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드림 몰 직원인 엘리사 리델린은 “아직 블프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아니지만, 작년보다는 덜 붐비는 것 같긴 하다”며 “수요 둔화를 우려해 일부 매장들은 작년보다 파격 세일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
최대 쇼핑 시즌 블프를 앞두고 미국 유통업계에서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쌓아둔 저축이 소진되고 있는데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장기간 고금리에 모기지, 자동차대출 등에서 이자 부담이 늘면서 소비자들이 소비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소비둔화 시그널은 조금씩 나오고 있다. 미국의 소비상황을 엿볼 수 있는 소매판매는 지난달 전월대비 0.1% 감소하면서 이같은 우려를 현실화했다. 소매판매는 4월(0.4%), 5월(0.7%), 6월(0.2%), 7월(0.6%), 8월(0.8%), 9월(0.9%) 등 6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가 7개월 만에 역성장하면서 시장을 놀라게 했다. 미 최대 온라인쇼핑업체 아마존은 10월초 ‘아마존 데이’ 자체 프로모션을 하기도 했지만, 소매판매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소매 판매 지표는 전체 소비 중 상품 판매 실적을 집계하는데,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다. 소매판매가 꺾이면서 경기둔화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퍼졌다.
실제 대형 유통업체인 타겟은 지난 8~10월 3개월 동안 동일매장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4.9% 감소했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코넬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는 여전히 지출하고 있지만, 고금리와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 신용카드 연체 증가, 저축률 감소와 같은 여러 압력 탓에 의류, 오락 등 재량재에 대한 압박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도 연말 소비 둔화가 심상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소비자들이 지난달 하순부터 식료품과 생필품 영역에서도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다”고 밝혔고, 더그 맥밀런 CEO도 “(수요 둔화에) 식품과 소모품 가격이 앞으로 몇 주, 몇 달 안에 하락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미소매협회(NRF)에 따르면 올 11~12월 쇼핑 시즌 매출 증가율은 2020년 이후 가장 낮을 낮을 전망이다. 2021년 쇼핑 시즌에는 매출이 전년대비 12.7%, 지난해에는 5.4% 늘었지만, 올해는 3~4%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리테일 분석업체 센서매틱 솔루션즈는 올해 연말연시 매장내 방문객수는 지난해 보다 3.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 투자회사인 뱅크레이트의 수석 산업 분석가인 테드 로스먼은 미 투자전문지 배런스에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유통업체들이 세일에 나서면서 쇼핑객 10명 중 약 8명이 물건을 구매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최근의 고금리, 신용카드 연체 등 추세를 분석하면 소비자들이 매우 가격에 민감하다”고 했다.
|
이에 따라 일부 소매업체들은 수요 정체 우려에 사전 특별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다. 사전 블프 딜(Early Balck Friday Deals)을 하는 식이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내 10월 한달간 의류, 전자제품, 장난감, 스포츠용품, 뷰티상품에 대한 할인율은 평균 24.1%로, 2019년(16.7%), 2021년(12.9%)보다 높았다.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 백화점 메이시스, 패스트패션(SPA)업체인 H&M 등은 벌써부터 최대 30% 할인된 가격을 제시하며 소비자 지갑 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메이시스 CEO인 제프 제네트는 로이터에 “과거와 달리 경쟁사들이 블프 이전에 세일을 먼저 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며 “고객들도 소비를 앞당겨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행동전문가인 세인트루이스 대학교의 다니엘 루빈 교수는 CNBC에 “올해 할인율이 높은 것은 유통업체들이 연말 휴가철 소비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더 많은 세일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