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에는 홍제동 유진맨숀과 이 일대 인왕시장 정비계획을 수립할 용역 예산이 포함돼 있다. 서대문구는 늦어도 오는 11월에는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정비사업의 첫단추인 정비계획이 수립되는 대로 시와 협의해 단계를 밟아나갈 계획이다. 유진맨숀은 1970년 홍제천을 복개하고 지상에 지은 91세대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이자 군사시설이었다. 1968년 1월21일 발생한 ‘김신조 사건’이 발단이었다. 정부는 북의 도발에 대비하고자 ‘싸우면서 건설하자’는 구호를 앞세워 건축물로써 서울을 요새화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서울 도심을 잇는 서북부 홍제동은 요충지로 지목됐다.
이런 시대적 배경으로 유진맨숀이 탄생했다. 복개천(뒤덮어 드러나지 않는 천)에 터를 잡은 이유는 여차하면 지하를 폭파시켜 허물려고 한 것이다. 붕괴한 건물 잔해로 북한군의 서울 진입로를 막으려 했다. 건물은 복개천 흐름대로 길이 약 220m, 폭 약 40m의 기다란 직사각형 모양을 띠는데 방어선을 기다랗게 늘어뜨리려는 목적에 부합한다. 필로티 구조의 건물 1층이 널찍한 주차공간을 확보한 이유는 아군 전차를 배치하려 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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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시 개발은 한강 이남으로 집중되면서 유진맨숀은 명성을 잃어갔다. 게다가 1994년 B동 주거공간 4~5층을 통째로 헐어낸 자리로 내부순환로가 들어섰다. 이후 B동은 서대문구가 활용하고 주거공간은 A동만 남았다. 현재 1층 상가 전체를 롯데에서 사들여 임대하고 2층부터는 개별 소유자가 전유한다.
개발의 관건은 대지 지분에 달렸다. 유진맨숀 터(2820㎡)는 홍제천을 복개한 것으로 지목이 도로다. 도로는 서울시 소유의 땅이다. 통상 재개발은 토지 지분에 따라 새집을 가질 권리를 가진다. 대지지분이 없는 유진맨숀 소유자는 재개발 시 통상의 셈법에 따라 새집을 분양받기가 여의찮을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소유자 상당수는 재개발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맨숀에서 만난 한 상인은 “40년간 상가를 운영하면서 재개발 얘기는 끊이지 않았고 그렇게 선거 때마다 거쳐 간 구청장이 셀 수 없다”며 “맨숀 소유자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재개발은 또 물 건너갈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주변 인왕시장 상인들이 많이 거주한다”며 “집이 넓고 튼튼해 살기에는 참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