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노무현대통령 시정연설

정태선 기자I 2005.10.12 10:37:44
[이데일리 정태선기자]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국회의장과 의원 여러분,

오늘 정부가 편성한 2006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하고 그 심의를 요청하면서,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말씀드리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합니다.

의원 여러분,
참여정부가 반환점을 지나 후반기로 들어섰습니다.

돌이켜보면 참여정부 전반기는 카드채와 신용불량자 문제, 내수위축과 양극화 추세, 북핵위기, 정치·사회적 갈등구조 등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미래를 착실하게 준비해 온 시기였습니다.

무엇보다 신용위기 등 경제 불안을 해소하고 경제시스템을 정상화시키는 한편, 경제의 견실한 회복과 민생안정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원칙과 정도에 충실해 온 결과, 이제 우리 경제는 어려운 시기를 지나 점차 활력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인위적인 부양이 아니라 자생적인 회복을 이루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종합주가지수가 2003년초 600 포인트 수준에서 최근에는 1,200 포인트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고, 물가는 3% 안팎에서 안정되고 있습니다.

일자리도 2003년에는 3만개가 줄어 고용없는 성장이 우려되었으나, 2004년에 42만개, 올해에는 8월말까지 30여만개가 늘어나는 등 고용여건이 점차 개선되고 있습니다. 설비투자와 소비도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입니다.

수출은 유가의 급격한 상승에도 불구하고 2004년에 2,500억불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에도 지난 9월까지 전년 대비 12.4% 성장하여 금년도 목표치인 2,850억불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외환보유고도 2002년말 1,200억불 수준에서 지난 9월말에는 약 2,100억불에 이르며 세계4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정부는 대화와 타협을 우선하되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 왔습니다. 그 결과 노사분규 중심지표인 근로손실일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에는 35%나 감소하는 등 안정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002년 11,500불이던 1인당 국민소득은 올해 16,000불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이런 추세라면 참여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 18,000불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참여정부는 앞으로도 우리 경제가 강한 체질을 가지고 견고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부가 역점을 두어 추진하고 있는 국가균형발전 전략도 본 궤도에 올라섰습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와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 확정, 신활력지역과 기업도시 선정을 통해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습니다.

사회갈등 문제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는 관행을 정착시켜가고 있습니다. 새만금사업 등 대형국책사업에 대해 명확한 원칙을 가지고 관리하고 있으며, 18년을 끌어왔던 원전센터 입지문제도 올해 안에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대외관계도 지혜롭게 풀어왔습니다. 주한미군 재배치와 감축 문제, 용산기지 이전 등 한·미간의 해묵은 현안을 해결해서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다져놓았습니다.

북핵문제도 우리의 주도적 역할과 6자회담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역사적인 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이 모든 일은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하며, 국민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그러나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더불어 사회 각 분야의 의식과 제도를 세계수준에 맞게 선진화해야 합니다.

우선 중·장기적 시각을 가지고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인적자원개발과 과학기술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과 투자로 지속적인 성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자유롭고 투명한 경제시스템과 투자환경을 조성하여 선진통상국가로서의 위상을 구축해야 합니다.

선진국에 비해 낙후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교육환경, 노사관계, 의료서비스 등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해야 합니다.

튼튼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여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정당하게 보호받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의료, 교육 등의 복지혜택을 제공해야 합니다.

장차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저출산과 고령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더 늦기 전에 대책을 세워나가야 합니다.

아울러 사회 각 분야의 불합리한 의식과 관행을 혁신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나가야 하겠습니다.

이 같은 과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면, 빠르면 2008년, 늦어도 2009년까지는 국민소득 2만불, GDP 1조불을 달성하고 국민 개개인의 기본적 삶의 질이 보장되는 선진 사회복지체계를 갖추게 될 것입니다.

정부는 이러한 의지를 2006년 예산안에 담았습니다.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등 꼭 해야 할 일들을 뒷받침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해 의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력을 부탁드리며, 내년도 국정운영 내용을 분야별로 보고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경제분야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무엇보다도 경제 활성화에 최우선을 두고 국정을 운영하겠습니다. 공공부문의 지출을 늘리고 민간자본유치 등 종합투자계획도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각종 규제도 지속적으로 정비하여 기업의 투자환경을 개선하겠습니다.

