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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크게 둔화한 물가지표가 나오면서 투심이 살아났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4% 하락했다. 월간 기준으로 소비자물가가 하락한 것은 약 6년 만으로, 시장 예상치인 0.2% 하락보다 낙폭이 컸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도 3.5%로 시장 전망치인 3.8%를 밑돌았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전월 대비 보합, 전년 대비 2.6% 상승에 그치면서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완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물가 지표는 중동 사태로 다시 고개를 들었던 인플레이션 우려를 상당 부분 완화시켰다. 특히 이란과의 무력 충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연준이 이달 금리를 다시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지만, 이날 발표된 CPI는 시장의 긴장감을 크게 낮추는 역할을 했다.
금리 전망도 즉각 바뀌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전날 42%에서 이날 17%로 급락했다. 이에 따라 단기 국채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국채금리도 하락했다. 다만 시장은 9월 회의에서는 여전히 기준금리가 0.25~0.50%포인트 인상될 가능성을 63%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어 연내 추가 긴축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월가에서는 이번 CPI가 연준에 시간을 벌어줬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인 핌코(Pimco)의 티파니 와일딩 이코노미스트는 “예상보다 낮은 CPI는 시장에 큰 안도감을 줬다”며 “이번 보고서는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사실상 논의 대상에서 제외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연준은 앞으로 발표되는 경제지표를 계속 면밀히 지켜볼 것이며, 이번 CPI는 하반기 인플레이션 둔화 전망을 확인해주는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에드워드존스의 브라이언 테리언 전략가는 “워시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반드시 잡겠다는 연준의 신뢰성을 다시 확인시켰지만, 추가 경제지표가 나오기 전에 특정 정책 방향을 미리 약속하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케이 헤이그도 “이번 CPI는 연준이 당장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압박을 줄여줬지만,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연내 금리를 동결할 수 있는 여지는 이전보다 좁아졌다”고 진단했다. 이토로(eToro)의 브렛 켄웰 투자전략가는 “이번 물가 보고서는 시장에 숨 쉴 시간을 준 것이지 모든 위험이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인플레이션은 둔화됐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이날 의회 증언에서도 매파적 기조를 유지했다. 그는 “연준 위원들은 지속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 5년간 미국을 괴롭혔던 인플레이션 급등은 과거의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시 의장은 최근 들어 물가 안정이 연준의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며 필요하다면 추가 긴축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증시에서는 반도체주가 강한 반등을 주도했다. 전날 중동 긴장과 유가 급등으로 큰 폭 하락했던 반도체 업종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반에크 반도체 ETF(SMH)는 2.5% 상승했다. 램리서치(4.9%)와 마이크론(4.9%)은 각각 5%가량 올랐고,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3.5%)와 테라다인(3.6%)은 3% 이상 상승했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도 2.4% 뛰며 기술주 전반의 투자심리를 개선시켰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2분기 실적 시즌도 증시에 힘을 보탰다. 골드만삭스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6.9% 급등했다. JP모건체이스(2.5%)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1.8%)도 양호한 실적을 내놓으며 각각 상승했다. 반면 IBM은 소프트웨어와 인프라 사업 부문의 수요 부진으로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주가가 25.2% 급락해 다우지수의 상승을 제한했다.
국제유가는 장중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지만 강세를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20%의 통행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철회하면서 유가는 한때 상승폭을 줄였다. 그러나 미국이 이날 이란에 대한 추가 공습을 단행하면서 지정학적 긴장이 이어지자 유가는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4.73달러로 전장 대비 1.7%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종가는 배럴당 79.34달러로 전장 대비 1.5%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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