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과 달리 딥시크 충격파를 두고 긍정론을 펴면서, 당장 추가 수출 규제를 내놓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딥시크 쇼크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의 구멍을 보여준 것이라는 우려 역시 적지 않아, 중국을 더 압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딥시크 충격 두고 “긍정적”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의 자신의 골프클럽에서 진행 중인 공화당 연방하원 콘퍼런스에서 행한 연설에서 딥시크가 가성비 좋은 AI 모델을 내놓은데 대해 “중국의 일부 기업은 더 빠르고 훨씬 저렴한 AI 방법을 개발하기를 원하고, 그렇게 되면 돈을 많이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좋은 일”이라며 “미국의 산업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은 긍정적인 일이고 자산이라고 본다”며 “왜냐하면 여러분도 그렇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그렇게 하면 돈을 많이 쓰지 않고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는 대신 적은 비용을 지출하게 될 것이고,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같은 솔루션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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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딥시크가 최근 출시한 오픈소스 AI 모델 ‘딥시크-R1’이 시장에 파장을 몰고 온 직후 나왔다. 이 제품은 일부 성능 테스트에서 챗GPT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추론 AI 모델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과 달리 딥시크 쇼크를 두고 오히려 긍정론을 편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단기간 내에 추가 수출 규제를 내놓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AI·가상화폐 정책을 총괄하는 차르로 임명된 데이비드 색스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딥시크 R1은 AI 경쟁이 매우 치열할 것이고 바이든의 행정명령을 폐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옳았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바이든 행정부의 AI 관련 행정명령을 페지했다. 이는 기업이 국가 안보, 경제, 공중 보건 등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할 경우 정부에 보고할 의무를 부과하는 등 AI의 안전한 사용과 보안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무분별한 AI 개발이 대량살상무기 연구나 인권 침해 등에 사용될 가능성을 정부 차원에서 통제한다는 취지였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두고 AI 경쟁력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수출 통제까지는 건드리지 않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AI 기술, 첨단 반도체, 첨단 장비 등을 구입하지 못하도록 이들 품목의 수출을 통제했다.
◇美, 對中 전방위 반도체 통제 나서나
다만 중국 압박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관측도 점차 많아지는 기류다. 현재 중국은 미국의 수출 규제로 최첨단 AI 칩을 구매할 수 없다. 이에 엔비디아는 사양을 낮춰 중국 수출용으로 H800 칩을 개발했고, 딥시크를 이를 활용해 생성형 AI를 개발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수출 규제가 나오기 전에 중국이 이미 최첨단 AI칩 상당량을 구매했거나, 또는 제3국을 통해 우회해 구입해서 AI를 개발했다는 주장도 있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대변인은 이날 워싱턴포스트(WP)를 통해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은 미국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데 실패했다”며 “중국과 다른 적국이 AI 개발에서 진보할 기회를 만들어줬다”고 했다.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는 최근 엑스를 통해 딥시크가 미국 수출 통제를 위반해 엔비디아 반도체 5만여개를 갖고 있다는 보도를 올리면서 “특위가 지난해 12월 상무부에 반도체 수출 통제의 위험한 구멍에 대해 경고했다”고 했다.
더 나아가 중국의 ‘테크 굴기’를 원천 봉쇄하도록 저가 AI칩까지 수출 통제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어 보인다. 지금까지 AI 기업이 AI를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런데 딥시크가 저가 반도체를 통해 생성형 AI를 개발하면서, IT업계와 금융시장은 말 그대로 혼돈에 빠졌다. 알파벳, 아마존, 메타 등이 너무 비싼 엔비디아 칩을 사서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과잉 투자론이 비등해질 정도다.
국내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딥시크 충격파는 시간을 두고 더 사실관계를 체크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미국의 중국 반도체 규제가 더 전방위적으로 번질 수 있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