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음력 1월 1일을 설 명절로 정하고 하루를 공휴일을 보낸다.
북한은 일제 해방 이후 민속 명절을 봉건 잔재로 간주한 김일성 주석의 지시에 따라 설과 추석을 명절로 취급하지 않았다. 그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체제 수호를 위해 강조한 ‘우리민족 제일주의’로 민속 명절 복원 지시를 내리면서 1989년부터 다시 음력설을 쇠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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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표현 대신 ‘새해를 축하합니다’라는 인사말을 주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주민들은 설에 남한처럼 조상을 기리기 위한 차례를 지낸다. 설빔을 입고 어른들에 세배를 하는 문화도 우리와 유사하다. 세배 답례로는 주로 음식과 학용품 등을 주는데, 최근에는 현금으로 답례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설날 명절음식으로는 떡과 만두, 지짐(부침)류, 고기구이, 수정과 등이 대표적이다. 떡국에는 꿩고기를 넣고 끓이는데 꿩이 없으면 닭고기를 대신 쓰기도 한다.
설날 민속놀이는 윷놀이와 장기, 널뛰기, 연날리기가 대표적인데 이 역시 남한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명절 분위기를 내기 위해 각 기관·기업소, 극장, 영화관, 식당들은 다양한 모양의 ‘불장식(조명)’을 켜기도 한다. 국립교향악단, 국립교예단, 국립민족예술단이 주최하는 음악회나 단막극 등 설 기념 공연도 열린다.
다만 명절에는 귀성·귀경 행렬로 ‘민족 대이동’이 일어나는 남측과 거리의 풍경은 확실히 다르다. 북한은 이동의 자유가 제한돼 통행증을 받아야만 거주지 외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절이면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고 쉬는 남한과 다르게 북한 식당은 설음식을 먹으러 오는 손님들로 붐빈다. 옥류관·청류관 등 유명 음식점은 물론 지방 급양봉사기지들은 다양한 설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뿐만 아니라 북한 당국은 설을 조상뿐만 아니라 김일성·김정일의 업적을 기리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을 다지는 선전의 계기로 활용한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설 즈음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있는 평양 금수산 태양궁전이나 만수대언덕 등 각지의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찾아 헌화하는 게 관례다. 북한 주민들은 각지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찾아 꽃다발이나 꽃바구니를 놓는 관행도 있다.
사실 북한에서 설보다도 더 큰 명절은 김일성 주석(4월15일)과 김정일 국방위원장(2월16일)의 생일이다. 각각 ‘태양절’과 ‘광명성절’이라 부른다. 북한은 이들의 생일을 “민족 최대의 경사스러운 명절”로 기념한다. 다만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일을 아직 공식화하진 않았다. 김 위원장의 생일은 1월8일로 알려져 있지만, 올해 역시 조용히 지나갔다. 김 위원장의 우상화 작업이
북한이 김 위원장의 독자적인 우상화 작업에 속도를 내는 추세에 비춰 올해는 그의 생일을 기념일로 지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북한 매체는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갔다.
이는 김 위원장이 자신의 생일을 기념하는 데 여전히 부담을 느낀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2년 김 위원장의 집권 초기에는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였던 만큼, 북한 주민들의 거부감을 의식한 것으로 보였지만 최근에는 김 위원장이 스스로 내세울 만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북송 재일교포인 생모 고용희씨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온전한 백두혈통이 아니라는 비난이 두려워 의도적으로 자신의 생일을 부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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