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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9일 승객과 승무원 189명을 태우고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북서부 팡칼피낭으로 가던 인도네시아 저비용항공사(LCC) 라이온에어의 여객기가 바다에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숨졌다. 이어 지난 3월10일 승객과 승무원 157명을 태우고 에티오피아에서 케냐 나이로비로 가던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가 추락해 탑승자 모두 사망했다.
둘 다 차세대 신기종인 ‘보잉 737 맥스 8’이었다. 이스타항공이 야심 차게 도입했던 항공기와 같은 기재다. 5개월 단기간에 같은 기종의 항공기 사고가 연달아 나는 것은 최초다. 결국 전 세계적인 ‘보잉 737 맥스 8’에 대한 공포심이 확산하면서 이스타항공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운항을 중단했다. ‘보잉 737 맥스 8’을 도입하기로했던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 대한항공은 안전이 보장 되기 전까지 도입을 보류하기로했다.
항공기 추락 사고를 당할 확률은 0.00001%로 알려졌다. 일반인들에게 항공기 사고에 대해 끼치는 폭발적인 영향력에 비하면 실제 사망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항공기 사고에 대한 충격과 공포는 메가톤급이다. 비행기 사고는 승객으로서도 딱히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게 없다. 자동차 운전처럼 조심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라 불가항력이기 때문이다. 이번 ‘보잉 737 맥스 8’ 운항 중단에 항공사도 어쩔 도리가 없다. 아직 사고 원인은 제조사 측인 보잉에 있는지 불분명하고 공포감은 확산하고 있으니 ‘보잉 737 맥스 8’ 운항 중단과 도입 재검토라는 카드를 쓸 수밖에 없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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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사고 이슈가 터질 때마다 꼬리표처럼 붙는 것이 항공기 기령이다. 이스타항공이 ‘보잉 737 맥스 8’을 들여오면서 그랬듯 국적 항공사들은 새 비행기를 들여오면 기령이 낮아지고 안전하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과거 아시아나항공은 이런 광고 카피를 활용한 적이 있었다. “새 비행기를 타시겠습니까?, 헌 비행기를 타시겠습니까?” 여기서 새 비행기는 아시아나항공을, 헌 비행기는 대한항공을 의미했다. 아시아나항공보다 항공사업을 20여년 전 시작한 대한항공의 항공기들이 상대적으로 노후화된 것을 지적한 것이다. 1996년 당시 국제선 운수권 확보를 둘러싸고 경쟁하던 두 항공사는 힘겨루기는 항공기 기령 논란으로까지 이어졌다. 당시 대한항공은 “근거 없는 비방”이라며 반발했다.
정부도 해마다 항공기 기령 논란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 2015년 5월 국토교통부는 8개 국적 항공사와 ‘20년 초과 경년항공기 안전관리를 위한 자발적 이행 협약’을 체결했다. 항공기의 노후화 방지를 통해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연료효율을 개선한다는 취지다. 이후로 해마다 국적사 항공기 기령을 발표하고 있다. 최근에도 국토부는 항공기 10대 중 1대는 20년을 초과했다며, 노후 항공기의 퇴출 등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표는 기령이 안전과 연관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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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전문가들은 항공기 안전은 새 비행기와 헌 비행기의 기령 논란보다 스케줄에 맞는 정비와 정비기술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항공기 사용연한은 정해져 있지 않다. 기령과 상관없이 항공기에 사용되는 모든 부품을 주기적으로 정비하고 사용한계가 있는 부품을 교환하거나 상태가 나빠지는 부분은 수리해 항공기 원래의 상태로 복원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오래된 항공기라 할지라도 정비가 잘된 항공기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어 계속해 사용할 수 있다. 항공사들이 새 비행기와 헌 비행기에 대한 기령 논란으로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보다 항공기에 대한 정비 시스템과 정비 인력에 대해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다.
공포감을 확산시킨 ‘보잉 737 맥스 8’도 새 비행기였다. 2017년 처음 도입된 이후 사고 전까지 전 세계에서 371대가 운항했으며, 5000대 이상 주문 된 보잉의 차세대 항공기로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