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찾아간 인천 영흥도에는 운치와 낭만이 있었다. 한여름 같은 해수욕장 인파는 없지만, 가족 단위로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이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며 여유를 즐겼다. 큰맘 먹고 도시를 빠져 나와 자동차로 1~2시간만 달리면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이번 주말엔 영흥도로 훌쩍 떠나보자. 인천과 경기도 해안이 맞닿는 곳에 해안선 42㎞ 길이의 섬 영흥도(靈興島)가 있다.
◆육지로 연결된 섬
섬이 아닌 섬.
영흥도는 6년 전 육지가 된 섬이다. 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두 개의 붉은 기둥을 바다에 꽂아 긴 다리를 놓았다. 이 영흥대교를 건널 땐 시선을 멀리 두고 바다를 바라봐야 한다. 은빛 물결이 반짝이는 가운데 가까이 보이는 선착장과 고깃배들의 정취가 일품이다.
이 섬에 가기 위해선 바다를 세 번 지나야 한다. 11㎞에 이르는 시화방조제를 지나 선재대교를 건너 마지막으로 영흥대교를 가로지르면 섬에 다다른다. 행정구역은 인천시 옹진군이지만, 경기 화성·안산·시흥시에서 더 가깝다. 옹진군에서 백령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소사나무 군락지의 비경
장경리 해변과 십리포 해변은 꼭 들러야 할 곳. 한적한 해변에서 갈매기 우는 소리를 들으며 백사장을 따라 거닐다 보면 복잡한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다.
영흥도 북쪽 끝에 있는 십리포 해수욕장은 ‘소사나무 군락지’로 유명하다. 약 150년 전 주민들이 심어놓은 인공림이다. 바람이 심해 농사를 지을 수 없었던 주민들이 방풍림을 조성하려 했지만 땅이 모래와 자갈로 이뤄져 있어 어떤 나무도 살지 못해, 척박한 땅에 강한 소사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십리포 해수욕장 뒤쪽으로 700㎡ 정도 넓이로 펼쳐져 있다. 인고의 세월을 견뎌온 흔적처럼, 연방 꼬이고 비틀리고 구부러진 나뭇가지들이 운치 있다.
숲을 보호하기 위해 소사나무 군락지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게 했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비경에 빠지게 된다.
장경리 해변의 서해 낙조도 영흥도의 볼거리. 장경리 해변에는 수령 100년이 넘는 노송지대가 3만3000㎡ 규모로 자리 잡고 있어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이 되고, 가을에는 산책 코스가 된다.
◆갯벌 체험장으로 유명
영흥도 인근 해수욕장은 갯벌 체험장으로 특히 유명하다. 가족들이 즐기는 자연체험 학습장으로 시민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갯벌에는 낙지·굴·바지락·고동·게 등이 많아 초보자도 쉽게 캘 수 있다. 갯벌에 신고 들어갈 장화와 호미, 바지락 등을 담을 통은 따로 준비해가야 한다. 이곳에서 만난 신승호(52)씨는 “가족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꼭 온다”며 “소풍 삼아 나와서 드라이브도 하고, 바지락도 캐다 보면 저절로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진다”고 했다. 영흥면 내리에 있는 영흥도 바다낚시터, 외리에 있는 용담축양 바다낚시터는 낚시꾼들 사이에서 유명한 곳이다.
◆찾아가는 길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시흥시 시화산업단지에서 시화방조제를 건너 대부도에 들어가거나 서해안고속도로 비봉IC에서 빠져 대부도행 지방도로를 타는 방법이 있다. 대부도에서 작은 다리를 건너 선재도, 선재도를 관통하면 북동쪽 끄트머리에 영흥대교가 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