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약 10위 정도의 재벌이었고, 전세계에서도 100위권의 부호가 팀에 얼마나 투자를 할지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실제 그가 첼시FC를 인수한 이후 10년도 채 되지 않아 첼시FC는 유럽 축구 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하는 등 명문 클럽으로 거듭났다.
뒤를 이어 EPL 팬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던 사람은 맨체스터 시티FC(맨시티)의 만수르다. 만수르는 한국에서도 ‘부호’를 상징하는 대명사처럼 쓰였을 만큼 세계적으로 돈이 많은 사람에 속한다.
로만은 한 때 220억 달러까지 재산을 불린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에 거론된 재산은 112억 달러(15조원) 가량이다. 만수르의 개인 재산은 390억 달러(52조원) 정도로 알려졌는데 그가 관리하는 가문의 재산은 1000조원께로 추정된다.
2. 이번엔 빈 살만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세가자 지난해 10월 같은 리그의 뉴캐슬 유나이티드FC를 인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뉴캐슬의 서포터들은 홈경기장으로 몰려와 마음껏 기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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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과 만수르를 거치면서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인 EPL도 ‘돈’으로 성적이 좌우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졸부’라는 인식으로 기존 축구팬들은 오일 머니의 유입을 꺼려했지만 맨시티는 이제 세계 정상급 클럽의 하나가 됐다.
2조 달러, 우리 돈으로 2800조원을 갖고 있는 비공식 세계 최고 갑부 빈 살만의 팀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지켜보는 것은 축구팬들의 또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3. 최근 방한한 빈 살만이 환대를 받는 것 역시 우리 경제에 빈 살만이 미칠 영향을 긍정해서일 것이다. 왕세자이지만 고령의 국왕을 생각하면 빈 살만은 사우디의 사실상 최대 권력이다.
그가 추진하는 핵심 사업은 ‘네옴시티’, 지구 역사상 최대 도시 프로젝트다. 고대 이집트 파라오들이 사막 위에 지었던 피라미드, 빈 살만이 네옴시티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이 도시는 100% 친환경 에너지로 자급자족하는 시스템을 추구한다. 오일로 막대한 부를 벌여들였지만 이를 넘어서겠다는 의지다. 한-사우디 ‘수소동맹’과 같은 친환경 용어는 그래서 등장했다.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등 한국의 기술력이 수출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사우디는 과거에도 우리에게 낯선 이름이 아니었다. 1970~1980년대 우리 건설 노동자들이 중동에 진출해 외화를 벌어왔다. 사우디 왕가 역시 당시 한국 기업의 기술력에 만족도가 높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4. 로만의 입지는 의외의 곳에서 흔들렸다. 지난 2월 24일에 터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영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감행했는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로만이 제재 대상이 됐다. 결국 로만은 지난 5월 첼시FC의 지분을 팔고 영향력을 잃었다.
만수르와 빈 살만은 입장이 매우 다르다. 그들은 구단주 이전에 ‘부총리’, ‘총리’라는 직함을 달고 있었다. 정치적으로 로만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안정적인 배경을 갖고 있다.
그러나 부와 권력을 모두 쥔 이면에는 아름답지 못한 이야기도 많다. 빈 살만은 손자병법과 윈스턴 처칠의 저작을 즐겨 읽는다. 결국 본인보다 27살이 많은 사촌형을 권좌에서 몰아내고 왕세자에 책봉됐다. 이 과정에서 본인의 할아버지가 내세운 유지였던 ‘형제세습’도 없던 일이 됐다.
왕족 숙청도 감행했으니 더한 권력도 휘둘렀다. 2017년에는 레바논 총리를 납치해 사임을 협박하는 말도 되지 않는 일을 저질렀다. 2018년에 발생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도 의심받고 있다. 여성 운전을 허용하고 여성 참정권을 허용하는 등 개혁 행보 이면에는 필경 경계해야할 면모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