제조업만으로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성장과 고용창출의 새로운 동력이 필요합니다. 금년에 마련한 ‘서비스경쟁력 강화방안’에 따라 서비스산업이 향후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 육성해 나가겠습니다.

도하개발아젠다 협상과 자유무역협정 체결 등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시장개방과 경제통합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자칫 이 흐름에 뒤쳐질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정부는 ASEAN, 일본 등과 자유무역협정을 내실있게 추진하면서 미국, 중국 등 거대 경제권과의 자유무역협정도 면밀하게 준비하겠습니다. 아울러 국내산업의 경쟁력 제고대책과 취약산업에 대한 보완대책도 함께 마련하겠습니다.

경제자유구역 개발을 본격화하고, 동북아 금융과 물류 허브구축 사업도 차질없이 추진하겠습니다.

무한경쟁의 개방경제 체제 하에서 경제의 기초체력을 강화하고 선진경제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선진화해야 합니다. 통합금융법 제정 작업에 착수하고, 자산운용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등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기업 지배구조도 시장상황을 감안하는 가운데 착실히 개선되도록 함으로써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겠습니다.

공공부문의 재정운영도 성과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이미 국회에 국가재정법안을 제출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특별회계와 기금을 정비하고 예산·회계시스템을 디지털화 하는 등 재정의 효율성과 투명성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겠습니다.

또한 기업과세를 선진화하고 복잡한 세제를 정비하는 등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조세개혁도 추진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최근 경제양극화로 인해 생산성이 낮은 일부 중소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양극화는 세계적 현상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 나라의 장래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온 국민이 지혜를 모으고 양보와 협력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합니다.

정부는 성장가능성이 높은 혁신형 중소기업을 집중 육성하고, 한계기업의 원활한 퇴출 여건을 조성하여 중소기업 전반의 생산성과 경쟁력 향상을 견인하도록 하겠습니다.
불공정 거래와 불합리한 하도급 구조를 개선하는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협력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올해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같은 고유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고유가는 경제 회복의 가장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중동국가와의 협력관계를 지속하면서 비중동 국가와의 전략적인 협력을 통해 수입선을 다변화하겠습니다. 해외자원을 개발하고 신·재생에너지 보급도 2011년까지 총 에너지 소비의 5%까지 확대하겠습니다.

수요 측면에서는 에너지절약시설 투자기업에 대해 융자, 세제 지원을 강화하고, 고효율기기 사용기업에 대해서는 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에너지 이용효율을 높여 나가겠습니다.

정부부터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8·31 부동산종합대책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부동산시장은 8·31 대책을 계기로 빠른 속도로 안정되어 가고 있습니다.

정부는 부동산 과다보유에 대한 세제를 강화하여 투기적 이익을 철저히 환수하고 더 이상 우리 사회에 부동산투기가 발붙일 수 없도록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실수요자가 큰 어려움 없이 내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양질의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특히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2012년까지 국민임대주택 100만호를 건설하는 등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금융지원도 강화하겠습니다.

이제 부동산이 투기의 대상이 되고 집 없는 서민을 울리는 시대는 끝이 날 것입니다.

이번 부동산제도 개혁방안이 정기국회에서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의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드립니다.

의원 여러분,

쌀협상 비준 동의안이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금번 쌀협상 비준 동의안은 어려운 협상 여건에서도 관세화 유예를 10년간 추가 연장하는 등 정부가 최선을 다해 얻어낸 결과입니다.

국회 비준 동의가 늦어질 경우, 금년도 의무이행이 불가능하게 되어 대외신인도가 저하되고 국제적 분쟁이 일어나는 등 국가적 손실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는 선대책·후개방의 원칙아래, 농산물시장 개방 확대에 대응하여 마련한 농업·농촌종합대책과 쌀농가 소득보전대책 등을 차질없이 실천하고 있습니다.

쌀 협상 비준 동의 여부가 선진통상국가로 나아가는 시험대가 되고 있습니다. 비준 동의안을 조속히 처리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다음은 교육·인적자원개발과 과학기술 분야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는 교육·인적자원개발과 과학기술 연구개발이 국가경쟁력의 원천이자 핵심 성장동력입니다.

대통령이 위원장이 되는 국가인적자원위원회와 인적자원혁신본부를 설치하여 국가 인적자원 개발정책 추진체계를 새롭게 정비하겠습니다.

