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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한 취임 2주년 보낸 JY…삼성 연말 인사 폭 커질까

김정남 기자I 2024.10.27 16:32:12

취임 2주년 맞은 이재용 삼성 회장
공식 행사 생략하고 경영 구상 집중
메시지 안 내…"실적·실행으로 증명"
'삼성 실무 로드맵' 31일 컨콜 주목
연말 인사폭 주목…신상필벌 구체화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수원=김소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회장 직책을 단지 정확히 2년이 됐다. 이 회장은 현안들을 직접 챙기며 당분간 특별한 메시지 없이 실적과 실행으로 증명하겠다는 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연말 정기인사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커지는 기류다. 삼성이 ‘인사를 통한 메시지’에 더 공을 들일 수 있어서다.

◇이재용 회장, 취임 2주년 행사 생략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취임 2주년 행사를 생략하고 경영 구상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앞서 2022년 회장 승진 당일 별도 취임식을 열지 않고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했고, 취임 1주년인 지난해 역시 재판에 출석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은 취임 기념일은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다만 올해는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다 보니 예년보다 더 엄중하게 보냈을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이날 경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 짧게 머물러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현대차그룹과 일본 도요타그룹이 모터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함께 연 행사다. 이 회장은 완성차업계와 파트너십 강화 차원에서 행사장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 사업을 낙점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다음달 1일 경기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여는 창립 55주년 기념식도 예년과 비슷한 규모로 간소하게 개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5일 오전 경기 수원 선영에서 치러진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4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 회장은 올해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4주기 추도 주간 동안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행사(21일), 추모음악회(24일), 추도식(25일) 등에 잇따라 참석했다.

이 회장은 24일 추모음악회에 앞서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 부회장,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 등과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이튿날인 25일 수원 선영에서 치러진 추도식 이후에는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으로 이동해 삼성 현직 사장단 50여명과 1시간가량 점심 식사를 했다. 다만 이 회장은 별도의 대외 메시지를 내지는 않았다.

또 다른 재계 인사는 “이 자리에서 (최근 실적 부진과 관련한) 현안을 공유한 것으로 안다”며 “다만 전영현 부회장이 회사를 대표해 대외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낸 만큼 이 회장이 더 말을 보태는 것보다 실적과 실행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뛰어넘는 것) 전략’을 행동으로 보이겠다는 의미다.

최대 과제는 반도체 경쟁력 회복이다. 이 회장은 파운드리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의 ‘홀로서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메모리사업부와 한데 엮은 턴키(일괄 공급) 경쟁력 제고의 묘수를 짜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세계 1위 메모리 사업에서 중국에 조금씩 따라잡히고 파운드리에서 TSMC를 실질적으로 위협하지 못하면, 인공지능(AI)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을 방도가 마땅치 않다.

상황이 이렇자 관련 업계에서는 오는 31일 삼성전자의 3분기 확정 실적 발표를 유독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가 실제 내놓을 실적 ‘숫자’보다 그 이후 이어질 컨퍼런스콜에 더 관심이 쏠린다. 전 부회장이 반성문을 낸 이후 실무 임원들이 공개하는 첫 로드맵이어서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 고대역폭메모리(HBM) 계획, 파운드리 초미세 공장 수율 등 과거 어떤 컨퍼런스콜 때보다 주목도가 높을 것”이라고 했다.

◇‘인사를 통한 메시지’ 더 공들일듯

이르면 다음달 있을 삼성그룹의 연말 정기인사 역시 이목이 모아진다. 이 회장이 대외적으로 말을 아끼는 대신 인사를 통해 메시지를 내보일 게 유력해서다. 올해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의 폭은 예년보다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지난 5월 반도체 수장을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하면서 반도체 사업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럼에도 위기 극복이 여의치 않은 만큼 DS부문 내 메모리사업부장, 파운드리사업부장, 시스템LSI사업부장 등 사장급 인사의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들은 모두 지난 3~4년간 해당 사업을 이끌었다. 이와 함께 전체 반도체 임원 승진 규모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이미 연구개발(R&D) 인력을 일선 사업부로 전진 배치하고 메모리사업부를 중심으로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다만 성과를 낸 일부 사업부는 확실한 보상으로 ‘신상필벌(信賞必罰)’을 구체화할 가능성이 있다.

재계 한 고위인사는 “결국 현 상황을 돌파할 열쇠는 이 회장이 쥐고 있는 것”이라며 “이 회장이 보다 적극적으로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과감한 인적 쇄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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