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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美 만류에도 가자 남부 공격…바이든·네타냐후 커지는 파열음

양지윤 기자I 2024.02.12 16:12:24

WP "미국, 네타냐후 생산적인 파트너로 보지 않아"
"이스라엘 공격 도 넘었다"…바이든 발언, 최근 불만 드러내
바이든 참모 "네타냐후, 정치적 생존에 혈만"
바이든, 이스라엘 지지 '정치적 비용' 높아지자 고민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의 최후 보루인 라파 일대를 타격하는 군사작전에 나서면서 민간인 수십명이 사망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의 만류에도 군사작전을 강행하면서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탸나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AFP 제공)
이스라엘은 1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를 공격해 인질 2명을 구출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가자 보건 당국은 라파에서 37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 AFP는 이번 공습으로 최소 5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가 채팅앱으로 접촉한 현지 주민들은 사람들이 잠들어 있던 시간에 공습을 시작, 공포에 질렸다고 전했다. 일부 주민은 이스라엘이 라파에 대한 지상 공격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전투기와 전차, 선박을 공습에 투입해 모스크(이슬람 사원) 두 곳과 주택 여러 채가 타격을 입었다.

이번 군사작전은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 통화 직후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민 대피와 안전이 확실히 담보되기 이전에 라파 지역을 겨냥한 군사작전을 진행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과 독일, 유럽연합(EU) 등도 라파에서 이스라엘군의 지상작전이 진행될 경우 대규모 민간인 희생이 불가피하다며 잇따라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설득에도 팔레스타인 공격에 나서면서 바이든 정부와 네타냐후 총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와 외부 자문위원 등 19명을 인용해 양측이 그 어느 때보다 불화를 겪고 있으며 미국은 더 이상 네타냐후 총리를 생산적인 파트너로 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일부 보좌관들은 가자지구 군사 작전에 대해 좀 더 공개적으로 비판하도록 촉구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에 공개적인 망신을 주고 기본적인 요구들을 즉각적으로 거부하면서 바이든 관리들을 계속 화나게 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달간 쌓여온 불만은 바이든 대통령의 메시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도를 넘었다”면서 “현장에서 전투를 지속적으로 중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곤경에 처해 있고 죽어가고 있다”면서 공습 중단을 촉구했다.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대화하는 한 행정부 고위 관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날카로운 발언은 오랫동안 사석에서 말한 내용을 반영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국 관리들은 수개월 동안 가자지구에 식량, 식수, 의약품 등 인도주의적 지원을 더 많이 허용하도록 이스라엘을 압박해 왔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거듭 저항하고 있다. 이스라엘 시위대는 가자지구와 접한 케렘 샬롬 국경을 통과하는 구호 트럭의 진입도 막고 있다. 이 같은 이스라엘의 태도에 바이든 행정부는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고위 관리는 전했다.

또한 백악관 관리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다른 목표를 배제하고, 오로지 자신의 정치적 생존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두 국가 해법 추진에 맞서고 싶어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더 빠르게 비판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수십 년 동안 두 사람의 관계가 작용했다고 보좌관들은 입을 모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로 지불해야 할 ‘정치적 비용’이 커지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민간인 사망자가 급증하자 무슬림·아랍계 유권자들과 젊은층, 유색인종 유권자들 사이에 비판 여론이 일면서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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