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날로그 유산을 눈여겨본 이는 대학에서 IT·전산을 전공한 이연수(46) 학예연구사였다. 학창 시절 취미로 게임을 만들기도 했던 그는 초기 국산 게임들이 이대로 묻히는 것이 안타까웠다. 결국 국산 게임을 주제로 한 전시를 기획했고, 서고에 잠들어 있던 옛 게임들은 30여 년 만에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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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만난 이연수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의 콘셉트는 ‘과거와 현재의 만남’”이라며 “국립중앙도서관이 소장한 플로피 디스크 매체를 공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도서관, 게임을 수집하다 △책장 너머의 게임들 △한국 게임의 시간여행 △게임을 지키는 사람들 △다시 켜는 한국 게임 등 5개 영역으로 구성됐다. 이 학예사는 “단순히 미발매 게임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흥미로운 사연이 담긴 게임들을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에서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게임들의 뒷이야기도 확인할 수 있다. 1993년 게임 잡지 ‘게임챔프’에는 인기 만화 ‘핑핑참깨’를 원작으로 한 PC 게임 ‘참깨핑핑’이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실렸지만 끝내 출시되지 않았다. 이후 이 게임은 개발 방향을 바꿔 ‘원시소년 토시’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다. 격투 게임 ‘승천대한’도 잡지에서 개발 진척도가 70%에 이른 것으로 소개되며 기대를 모았지만, 끝내 완성되지 못한 채 미발매 게임으로 남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슈팅 게임 ‘그날이 오면’이다. 1990년대 게임 잡지 광고까지 등장했지만 끝내 출시되지 못했다. 이 학예사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과 게임 개발 엔진 ‘고도’(Godot)를 활용해 약 3개월에 걸쳐 이 게임을 플레이 가능한 형태로 재현했다. 당시 자료를 토대로 보스 드래곤 캐릭터를 복원했고, 국립중앙도서관 마스코트 ‘부키’와 ‘투미’를 주인공으로 재해석해 게임을 새롭게 완성했다.
이 학예사는 “국내 첫 FPS(1인칭 슈팅 게임)인 ‘초롱이의 대모험’과 미출시작 ‘그날이 오면’ 등 2종을 현대 기술로 다시 구현했다”며 “과거 게임을 즐겼던 세대가 가족과 함께 도서관을 찾아 추억을 되새기고, 자녀들에게 당시 게임 문화를 소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국산 게임 보존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학예사는 “게임은 한 세대의 놀이 문화인 동시에 당시의 기술과 상상력이 담긴 기록유산”이라며 “국산 게임이 잊히기 전에 보존 노력을 이어가고, 게임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열람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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