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에도 비싼 쌀값…양곡법 앞두고 재배면적 감축 ‘빨간불’

김은비 기자I 2025.11.25 05:13:00

산지쌀값, 햅쌀 출하에도 하락세 멈춰
1년 전과 비교하면 25% 급등
쌀 13만t 과잉인데도 정부 시장격리로 지지
양곡법까지 시행되면 재배면적 감축 '난항'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내년 8월 쌀값 가격 하락에 대한 정부의 책임 강화를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쌀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쌀 재배면적 감축’에도 비상이 걸렸다.

쌀 재배면적 감축은 쌀 대신 타 작물 전환을 유도, 남는 쌀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양곡법의 순탄한 시행을 위한 필수 과제로 손꼽힌다. 그러나 올해도 쌀이 13만톤(t) 과잉 생산됐음에도 정부의 수급 관리 실패에 쌀값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쌀 재배면적 감축 정책에 힘이 실리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상품을 고르고 있다.
24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산지쌀값은 20kg에 5만 6998원으로, 직전 집계일인 5일(5만 6954원)보다 0.1% 상승했다. 1년 전(4만 5718원)과 비교하면 24.6% 높다. 통상 수확기 산지 쌀값은 첫 집계일인(10월 5일) 정점을 찍고 햅쌀이 시장에 풀리며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오히려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올해 쌀 생산량은 353만 9000t으로, 13만t이 과잉 생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이처럼 높은 가격인 이유는 정부의 시장격리 조치가 수급 불군형을 불러온 탓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정부는 지난달 수확기 대책을 통해 올해 과잉 생산 물량 중 10만t을 시장격리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제외하면 시장에 과잉 물량이 3만t 풀려야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초과 물량보다 더 많은 양을 격리하는 바람에 이월 재고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생산량이 일부 줄어들 가능성까지 고려한 시장에서는 ‘올해 역시 쌀이 부족할 수 있다’는 인식이 쌀 가격 상승을 자극하는 모습이다.

특히 문제는 지금의 쌀값 강세가 정부의 쌀 재배면적 감축 정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양곡법 개정안을 통과하며 쌀 재배면적을 줄여 재정지출 역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타 작물 전환을 유도하는 ‘전략작물직불제’ 확대 등을 추진 중이다. 초과 생산 자체를 줄이는 방식이지만, 쌀값이 높을 경우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농가 입장에서는 쌀값이 높으면 타 작물로 전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쌀의 경우 다른 작물에 비해 기계화율이 높아 재배하기 수월하고 수익성 역시 월등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양곡법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쌀 재배면적 감축 정책은 더 힘이 빠질 가능성이 크다. 쌀이 과잉 생산돼 가격이 하락해도 정부가 시장격리 등으로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서다.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양곡법 개정안이 기존안보다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부작용은 생길 수 있다”며 “쌀값도 재배면적 감축에 영향을 미칠수 있어서 정부에서 공급 관리를 면밀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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