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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일만에 응답한 北…대화 테이블 복귀는 '미지수'

정다슬 기자I 2021.10.04 16:50:46

한미 연합훈련 이유로 재개 보름여만에 다시 중단
미사일 시험발사와 종전선언 긍정검토 제스쳐로 냉온전략
정부 "대화 발판 마련 평가…조속히 대화하길 기대"
10월 10일 노동당 창립일…미사일 시험발사 지속될듯

북한이 남북통신연락선을 복원한 4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관계자가 개시통화를 하고 있다. 이날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하며 일방적으로 단절했던 남북통신연락선이 55일 만에 복원됐다. (사진=통일부 제공 영상 캡처)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하며 일방적으로 남북 통신연락선을 끊은 지 55일 만에 우리 측 통화시도에 응답했다. 그러나 이같은 통신선 복원이 대화 복원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여전히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정책 철회 등을 ‘중대과제’로 내세우며 남측이 먼저 해결하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북측을 달래면서도 미국과의 보조를 맞춰야 하는 이중과제를 안게 됐다.

◇사안 따라 단절→재개→단절→재개 반복돼 ,

통일부는 4일 “오늘 오전 9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의 개시통화가 이뤄지면서 남북 통신선이 복원됐다”고 밝혔다. 국방부도 오전 9시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이 완전 복구돼 모든 기능이 정상화됐다고 알렸다.

국방부는 현재 광케이블을 통한 남북 군사당국 간 유선통화 및 문서교환용 팩스 송·수신 등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북 측은 서해 해상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함정 간 핫라인인 국제상선공통망을 활용한 시험통신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이에 국방부는 국제상선공통망을 위한 남북 함정 간 시험통신을 지속해서 시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7월 27일 13개월 만에 남북 통신선을 복원했으나 한미 연합훈련을 계기로 보름여 만에 이를 중단했다. 그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시정연설에서 “경색되어 있는 현 북남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고 조선반도에 공고한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온 민족의 기대와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일단 10월 초부터 관계 악화로 단절시켰던 북남 통신선들을 다시 복원하도록 할 의사”를 표명한 지 닷새 만에 다시금 응답했다.

◇“대화와 군사행동 상존하는 ‘뉴노멀’ 정착 노려”

전문가들은 북한이 철저한 계산 끝에 55일간 침묵을 했다고 보고 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전술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명확하게 한미에 전달하고, 이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관계를 단절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 정상회담 개최 등을 긍정검토하는 화해 제스처를 보이면서도 지난달에만 세 차례의 미사일 시험발사하는 이중태도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김 부부장의 담화 이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해 김 부부장이 총괄하는 외무성과 미사일 개발 등을 총괄하는 군수공업부 간의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김 부부장이 국무위원으로 승진하면서 김 위원장의 지위와 영향력이 재확인됐다.

정대진 한평정책연구소 평화센터장은 북한이 이날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 매체를 통해 남북 통신선 복원을 대대적으로 공표한 것에 대해 “남북관계의 주도권이 북에게 있다는 점을 홍보하는 한편, 대남 차원에서는 ‘선결돼야 할 중대과제들’을 거듭 언급하며 남측의 전향적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대외관계 전반에서 강대강 선대선 기조를 유지하며 상대방 행동과 반응을 하나하나 명분으로 삼아 대화와 군사행동을 병행하고 대화와 군사행동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을 뉴노멀로 고착시키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달에 있었던 세 차례의 미사일 발사를 모두 올해 1월 8차 당 대회에서 김 위원장이 공언한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북한은 미사일 발사 시험을 지속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당장 북한 노동당 창건 76주년인 ‘쌍십절’(10월 10일)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단 북한이 주장하는 이중잣대에 대해서는 부인하면서도 9·19 남북군사합의 이행 등을 통해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를 구축하자는 입장이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남북 통신선이 연결됨으로써 한반도 정세 안정과 남북 관계 복원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며 “조속한 대화를 재개해 남북관계 회복 문제와 한반도평화정착을 위한 실질적 논의가 시작되고 이를 진전시켜 나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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