획을 세우고는 있지만 여전히 전통시장 현장 매출이 더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가업을 물려준 지 대표 아버지도 매장에서 함께 오래된 단골과 소통하며 전통시장 정취를 더하고 있다. 기성 상인과 청년 상인이 모이면 전통시장의 본래 장점도 유지하고 유통 업체에 대적할만한 기업가형 소상공인도 탄생할 수 있는 셈이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전통시장으로 청년 상인을 유인하기 위해 청년상인 점포를 모아 청년 점포가 60%인 곳만 시장 단위로 지원하던 ‘청년몰’ 사업을 올해부터 개별 청년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한 명의 청년 상인이라도 더 들어와서 좋은 성과를 내고 그 점포를 중심으로 전통시장 유입 인구 자체가 늘어나면 전체 전통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의도에서다.

중기부 관계자는 “시장에서 만두를 빚어서 팔던 육거리소문난만두는 이제 기업형 소상공인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수출까지 연계했다”며 “이처럼 잘 되는 가게가 생기면 그 가게로 사람이 몰리게 되고 전통시장 환경이나 분위기를 바꾸는 게 기여한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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