사회와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적자원과 연구성과가 대학의 교육과 연구에 반영될 수 있도록 국가인력수급 전망체제를 구축하고, 산학 협력을 공고히 해 나갈 것입니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의 대학경쟁력은 다른 부문에 비해 매우 뒤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세계적 수준의 교육·연구성과를 내고 있는 1단계 BK21사업에 이어 2단계 BK21사업을 추진하겠습니다. 내년부터 7년간 2조 1천억원을 투자하여 고급인력을 양성해 나가겠습니다.
금년 2학기부터 시작한 정부보증 대학생 학자금 대출제도인 ‘부모마음 학자금 대출’을 계속 확대하여 앞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을 못가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초중등 교육을 정상화하고 공교육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2008년 새로 도입되는 대입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켜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인재가 양성·배출되도록 하겠습니다.

평준화 제도의 틀은 유지하면서도 학교체제의 다양화, 특성화를 통해 평준화의 문제점을 보완하겠습니다. 교원 양성, 연수, 평가 체제를 개선하여 공교육의 질을 높여 나가겠습니다.

국가 인적자원개발 노력과 더불어 정부는 ‘과학기술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인식 하에 창조형 국가기술혁신체계(NIS)를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과학기술부총리제로 행정체제를 개편하였으며, 국가 연구개발예산도 연 10%이상 늘리는 등 투자를 확대하여 왔습니다.

체세포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 추출, 복제 강아지 스너피 탄생, 휴대인터넷 개발 등의 연구성과는 이미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차세대 이동통신, 지능형 로봇 등 미래성장동력산업의 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한국형 고속철도 등 대형국가연구개발 실용화사업을 통해 연구성과를 기업현장에 활용함으로써 국민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다음세대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에 대한 선투자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정부는 과학기술 국채 발행을 통해 투자재원을 대폭 확충하여 전략적으로 중요한 유망 기술분야를 집중 지원하는 등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제2, 제3의 황우석 박사와 같은 과학기술 인재를 배출하고, 앞으로 10년 내에 세계 8대 과학기술강국에 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음은 사회·복지 분야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었고, 빠른 속도로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두가지 모두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입니다만 정부는 의지를 갖고 대처해 나가겠습니다. 사회통합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사회안전망 구축과 저출산대책을 포괄하는 ‘희망한국 21’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최저생계비의 130%까지 완화하여 수급대상자를 확대하겠습니다. ‘위기상황에 처한 자에 대한 긴급복지지원법’을 제정하여 예기치 않은 사고 등으로 위기에 내몰리게 되는 가정을 우선 지원하겠습니다.

의료·주거분야 지원도 강화하겠습니다. 차상위계층 중 18세미만 아동, 임산부, 장애인 등 16만명에 대하여 단계적으로 의료급여를 확대하겠습니다. 2015년까지 다가구 매입임대를 5만호로 확대하여 주거 안정을 지원하겠습니다.

저소득층이 일을 통해 빈곤을 탈출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자활사업대상자를 금년 6만명에서 2009년 10만명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사회적일자리도 금년 7만개에서 내년에는 13만개로 대폭 늘리겠습니다.

선진경제 진입을 위해서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더욱 활성화되고, 저출산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합니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가정과 직장이 양립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습니다. 영·유아 보육료 지원대상과 보육시설을 확충해 나가는 한편, 산전·산후 휴가급여에 대해 정부지원을 확대하고 육아휴직을 장려하겠습니다.

지난 40여년 동안 경제성장을 이끌어 온 노인 계층에 대해 따뜻한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또한 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노인 문제는 미래의 우리 문제이기도 합니다.
정부는 건강하고 보람있는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노인복지 전반에 대한 종합대책을 추진하겠습니다.

올 7월부터 치매, 중풍 등 만성질환으로 고생하는 노인들을 위해 간병, 목욕 등의 서비스를 공적으로 제공하는 노인수발보장제도가 시범 실시되고 있습니다. 2008년 7월에 전면 시행될 수 있도록 착실히 준비하겠습니다.

노인들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확대하고 고령친화산업도 육성하겠습니다.

