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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KB금융은 물론 금융권에선 양 회장의 연임을 점치는 대세론이 힘을 얻었다. 지난 3년간 KB금융을 이끌며 금융지주사 최초로 연간 순이익 5조원 시대를 개막하는 등 괄목할 만한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앞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이 연임에 성공한 것도 대세론에 힘을 실어줬다.
숫자 강한 재무통…해외사업 경험도 강점
그러나 회추위는 실적 대신 변화를 택했다. 조화준 회추위원장은 “현재의 우수한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에서 이를 이끌 적임자로 이재근 부문장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문장은 양 회장보다 다섯 살 어린 1966년생이다. 그가 11월 주주총회를 거쳐 회장직에 공식 취임하면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 중 가장 젊은 회장이 된다.
일각에선 KB금융이 금융지주 회장 연임 요건을 강화하려는 금융당국 기조와 보조를 맞춘 것 아니냐고 관측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금융지주 지배구조에 대해 “가만 놔두니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며 계속 지배권을 행사한다”고 비판했는데 이후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대표이사는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만 3연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지주사 가운데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내년 2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데, 이 같은 정부 기조와 KB금융의 선택이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지난달 KB국민은행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가 회추위 선택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KB금융은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1989년 주택은행에 입행한 이 부문장은 KB금융지주 재무기획담당 상무, 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전무, 국민은행 영업그룹대표 부행장 등 요직을 거치며 일찍부터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았다. 특히 LIG 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현대증권(현 KB증권), 우리파이낸셜(현 KB캐피탈) 인수를 주도하며 그룹의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2년엔 국민은행장에 선임됐는데 시중은행장 중 가장 젊었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카이스트에서 금융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숫자에 강한 재무통으로 꼽힌다. 은행장을 지내면서도 수익성 중심 체질 개선을 통해 국민은행이 리딩뱅크로 도약하는 발판을 만들었다.
이재근 리더십의 색깔은 연말 인사를 통해 본격화할 전망이다. KB금융 자회사 12곳 CEO 중 이환주 국민은행장, 이홍구 KB증권 대표,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 김재관 국민카드 대표 등 11개 회사 CEO의 임기가 올해 끝난다. KB금융이 이 부문장을 선택하며 세대 교체를 선택한 만큼 계열사 CEO 진용도 대폭 물갈이될 가능성이 크다.
머니무브가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것도 이 부문장의 숙제다. KB금융은 최근 화려한 실적을 자랑하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기업 금융이나 해외 사업은 경쟁사와 비교해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부문장이 최근까지 그룹 내에서 기업 금융과 해외 사업을 총괄했던만큼 이런 전공을 살려 어떻게 ‘미운 오리 새끼’를 ‘백조’로 변모시킬지가 차기 회장으로서 이 부문장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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