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겨울만 되면 찾아오는 미세먼지·초미세먼지가 비염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실제 대기오염이 심한 곳에서는 알레르기 비염 발병 확률이 공기가 깨끗한 곳보다 4배 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날씨와 환경으로 인해 대다수의 비염 환자들은 기본 치료법인 약물치료를 통해 코 건강 관리에 나선다.
국내 대표적인 비염 관련 진료지침에 따라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2세대 항히스타민제(Antihistamine)와 류코트리엔 조절제(Leukotriene receptor antagonists), 경구용·분무용 스테로이드제(Oral systematic steroids·Nasal steroids) 등을 주로 처방 받는다. 하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 한국 환자들이 어느 약물을 많이 사용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미흡해 구체적인 처방 현황을 알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자의 개별 특성에 따른 각 약물의 처방 패턴을 분석한 연구 논문이 발표돼 이목을 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손재민 한의사 연구팀은 연구논문을 통해 한국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의 류코트리엔 조절제와 스테로이드제의 처방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항히스타민제의 처방 비율은 소폭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논문은 SCI(E)급 국제학술지 ‘Clinical and Molecular Allergy’ 10월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2010년~2018년 기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표본자료(HIRA-NPS, National Patient Sample)’를 분석해 각 연도마다 1회 이상 알레르기 비염을 진단받은 환자를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그 결과 비염 환자는 총 171만9194명에 달했으며 성별로는 남자 79만4726명, 여자 92만4468명으로 나타났다. 비염 환자 수는 매년 증가해 2018년에는 21만3420명으로 2010년(16만7524명)보다 약 27% 증가했다.
이어 연구팀은 나이와 성별을 표준화한 뒤 환자를 100명 기준으로 설정해 약물 종류별 처방 비율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항히스타민제 약물의 경우 1세대보다 2세대의 처방 비율이 높았으며, 모든 연도에서 1세대 항히스타민제보다 많이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2세대 항히스타민제가 1세대 항히스타민제의 부작용인 기억력 저하와 졸음 등이 상대적으로 적고 빠른 작용과 지속적인 효과 등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항히스타민제는 모든 약물 가운데 가장 높은 처방율을 기록했지만 매년 소폭 하락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비염이나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에 대표적으로 쓰이는 스테로이드제의 처방 비율은 경구용과 분무용 모두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경구용 스테로이드제의 처방 비율이 전반적으로 분무용보다 높았다. 그 중에서도 분무용 스테로이드제 처방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분무용 스테로이드제의 처방 비율은 2010~2015년 10%대에 그쳤지만 2016년부터 큰 폭의 증가세를 거쳐 2018년 14.67%로 껑충 뛰었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은 알레르기 비염의 주요 염증매개체인 류코트리엔의 작용을 억제해 눈과 코 증상 개선에 도움을 주는 류코트리엔 억제제 처방도 많이 받았다. 류코트리엔 조절제는 항히스타민제과 달리 부작용이 거의 없어 안전한 약물로 분류된다. 처방 비율은 2010년 11.13%에서 2018년 15%p가량 증가한 26.56%으로 높아졌다. 특히 연구팀은 연령대별로 처방 비율을 살펴본 결과 0~5세(영유아)에서 류코트리엔 억제제 처방의 유의한 증가세를 확인했다. 2010년 19.05%에 불과했던 비율은 2018년 50.48%로 눈에 띄게 늘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아동에 대한 류코트리엔 억제제의 안전성을 입증한 선행연구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았다.
손재민 한의사는 “이번 연구는 알레르기 비염에 대한 약물 처방 추이를 장기간에 걸쳐 분석해 가장 광범위한 수준의 결과를 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대표성을 가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활용해 결론의 일반화를 도출해낸 만큼 앞으로 한국인의 비염 치료 가이드라인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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