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거긴 찌찌 말아주세요” 이재명 저격한 방글라 유튜브

홍수현 기자I 2025.01.18 12:56:38

한국인 상대로 영업...인기 얻은 ‘팀 아짐키야’
최근 이재명 ‘형수 욕설’ 암시 조롱 영상 올려
“대한민국 수호자네” 등 보수층 댓글 골라 ‘하트’
‘제작 의뢰’ 홈페이지 보니...한국인 사업자가 운영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후원액만큼 한글 메시지를 어색한 한국어로 우스꽝스럽게 읽어주는 콘텐츠로 유명세를 얻은 방글라데시 유튜브 채널 ‘팀 아짐키야’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저격 논란에 휩싸였다.

방글라데시인들이 들고 있는 팻말에 도련님! 거기는 찌찌(찢지) 말아주세요’ 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사진=유튜브 ‘팀 아짐키야’ 캡처)
팀 아짐키야는 지난 14일 ‘도련님 거기는 안되욧’이라는 1분 10초짜리 영상이 올렸다. 영상에서 방글라데시인들은 다른 영상들에서처럼 상의를 탈의한 채 숲속에서 한글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춤을 췄다.

이들은 ‘도련님! 거기는 찌찌 말아주세요’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문구를 반복해 합창했다. 문구 중 ‘찌찌’는 ‘찢지’를 일부러 틀리게 적은 것으로 보인다. 이 문장은 일부 보수 성향 누리꾼들 사이에서 이 대표의 ‘형수 욕설 논란’을 희화화한 조롱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팀 아짐키야의 이번 영상에서는 이 대표 겨냥 문구를 가사화한 트로트풍 노래가 흘러나온다. 화면 한구석에는 이 대표의 열성 지지자들이 이 대표를 ‘모에화’(특정 대상을 귀엽게 표현하는 것)하는 동물인 친칠라 캐릭터도 등장한다.

이 영상은 ‘팀 아짐키야’가 최근 한 달간 올린 영상 가운데 사회복무요원 부실 복무 논란이 인 그룹 위너 멤버 송민호를 비판한 것으로 추정되는 ‘민호야 땅콩 떼자’ 다음으로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업로드 사흘 만에 조회수 10만건을 넘어섰고, 20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 대다수는 이 대표에 비판적인 보수층 누리꾼들이 단것으로 추정된다. “이 형들이 한국 4050보다 더 깨어 있다”, “당신들은 아주 위험하다. 드럼통을 주의하시라”, “누가 후원해 줬나. 추천 박고 간다” 등 댓글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팀 아짐키야’는 영상 아래 최상단에 고정 댓글로 “아무도 의뢰한 것이 아니다. 그냥 저희 틱톡 영상의 댓글을 가져와서 여기에 업로드하기 위해 영상을 만들고 있다.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시라”고 적었다. 이어 “여기에서 아무도 이름을(누구의 이름도) 사용하지 않았고, 우리는 항상 재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팀 아짐키야는 정치인이 아니라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그룹이다”라고 덧붙였다.

팻말에 적히는 글자 수와 영상 길이만큼의 돈을 받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팀 아짐키야는 다른 영상에는 이같은 댓글을 남기지 않아 왔다. 그러나 이번 영상 아래에는 ‘10~13 글자 영상 70초 51만8000원’ 등 광고문구를 버젓이 노출하고 있어 ‘순수한 풍자’라는 이들의 주장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팀 아짐키야’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도련님 거기는 안되욧’ 영상 아래에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시라. 여기에서 아무도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설명을 고정 댓글로 달았다. 그 위로 글자 수와 영상 길이당 콘텐츠 제작 요금이 적힌 광고가 보인다. (사진=유튜브 채널 ‘팀 아짐키야’ 캡처)
‘팀 아짐키야’는 여러 댓글에 ‘좋아요’를 뜻하는 ‘하트’를 남겼는데 방글라데시인인 출연자들이 직접 댓글을 선택했다고 보기에는 의아한 구석도 있다. 이들은 “이 사람들 애국보수였네”, “아짐키야도 우리랑 한 몸이다. 적극 지지하자”, “전생에 6·25 참전 용사들이었나. 대한민국 수호자네”, “어떻게 된 게 한국인들보다 외국인이 더 한국을 지켜주려고 하는 거지” 등 정치적으로 보수색을 띤 댓글들에 한국어의 뉘앙스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하트’를 남겼다.

‘팀 아짐키야’는 이전에도 특정 유명인을 조롱·비판하는 영상을 여러 차례 제작해 올린 바 있다. 최근 대한축구협회 회장 4연임에 도전해 축구계 안팎에서 비판을 받는 정몽규 회장, 혼외자 논란에 이어 사생활 문제로 구설수에 오른 배우 정우성, 하이브의 증시 상장 당시 사모펀드(PEF)로부터 약 4000억원을 따로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방시혁 하이브 의장 등이다.

그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처럼 희화화의 대상이 돼도 한국인 사이에서 이견이 크게 없을 인물이 아닌 정치 성향에 따라 지지 여부가 극명히 갈리는 국내 유력 정치인을 ‘팀 아짐키야’가 콘텐츠 소재로 삼으면서 이후 이같은 사례가 반복될 여지를 남겼다.

한편 유튜브 채널과 연결된 ‘팀 아짐키야’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화성동탄’이라고 표기된 국내 통신판매업 신고번호가 적혀 있다. 개인정보보보호책임자 이름은 김○○이며 대표전화는 국내 휴대전화 번호, 무통장 계좌정보 역시 국내 K은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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