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투자가 마크 앤드리센은 소셜미디어 X에 “딥시크 R1은 내가 본 가장 놀랍고 인상적인 혁신 중 하나”라면서 “AI의 스푸트니크 모먼트”라고 평가할 정도다. 스푸트니크는 1957년 당시 소련(러시아)이 미국에 앞서 인류 최초로 발사한 인공위성으로, 당시 미국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던 바 있다.
딥시크의 가성비 좋은 AI모델 출현으로 뉴욕증시 강세장을 이끈 기술주들의 가치가 정당화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구글, 아마존 등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는 AI데이터센터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고가의 엔비디아칩을 대거 사들이고 있는데, 더는 필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강화된 것이다. 27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엔비디아 주가가 17%가량 급락하며 시가총액이 무려 5890억달러(847조원)가 증발했다. 삼성전자 시총의 두배 이상에 달하는 역사상 사상 최대 규모의 시총이 하루 만에 사라졌다.
딥시크는 과연 스푸트니크 모먼트를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중국판 아마존 ‘테무’처럼 가성비 좋은 생성형AI에 불과한 것일까. 딥시크에 관해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딥시크는 2023년 5월 설립된 중국의 AI회사로, 지난 22일 오픈소스 AI 모델 ‘딥시크-R1’을 무료로 출시했다. R은 강화(Reinforcement)의 약자로 강화학습을 의미한다. 강화학습만으로 학습된 모델인데 저비용으로 개발해 성능도 우수하다는 게 강점이다. 이 제품은 일부 성능 테스트에서 오픈AI가 작년 9월 출시한 추론AI모델 ‘o1’과 동등한 성능을 보였고, 이전 버전인 ‘o1-mini’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딥시크는 미국 AI업체들이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인 600만 달러 미만의 비용으로 단 두 달 만에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딥시크가 개발 경과를 설명한 기술보고서에 따르면 챗GPT와 비슷한 성능의 ‘딥시크’ 개발에 투입된 비용은 557만6000달러(약 78억8000만원)에 그친다. 엔비디아의 저사양 ‘H800 GPU’를 시간당 2달러에 2개월 동안 빌린 비용으로 계산됐다. H800은 미국의 고성능 칩 수출 규제로 엔비디아가 H100 사양을 낮춰 출시한 칩이다. 챗GPT 개발에 1억달러가 달한 것으로 알려진 것을 고려하면 약 20분의 1 수준이다. AI칩으로 활용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수도 10만개가 아닌 2048개에 불과했다.
-딥시크 개발자는 누구?
△중국 광둥성 출신인 1985년생인 량원펑으로, 공학 분야 명문대인 저장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2015년 대학 친구 2명과 함께 ‘하이-플라이어’(High-Flyer)라는 헤지펀드를 설립, 컴퓨터 트레이딩에 딥러닝 기법을 적용해 자금을 끌어모았다.
펀드의 자산은 80억 달러(약 11조5000억 원) 수준으로 불어났고, 량원펑은 소규모 AI 연구소를 운영하다 독립 회사로 분리해 딥시크를 창업했다.
량원펑의 펀드 하이-플라이어는 2019년부터 AI 개발 목적으로 칩을 비축, 거대언어모델(LLM)을 훈련할 수 있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약 1만개를 확보해 AI 칩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실제로 엔비디아의 GPU(H100, H20, H800) 5만개를 보유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2023년 11월 딥시크는 첫 번째 오픈소스 AI 모델 ‘딥시크 코더’를 공개했고, 지난해 5월에는 한층 더 개선된 ‘딥시크-V2’를 출시했다. 이어 12월에는 딥시크-V3를, 지난 22일에는 딥시크-R1을 연이어 공개했다. 딥시크-R1은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무료앱 1위를 차지했다.
