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방장관 회담 개최' 美제안 거부…대화무드 냉각되나

김겨레 기자I 2023.05.30 09:32:07

美, 中에 샹그릴라 대화서 국방장관회담 개최 요청
中, 공식 '거절' 통보…"이례적으로 직설적인 메시지"

[홍콩=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중국이 다음 달 초 싱가포르에서 국방장관 회담을 개최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거부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사진=AFP)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미국이 다음 달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리상푸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 간의 회담을 제안했으나 중국이 전날 거절을 공식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중국이 이번 주 싱가포르에서 오스틴 장관과 리 부장의 만남을 요청한 우리의 제안을 거절한다고 알려왔다”며 “국방부는 (양국 간) 경쟁이 갈등으로 치닫지 않도록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에 군사 소통 라인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굳게 믿는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이달 초 중국에 싱가포르에서의 만남을 제안했으나, 중국은 거부 의사를 지속 밝혀왔다. 이에 미국은 오스틴 장관이 리 부장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는 등 수차례 설득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 래트너 미 국무부 인도·태평양안보 담당 차관보는 지난 25일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행사에서 “우리는 전화 통화, 대화, 회의 등을 제안했지만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리상푸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 (사진=AFP)


중국의 국방장관 회담 거부로 최근 고위급 접촉을 늘려온 미·중 간 대화 분위기가 다시 냉각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2월 미국의 정찰 풍선 격추 이후 사실상 고위급 대화를 중단했다가 최근에서야 복원을 시도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은 이달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 등과 각각 만났다. WSJ는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이 군사보다 경제 분야에서 (미국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고 여기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통상 관련 대화를 우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리 부장에 대한 제재가 이번 회담 성사에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중국이 2018년 러시아 전투기를 구매해 대러 제재를 위반했다며 당시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장비발전부장이었던 리 국방부장을 제재했다. 리 부장은 미국 비자 발급과 금융시스템 이용, 미국 관할권 내 자산 보유 등이 금지됐다. 이번 국방 장관 회담이 성사되며 미국이 리 부장에 대한 제재를 풀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지만, 미 정부 내부적으로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과거 회담이 (샹그릴라 대화) 몇 시간 전에 막판 성사됐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중국의 거절 통보는 이례적으로 직설적인 메시지”라며 “미·중 간 임시적인 화해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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