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믿었던 너마저'..남양유업, 커피사업 '골머리'

함정선 기자I 2015.11.22 11:47:44

상표 소송서 패소..스틱원두 '루카' 이름 바꿔야
비용 증가 우려..실적 회복에 '찬물'
커피믹스 점유율 제자리, 컵커피도 주춤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남양유업(003920)이 커피 사업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한때 정체된 우유와 분유 사업을 대신할 ‘희망’이었던 커피 사업이 예상치 못한 악재와 경쟁력 약화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루카스나인 다크 아메리카노(사진=남양유업)
먼저 남양유업은 3년된 원두스틱 브랜드 ‘루카’의 새 이름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커피전문점 ‘카페루카’와 벌인 상표 등록 무효소송에서 법원이 카페루카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남양유업은 더이상 루카라는 이름을 쓸 수 없게 됐다. 그동안 루카에 쏟아부은 마케팅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상황이다.

현재 남양유업은 루카의 이름을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다시 마케팅에 나서려면 비용이 걱정이다.

남양유업은 2013년 ‘갑질 논란’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며 실적 부진에 시달려왔다. 마케팅비를 줄이는 등 비용 통제, 분유 매출 회복 등으로 올해 간신히 실적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가 했는데 스틱원두 때문에 예상치 못할 돈을 쓸 상황이 됐다.

게다가 루카는 스틱원두 시장에서 동서식품에 밀려 큰 성과를 내지 못해왔다. AC닐슨에 따르면 스틱원두 시장은 동서식품의 ‘카누’가 시장점유율 84%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남양유업의 루카 점유율은 4%에 그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스틱원두 사업을 아예 접을 수도 없다. 사람들의 입맛이 다양해지며 스틱원두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이 커피 부문에서 총력을 다했던 커피믹스 사업도 힘이 빠진 상태다. 올 초까지만 해도 커피믹스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다시 키울 계획이었지만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지 못했다. 우유 공급 과잉 등 유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은 탓이다.

이 때문에 시장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며 동서식품 ‘맥심’에 대항했던 남양유업 ‘프렌치카페’의 시장점유율은 올 초 9%까지 떨어졌다 지금은 10%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최근 커피믹스의 당 함량을 기존 대비 25% 줄인 신제품을 출시하며 커피믹스 사업을 다시 키우기 위해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쉽
남양유업의 당을 줄인 커피믹스 제품
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경쟁사인 동서식품이 설탕을 기존 대비 3분의 1로 줄이고 벌꿀, 자일리톨 등을 넣은 맥심 커피를 출시한 이후이기 때문이다.

최근 커피 시장의 ‘루키’로 떠오른 컵커피 시장에서도 남양유업의 시장점유율은 낮아지고 있다. 남양유업의 컵커피 ‘프렌치카페’ 점유율은 2013년 32% 수준에서 올 상반기 22%까지 떨어졌다. 용량을 키운 대용량 컵커피의 판매가 늘어나며 기존 컵커피의 판매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도 대용량 컵커피 ‘카와’를 내놓고 있지만, 매일유업의 ‘바리스타’에 1위 자리를 내주고 큰 힘을 쓰지는 못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커피 시장은 믹스커피 빼고는 대부분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이 때문에 경쟁이 치열해 공격적인 마케팅 없이는 쉽지 않은 시장”이라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