이러한 ‘희망한국 21’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내년 7월 지방자치단체 민선 4기 출범 전까지 동사무소부터 주민복지·문화센터로 바꿔 일선의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혁신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의원 여러분,

국민연금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입니다.

우리의 국민연금제도는 1988년 도입 당시 3%의 낮은 보험료로 소득의 70%를 보장하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저부담·고급여의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1998년에 국민연금법을 1차로 개정했습니다만, 당시 15대 국회에서 정치적 고려 때문에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003년 16대 국회에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제출하였으나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되었습니다. 2004년 17대 국회에 또 다시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아직까지 본격적인 심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구조로는 국민연금제도의 지탱이 불가능합니다. 더욱이 우리 사회의 노령화가 가속화되고 있어 더 늦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정당이나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국회 내에 자문기구나 특별위원회를 조속히 설치하여 충분한 논의를 통해 범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의원 여러분,

정부는 노사관계 법과 제도, 관행이 국제수준에 부합되도록 합리적이고 선진화된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를 위한 입법과제가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노사정간의 심도있는 논의와 국회차원의 협조를 요청드립니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규모는 외환위기 이후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정부는 비정규직 처우개선과 능력개발 등을 확대 지원하겠습니다.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습니다. 노사정 등 국민 모두의 양보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비정규직 보호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1년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시정과 처우 개선을 위해 비정규직 보호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통일외교안보 분야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9월 베이징 6자회담 공동성명 채택은 그간 한반도 평화를 위협해 오던 가장 큰 장애물을 걷어내는 의미있는 성과였습니다.

정부는 긴밀한 한미공조와 남북대화의 기반 위에서 6자회담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후속조치를 빈틈없이 관리하고 수행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해서 전쟁의 위험을 항구적으로 제거해 나가겠습니다. 나아가 동북아 평화구조를 정착시켜 나갈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의 안보협력체제 정착은 우리의 생존과 번영 전략이자 반드시 실현해야 할 과제입니다.

자신을 지킬 수 없는 나라가 안정과 평화를 누린 일은 없습니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자주적 방위역량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선진 정예강군’ 육성을 목표로 국방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현대전 양상에 맞는 첨단전력 확보와 지휘체계 정비, 군병력 기동화 등을 통해 군 구조를 선진국형으로 개편하겠습니다. 국방관리체제를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개선하겠습니다. 아울러 병영문화도 시대에 맞게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광복 60주년과 6·15 공동선언 5주년을 맞은 올해, 서울과 평양에서 남과 북이 민족대축전을 함께 개최하는 등 남북관계에 큰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남북장관급회담 등 각종 회의가 활발하게 열리고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에는 지금 4,600여명의 북측 근로자와 500여명의 남측 근로자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금강산 관광에 이어 북한의 주요 도시인 개성에까지 관광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에 체류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수가 최근에는 3,000명을 넘어섰습니다. 남북교역도 꾸준히 늘어 2002년 6억 4천만불에서 올해는 10억불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갑자기 흡수통합을 이룬 독일의 경험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과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해마다 1,000억불을 동독쪽 주민에게 15년째 제공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어 독일 경제의 활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경제분야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면서 군사분야 교류도 활발히 추진해나가야 합니다.
이를 통해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공동번영을 함께 추구해 나가겠습니다.

의원 여러분,

6자회담 과정에서도 확인했듯이 주변국과의 긴밀한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주한 미대사관 청사 이전 등 주요 현안이 타결되어 한미관계가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앞으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굳건히 하는 가운데 한미관계가 상호 존중하고 협력하는, 포괄적이고 역동적인 관계로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과의 협력도 확대하겠습니다. 특히, 한일관계에 있어서는 올바른 역사인식에 기초한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겠습니다.

우리는 동남아의 쓰나미와 미국의 ‘카트리나’ 피해 지원에 적극 참여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국가이미지를 높이고, 국력에 상응하는 역할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해외원조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는 역내 21개국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매우 의미있는 국제행사입니다. 이번 회의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 아·태지역의 지속적인 번영에 큰 전기가 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입니다.

다음은 국가균형발전과 정부혁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국가의 균형발전은 우리의 오랜 숙제였습니다.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을 위해 참여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국가균형발전 사업을 이제 하나하나 구체화해 나가겠습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은 여야 합의로 제정된 법에 따라 착실하게 실행하고 있습니다. 도시건설을 전담할 ‘건설청’을 신설하여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100년 앞을 내다보는 한국의 대표적인 계획도시로 만들겠습니다.

