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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 캐다보면 멋진 석양은 덤”

조선일보 기자I 2007.10.19 12:30:00

인천 옹진군 영흥도 100배 즐기기
갯벌 체험장 인기… 낙지·고동·게도 수두룩
150년 된 ‘소사나무 군락지’ 가을운치 더해

[조선일보 제공] 넓은 해수욕장, 울창한 소사나무 군락지, 갈매기와 갯벌….

가을에 찾아간 인천 영흥도에는 운치와 낭만이 있었다. 한여름 같은 해수욕장 인파는 없지만, 가족 단위로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이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며 여유를 즐겼다. 큰맘 먹고 도시를 빠져 나와 자동차로 1~2시간만 달리면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이번 주말엔 영흥도로 훌쩍 떠나보자. 인천과 경기도 해안이 맞닿는 곳에 해안선 42㎞ 길이의 섬 영흥도(靈興島)가 있다.

◆육지로 연결된 섬

섬이 아닌 섬.

영흥도는 6년 전 육지가 된 섬이다. 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두 개의 붉은 기둥을 바다에 꽂아 긴 다리를 놓았다. 이 영흥대교를 건널 땐 시선을 멀리 두고 바다를 바라봐야 한다. 은빛 물결이 반짝이는 가운데 가까이 보이는 선착장과 고깃배들의 정취가 일품이다.

이 섬에 가기 위해선 바다를 세 번 지나야 한다. 11㎞에 이르는 시화방조제를 지나 선재대교를 건너 마지막으로 영흥대교를 가로지르면 섬에 다다른다. 행정구역은 인천시 옹진군이지만, 경기 화성·안산·시흥시에서 더 가깝다. 옹진군에서 백령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소사나무 군락지의 비경

장경리 해변과 십리포 해변은 꼭 들러야 할 곳. 한적한 해변에서 갈매기 우는 소리를 들으며 백사장을 따라 거닐다 보면 복잡한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다.

영흥도 북쪽 끝에 있는 십리포 해수욕장은 ‘소사나무 군락지’로 유명하다. 약 150년 전 주민들이 심어놓은 인공림이다. 바람이 심해 농사를 지을 수 없었던 주민들이 방풍림을 조성하려 했지만 땅이 모래와 자갈로 이뤄져 있어 어떤 나무도 살지 못해, 척박한 땅에 강한 소사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십리포 해수욕장 뒤쪽으로 700㎡ 정도 넓이로 펼쳐져 있다. 인고의 세월을 견뎌온 흔적처럼, 연방 꼬이고 비틀리고 구부러진 나뭇가지들이 운치 있다.

숲을 보호하기 위해 소사나무 군락지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게 했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비경에 빠지게 된다.

장경리 해변의 서해 낙조도 영흥도의 볼거리. 장경리 해변에는 수령 100년이 넘는 노송지대가 3만3000㎡ 규모로 자리 잡고 있어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이 되고, 가을에는 산책 코스가 된다.

◆갯벌 체험장으로 유명

영흥도 인근 해수욕장은 갯벌 체험장으로 특히 유명하다. 가족들이 즐기는 자연체험 학습장으로 시민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갯벌에는 낙지·굴·바지락·고동·게 등이 많아 초보자도 쉽게 캘 수 있다. 갯벌에 신고 들어갈 장화와 호미, 바지락 등을 담을 통은 따로 준비해가야 한다. 이곳에서 만난 신승호(52)씨는 “가족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꼭 온다”며 “소풍 삼아 나와서 드라이브도 하고, 바지락도 캐다 보면 저절로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진다”고 했다. 영흥면 내리에 있는 영흥도 바다낚시터, 외리에 있는 용담축양 바다낚시터는 낚시꾼들 사이에서 유명한 곳이다.

◆찾아가는 길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시흥시 시화산업단지에서 시화방조제를 건너 대부도에 들어가거나 서해안고속도로 비봉IC에서 빠져 대부도행 지방도로를 타는 방법이 있다. 대부도에서 작은 다리를 건너 선재도, 선재도를 관통하면 북동쪽 끄트머리에 영흥대교가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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