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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3일까지 화물연대가 집단 운송거부에 나선 열흘간 발생한 석유화학 업계의 누적 출하 차질 물량 규모는 약 7만1000톤(t)으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1조17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물량 출하를 위한 컨테이너 운송 인력 확보와 운반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평소와 비교해 제품을 21%밖에 출하하지 못한 탓이다.
특히 업계에선 매일 반드시 입·출하해야 하는 필수 제품 운송에 차질이 생기거나 사태 장기화로 공장 또는 야적 공간 내 적재 공간이 부족해지면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연구조사본부장은 “출하가 전면 중단된 대산·울산 석유화학단지 내 일부 업체는 감산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석유화학 업체들이 업황이 좋지 않아 공장 가동률을 최저 수준으로 두고 있는 점이 문제다. 일부 공장은 가동률을 더 내리면 안전 문제가 발생해 아예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을 한 번 멈추면 다시 제대로 가동하는 데까진 2주가량 걸리는 만큼 업계에선 공장 가동이 중단된다면 하루 최소 1238억원의 피해를 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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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업계는 육로와 해상운송을 동원해 평소의 절반가량 제품을 출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기업은 부원료 반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철강업체들은 운송거부 장기화로 철강재 적재 공간이 부족해지면 제철소 내 도로에 철강재를 쌓는 것은 물론 아예 생산 자체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도심에선 휘발유 등 석유제품이 동나는, 이른바 ‘품절 주유소’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전국의 품절 주유소는 총 74개소에 이른다. 품절 주유소는 지난 1일 49곳, 2일 60곳에서 점차 늘어나고 있다. 또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충북, 충남, 강원 등 비수도권으로 품절 주유소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산업부가 군용 탱크로리 등 대체 운송 수단을 투입해 비상 수송체계를 가동하고 있지만, 대부분 주유소 내 저장공간이 최대 2주 분량이어서 운송거부 사태가 2주를 넘어서면 품절 주유소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품절 주유소가 늘어날수록 택시·배달차 등 생계형 운전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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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시멘트 업계는 점차 정상화하는 분위기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전날 운송된 시멘트는 8만4000t으로 평년 토요일 운송량 대비 80% 수준을 회복했다.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791명의 차주 중 175명이 업무에 복귀한 데다 정부가 시멘트 수송용 차량 412대에 과적 차량 임시 통행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또 컨테이너 반출입량 역시 점차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국 12개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을 집계한 결과 전주 일요일 반출입량의 159% 수준인 1만2082TEU(1TEU는 6m여 길이 컨테이너 1개)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 10월 평시 수준(3만6824TEU)과 비교하면 33% 수준에 그친다.
정부는 시멘트 업계에 이어 철강·정유 등 피해가 커지는 다른 업계에도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 또 한국무역협회·한국석유화학협회·한국철강협회·한국자동차산업협회·자동차공업협동조합 등 주요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단체는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사태로 피해를 본 중소화주의 손해배상 소송을 대행하는 등의 지원책을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