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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사이 경사진 오솔길 누비며 멈춤없이 ''라이딩''

조선일보 기자I 2008.01.31 11:17:00

전부 섭렵하기엔 코스는 많고 하루는 짧다
한국서 가장 가까운 日 다이센 국제 스키장

[조선일보 제공] 겨울이 되면 찔끔찔끔 흩날리는 싸리눈만 봐도 가슴이 콩닥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눈밭 위 얇은 나무 판에 몸을 내맡겨 숨 막히는 질주의 쾌감에 인생을 거는 스키어(skier)와 스노보더(snowborder)들. 하지만 그들에게 인파로 가득한 한국 스키장은 때로 답답하다.

96년 이후, 스키·스노보드 인구가 계속 줄고 있다는 이웃나라 일본의 스키장 사정은 어떨까? 10~20분씩 리프트 앞에서 길게 늘어서 '참을 인(忍)'자를 가슴에 새겨가며 스키를 탔던 사람들에게, 일본 원정은 '포한'을 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스키장'이라는 일본 돗토리(鳥取)현의 다이센(大山) 국제 스키장을 직접 찾아가봤다.

▲ 국내 최정상급 프로 스노보더 윤동혁씨가 다이센 스키장 상급자 코스에서 눈밭을 가르며 활강하고 있다. /사진가 김우일

■ 스키장에서는 통쾌한 질주

인천공항 비행기 출발 시간을 기준으로 요나코(米子) 공항을 거쳐 셔틀버스를 타고 다이센 국제 스키장까지 오는 데 2시간30분. 소요 시간은 큰 부담이 없다. '라이딩(riding)'은 어떨까? 하루는 스노보드, 하루는 스키를 착용하고 초·중·상급자 코스를 두루 오갔다. 우선 흐뭇한 건, 부드럽고 푹신한 눈 상태. 철저하게 자연설 위주로 코스를 관리하기 때문. 이 스키장 관계자는 "스키장 최정상에 제설기가 한 대 있기는 하지만 거의 쓰지 않는다"며 "작년에도 눈이 충분히 올 때까지 기다려 12월 31일이 돼서야 개장했다"고 말했다. 제설기에서 만들어진 눈은 쉽게 얼어붙어 '설원'을 '빙판'으로 만들기도 한다. 한국에서 온 전문 스키어 양연진씨는 "눈이 '파우더'처럼 푸근해 넘어져도 아무렇지 않다"며 "일본 북부 지방 유명 스키장과 달리 눈의 비중이 너무 가볍지도 않아 입자가 많이 흩날리지 않는다"고 했다.

슬로프 숫자는 12개. 국립공원 다이센(大山)의 3개 능선을 깎아 만들어 모두 직선형 코스로 거침없는 활강이 보장된다. 다채로운 초·중급자 코스가 매력적. 리프트 수만 21개다. 국내 정상급인 용평, 무주 리조트의 리프트 수가 15개. 상급자 코스 또한 비교적 완만한 편이라 중급자들도 마음 단단히 먹고 도전해 볼만 하다. 이 스키장 슬로프 정상에 서면 속도에 대한 쾌감에 앞서 압도적 풍경에 감탄이 먼저 나온다. 눈 덮인 산과 시내 너머 동해가 끝 없이 펼쳐져 있다.

이 스키장에서는 리프트를 타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는 법이 없다. 폭 넓은 코스에 비해 일본인 입장객 숫자가 적기 때문. 이는 대부분의 일본 스키장이 안고 있는 고민이다.

이 스키장 오오타 마사오 영업계장은 "1996~7년 시즌만 해도 겨울 한 철 입장객 수가 42만여 명이었는데 요즘은 그 절반인 25만여 명으로 줄었다"며 "스키나 스노보드에 대한 일본 젊은이들 관심이 줄고 있어 고민"이라고 했다. 숲 사이에 좁게 난, 경사진 오솔길로 스키를 타며 새로운 코스를 찾아 다니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이 넓은 스키장의 모든 코스를 섭렵하기에 하루는 부족하다.
 

■ 산에서는 아득한 절경

이 스키장의 또 다른 재미는 스노 슈(snow shoe)를 신고 떠나는 설산(雪山) 트레킹. 스키장 측에 신청하면 스노 슈를 빌려 신고 눈 덮인 산을 산책할 수 있다. 리프트를 타고 상급자 코스 최정상에 내린 뒤 숲 속으로 들어가면, 잔 나뭇가지 하나하나에도 눈이 곱게 내려앉아 완벽하게 순백색으로 뒤덮인 별천지를 만나게 된다. 스노 슈는 알루미늄 재질에 평평하고 보통 신발보다 4~5배쯤 크다. 40여 분만 산 위로 올라가면 스키장에서 보는 것보다 더 놀라운 전경이 펼쳐진다. 내려오는 길에는 눈 덮인 산에서 스키나 스노보드를 즐길 수도 있다. 물론 위험한 모험이기 때문에 '상급자 중 상급자'의 몫이다. 그리고 반드시 가이드의 안내가 있어야 한다. 문의 스노우라이프 (02)973-2799, 다이센 스키장 홈페이지 www.daisen.jp/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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