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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법인서 자체 콘텐츠 투자 여력 확보
5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TV기반 데이터홈쇼핑(T커머스)회사인 ‘SK스토아’와 복수채널사용사업자(MPP)인 ‘미디어에스’를 합병해 글로벌 융복합 콘텐츠 커머스 기업을 만드는 일을 검토해 이르면 3월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SK스토아의 지분은 SK텔레콤이 100% 보유하고 있고, 미디어에스 지분은 SK브로드밴드가 100% 갖고 있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 지분 74.4%를 가졌다.
두 회사를 합치려는 이유는 IPTV와 MPP로 대표됐던 미디어 밸류체인이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의 성장으로 지식재산권(IP) 확보가 더욱 중요해진 이유에서다. 미디어에스는 지난해 수십억 원을 콘텐츠에 투자했는데, SK스토아와 합병하면 콘텐츠 투자비용을 늘릴 수 있다. SK스토아는 지난해 100억 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CJ그룹 역시 같은 이유로 2018년 홈쇼핑 회사인 CJ오쇼핑과 콘텐츠기업인 CJ E&M을 합병해 CJ ENM을 출범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에스의 엔터테인먼트 채널인 채널S는 현재 SM(에스엠컬처앤콘텐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부터 콘텐츠를 제공받아 서비스 중인데, 합병과 함께 콘텐츠 투자를 늘리면 채널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했다.
SK스토아로서도 미디어 커머스를 강화할 수 있다. 이 회사는 네이버, 쿠팡 등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자체 브랜드(PB)를 키우고 있는데, PB의 핵심은 스토리텔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패션 분야 PB 취급액만 180억 원에 달하기도 했다.
◇합병 만으론 불충분…IP 확보 및 드라마 투자에 뚝심 필요
다만, 두 회사가 합병해도 콘텐츠에 대한 강력한 투자 의지와 콘텐츠 사업 경영의 자율성 확대 없인 원하는 결과를 얻기 쉽지 않아 보인다.
애플의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픽사의 10년 적자를 감수하며 ‘토이스토리’의 성공을 지켜봤듯이, 조신 전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이 SK브로드밴드 CEO 시절, 100억 원 정도를 단계적으로 국산 애니메이션에 선제 투자하며 ‘뽀롱뽀롱 뽀로로’, ‘로보카 폴리’, ‘레이디 버그’의 성공을 도왔듯이, 콘텐츠 사업에는 IT와는 다른 끈기와 뚝심이 절실하다.
KT는 2021년 3월 스튜디오지니를 미디어분야 컨트롤타워로 세웠는데, CJ 출신인 김철연 대표에게 더 큰 권한과 책임을 준 덕분에 ‘우영우’ 대박 신화를 쓸 수 있었다. 그 결과 설립 1년 만에 CJ ENM에서 100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받아 기업가치가 1조 원으로 상승했다. 김철연 스튜디오지니 대표는 크리에이터 강화, 원천 IP 풀 확대, 유통사업 확장이라는 세 가지 축을 통해 2025년까지 현재 9편인 연평균 방영 편수를 26편까지 늘리고, 6016억원의 매출을 확보하며 기업가치 3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IPTV의 주문형비디오(VOD) 트래픽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예능이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외에 드라마 쪽에서 승부를 걸어야 하는데 투자비가 연간 1천억 원이상 든다”면서 “SK가 투자를 본격화하면 K-콘텐츠의 선순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