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이 중대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정치권의 협조를 구하는 건 그동안의 관례였다. 문 대통령 역시 지난 4월 1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의 단독회동에서 “정상회담을 부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초당적 협조를 구한 바 있다. 또 지난 8월에는 여야 5당 원내대표와 만나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과 항구적 평화정착 및 남북 교류·협력을 위해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평양·뉴욕방문 성과로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과 북미간 후속협상의 돌파구를 연 만큼 정치권의 협조는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10월 1일 업무에 공식 복귀한 뒤 청와대에서 열리는 수석보좌관 회의를 통해 평양방문 및 미국순방 성과를 설명하고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귀국 이후 경남 양산 사저로 이동해 외교일정의 강행군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면서 정국구상을 겸한 휴식을 가졌다.
최대 관심사는 여야에 대한 초당적 협조 요청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평양방문을 마치고 귀환한 이후 서울 프레스센터가 마련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방문, 대국민보고를 통해 “정부는 ‘평양공동선언’을 빠르게 실행하기 위해 범정부적 추진체계를 마련할 것”이라면서 국회의 초당적 협력을 당부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보회의 모두발언에서 여야 5당을 항해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다시 한 번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평양선언 이행의 성패가 보수야당의 협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골자로 한 군사분야 합의서 이행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의 연내 착공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정상화 △연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주요 합의사항은 야당의 초당적 협조 없이는 순조로운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지난 8월 회동에서 분기별 1회 개최를 원칙으로 ‘여야정 상설협의체’ 정례화에 합의한 만큼 야당이 청와대의 대화 제의를 무작정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및 경제정책 혼선으로 까먹었던 지지율을 외교적 성과로 회복한 만큼 야당이 그래도 대화 제의는 수용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다만 여야가 정기국회를 맞아 팽팽한 대치전선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이 야권의 협조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상당하다. 유은혜 교육부장관 후보자 임명 문제는 물론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청와대 업무추진비 폭로를 놓고 여야관계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평양방문을 앞두고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과 여야 5당 대표들의 방북 동행을 요청했지만 보수야당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