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적 긴장이 세계 경제를 백척간두의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에너지발 충격이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거의 모든 상품의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들고 실물 경제에 큰 타격을 안길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종전이 올해를 넘기면 전 세계가 공멸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섬뜩한 진단까지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군의 선박 통과 지원 작전을 일시 중단한다고 5일 발표했지만 이 지역의 긴장은 여전하다.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로 중국, 인도로 가던 유조선들이 멈춰섰고, 4일엔 이란이 드론 등으로 아랍에미리트(UAE) 최대 석유산업단지인 푸자이라를 공격해 국제 원유 시장이 요동쳤다. 푸자이라는 UAE의 핵심 원유 수출 거점이라는 점에서 미·이란 휴전이 사실상 끝나고 전선이 확대됐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UAE 인근에 정박 중이던 한국 선사 HMM의 화물선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우리 국민도 언제든 물리적 희생자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줬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전쟁은 언젠가 끝나겠지만 에너지 위기의 불은 꺼지지 않을 우려가 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전쟁이 6월 말까지 가면 모든 원유 재고가 바닥날 것”이라며 “유가는 부르는 게 값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쟁 시작 후 2개월은 전 세계가 약 6억~7억 배럴의 비축유 방출로 버텼지만 이마저 한계가 임박했다는 얘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종전 후에도 원유 생산량을 기존의 80%까지 회복하는 데 최소 8~10주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비산유국이면서 하루 290만 배럴을 소비하는 한국으로선 긴장할 소식이다.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5달러 수준이 되면 전세계가 상상 이상의 훨씬 더 나쁜 결과를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듯 전방위 충격이 닥치면 성장률 등 당초 경제 전망치는 의미가 없다. 70년대 오일 쇼크,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을 모두 합친 것보다 거대한 후폭풍이 덮칠 수도 있다. 정부는 물론 기업과 가계는 최악 사태를 염두에 둔 철저한 대비와 각오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