-딥시크가 저렴한 기술로 생성형 AI를 개발한 이유는
△미국의 수출 규제로 중국은 최첨단 AI칩을 구매할 수 없다. 이에 엔비디아가 사양을 낮춰 개발한 H800칩으로 생성형AI를 개발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수출 규제가 나오기 전에 중국이 이미 상당량을 구매했거나, 또는 제3국을 통해 우회에 구입해서 AI를 개발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확인된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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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기업이 AI를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엔비디아의 최첨단 AI칩이 필요하다는 게 일반적인 담론이었다. 알파벳, 메타, 아마존 등 하이퍼스케일러가 AI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며 엔비디아의 고가 AI칩을 구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딥시크가 최첨단 AI칩을 사용하지 않고 저가로 생성형AI를 개발하자 하이퍼스케일러의 과잉 투자 우려가 다시 제기됐다. 이에 엔비디아칩 구매가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2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엔비디아주가가 17%나 급락했다. 엔비디아를 추격하고 있는 AMD 주가도 6.37% 급락했다. 초전력 반도체 설계회사 암홀딩스 ADR주가는 10.19%,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업체 ASML 홀딩 ADR도 10.19% 빠졌다. AI칩을 위탁생산하는 TSMC ADR 역시 13.3% 떨어졌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는 9.15% 급락했다.
-전력회사, 유틸리티 주가는 왜 빠졌나
△AI 인프라 특수 기대감에 상승세를 탔던 전력공급업체 콘스텔레이션 에너지는 20.85%, 비스트라 에너지는 28.27%, GE버노바는 21.52% 폭락했다. 데이터센터 전력공급 및 냉각장치 솔루션 기업 버티브 홀딩스 주가도 29.88% 급락했다. 오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투자한 핵분열 원자로 회사 오클로 26% 떨어졌다. 거대한 AI데이터센터를 구동하려면 어마어마한 전력이 필요한데 막상 데이터센터가 그렇게 늘지 않으면 전력 수요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커졌다.
△미 국채금리는 미국의 강한 경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우려에 최근 급등했다. 한 때 5%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예상보다 트럼프 관세 정책이 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최근 하향 안정화 됐다. 그러다 이날 AI 관련 주식이 급락하고 미국 증시가 크게 흔들리자 안전자산인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이에 따라 이날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8.9bp(1bp=0.01%포인트) 빠진 4.534%까지 떨어졌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도 7.3bp 하락한 4.199%를 기록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계속 빠질까
△당분간 딥시크의 성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만약 딥시크가 저렴한 비용으로 생성형 AI를 개발했다는 더 많은 증거가 나온다면 AI과잉투자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AI수요는 계속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딥시크의 발전은 최첨단 칩에 대한 수요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번스타인의 반도체 애널리스트인 스테이시 라스곤은 ‘딥시크는 AI구축의 종말인가’라는 보고서에서 “종말이 아니다”고 글을 적었다. 딥시크가 AI 학습 비용을 절감할 방법을 찾았을지 모르지만, AI 수요는 계속 급증하고 있으며 기술 기업들은 여전히 더 많은 컴퓨팅 성능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이다.
엔비디아도 이날 성명에서 “딥시크(DeepSeek)는 널리 사용 가능한 모델과 수출 통제 규정을 완전히 준수하는 컴퓨팅을 활용해 새로운 모델을 생성할 수 있는 방식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엔비디아는 자사 칩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를 보여준다며, AI추론 작업에는 상당한 수의 엔비디아 칩과 고성능 네트워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딥시크 발전이 자사 칩의 중국 내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고, 향후 딥시크의 서비스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더 많은 칩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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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AI굴기를 막기 위한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AI칩 제조업체와 장비업체에 대해 중국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계속 내놓으면서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예상과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 기업의 AI인 딥시크 출시는 우리 업계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집중해야한다는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의 일부 기업은 더 빠르고 훨씬 저렴한 인공지능 방법을 개발하기를 원한다”며 “그렇게 되면 돈을 많이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좋은 일이다”고 언급했다.
이어 “나는 그것이 긍정적인 일이고 자산이라고 본다”며 “그것(딥시크의 AI 개발)이 정말 사실이고 진실이라면,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여러분도 그렇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면 돈을 많이 쓰지 않고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는 대신 적은 비용을 지출하게 될 것이고,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같은 솔루션을 찾길 바란다”고 했다. 이런 발언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로 수출 규제를 내놓을 가능성은 일단 낮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