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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위원은 한 손으론 두꺼운 서류 뭉치를, 한 손으론 컵을 들고 입장했고 조윤제 위원은 여러 차례 물을 마셨다. 한 직원은 조 위원이 놓고 온 듯한 두꺼운 서류를 조 위원에게 건냈다. 이를 보고 서영경 위원이 웃는 등 회의장 분위기는 이전보다 긴장감이 크지 않은 모습이었다.
57분께 이 부총재가 입장하고 58분 이창용 한은 총재가 작은 무늬가 촘촘히 붙어있는 녹색 계열의 넥타이를 매고 입장했다. 총재는 무겁게 의사봉을 들고 수 차례 내리쳤다. 이를 찍으려는 카메라의 열기는 뜨거웠다. 서로 자리를 바꿔가며 셔터 소리는 끊이지 않고 ‘다다다다다’ 울려 퍼졌다. 총재는 “이 정도면 된 것 같다. 회의 끝나고 내려가서 뵙겠다”며 취재진의 퇴장을 요청했다.
이날 울려퍼진 카메라 셔터 소리는 어떻게 기억될까. 2021년 8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 주요국보다 선제적 인상한 한은의 금리 인상 종결 선언일까. 실제로 지난 달 금통위는 1년 반간의 금리 인상을 마치고 ‘금리 동결’을 노크하는 듯 했다.
그러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최종금리가 5.25~5.5%까지 상향 조정되자 한은의 금리 결정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이날 금통위에선 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지만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66%인 66명만이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나머지 34명은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2%포인트에 달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금통위원들이 생길 수 있다. 한 금통위원은 1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미간 정책금리 격차가 크게 확대돼 외환부문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금리 인상에 찬성한 대다수 의원들은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와 이에 따른 환율 급등을 우려한 바 있다. 원·달러 환율은 22일 종가 기준으로 1304.9원에 마감, 작년 12월 16일(1305.4원) 이후 두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4월말 주상영·박기영 위원의 임기가 종료되면서 현 금통위원 체제에서의 금리 결정은 이날과 4월 11일, 두 차례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도 금리 결정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복잡하게 만든다. 새 금통위원들의 성향이 매파보다는 비둘기파(완화 선호)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금리 인상의 숙제를 현 금통위원 체제에서 끝내려는 심리도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금리 동결을 결정하더라도 인상하자는 소수의견이 최소 1~2명 가량 나올 가능성이 크다. 최악의 경우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3대 3으로 갈려 총재가 캐스팅 보트를 쥐고 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총재는 1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최종금리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3대 3으로 나뉜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은 수정 경제전망이 공개되는 날이다. 이 총재가 예고한 대로 경제성장률이 작년 11월 1.7% 전망에서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물가상승률은 3.6%에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공요금 인상 뿐 아니라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두 달 연속 뛰어 4%를 기록하면서 햄버거, 소주·맥주 가격이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면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총재 메시지는 ‘매파’적일 전망이다.
마스크를 시원하게 벗어버린 것만큼 금리 인상에도 명확하게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금통위원들의 머릿 속은 꽤나 복잡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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