금년 6월 정부는 175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혁신도시 입지를 선정 중에 있습니다.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도시건설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기업도시 건설도 차질없이 추진하겠습니다. 이미 선정된 6개 시범지역에 역량있는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여 지역과 기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기업도시 모델을 만들겠습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으로 수도권의 공동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수도권은 국가전체의 균형발전과 조화를 이루면서 성장해 나가야 합니다.
서울은 금융, 경기도는 첨단산업, 인천은 경제자유구역으로 특화하여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수도권에 지식과 기술 중심의 첨단산업과 국제금융·서비스 산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투자계획별로 타당성을 검토하여 추진하겠습니다. 토지이용규제도 단순화, 투명화하는 등 합리적으로 개선할 것입니다.

정부는 오랫동안 외국군대가 사용해 온 용산의 미군 반환부지를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민족역사공원으로 조성하고, 김구 선생 등 독립지사들이 안장되어 있는 효창공원도 민족정기를 고양하는 독립공원으로 가꿔 나가겠습니다.

아울러 오랫동안 출입이 통제되었던 청와대의 뒷산인 북악산을 개방하여 서울시민의 품에 돌려드리겠습니다.

수도권의 대기질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여 살기좋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겠습니다.

지난 8월 고궁박물관 개관에 이어 10월 28일에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국립중앙박물관이 개관합니다. 이를 계기로 문화관광산업도 집중 육성해 나가겠습니다.

이렇게 되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국제경쟁력과 삶의 질은 지금보다 크게 개선되리라고 확신합니다.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착실히 추진해 나가고자 합니다.
지역주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치안행정을 펼치기 위하여 자치경찰제 도입이 필요합니다.

지방의 교육 역량과 주민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교육 관련 의결기구를 일원화하고 교육감 선출방식도 개선해야 합니다. 의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드립니다.

정부는 그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혁신을 가속화하여 국민이 체감하는 ‘일 잘하고 신뢰받는 정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공무원의 생산성 향상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교육훈련도 획기적으로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주민과 최접점에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혁신도 본격 추진하여 좀 더 질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국정감사는 권력형 부정부패나 비리 등 소위 ‘게이트’가 없는 정책국감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는 의원 여러분의 성숙한 의정활동의 성과이며, 아울러 정부가 정경유착을 단절하고 투명한 행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정부는 ‘투명하고 깨끗한 정부’ 실현을 위해 공직사회의 부패를 근절하고 불합리한 관행을 계속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정경유착을 통해 특혜를 받는 관행을 반드시 근절하겠습니다.
의원 여러분,

내년에는 동시 지방선거가 실시됩니다. 내년 선거에서는 지방의원 유급화 등에 따른 선거과열과 혼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정부는 가용한 행정력을 최대한 동원하여 지방선거를 공정하고 철저하게 관리함으로써 17대 총선 이래의 돈 안드는 선거문화를 확고히 정착시키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의원 여러분께서 솔선수범해 주시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선진화된 선거문화의 정착과 더불어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국민의 뜻이 올바로 정치구조에 반영되는 선거제도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현행 선거제도가 국민통합을 이루기보다는 지역주의와 분열을 조장하는 요소가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제 국가장래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입니다.

효율적인 정치체제를 구축하여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도록 선거제도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필요합니다. 정치권과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 지혜를 모아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내년도 재정운용방향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2006년도 예산은 중장기 재원배분원칙과 방향을 제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의 기조 하에서 ‘미래성장동력 확충과 양극화 완화’에 중점을 두고 편성했습니다.

특히 금년에는 국가의 역할과 지원이 필수적인 연구개발, 사회안전망, 교육 등의 분야에 중점적으로 배분하고, 시설투자사업은 종합투자계획(BTL) 등의 민간투자를 적극 유치하는 등 재정운용방식을 선진국형으로 전환했습니다.

내년도 총수입은 금년 대비 5.9% 증가한 235조 6천억원 수준입니다. 이는 세제개편과 정부가 보유한 공기업 주식의 일부 매각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예산과 기금을 합친 총지출 규모는 금년보다 6.5% 증가한 221조4천억원 수준입니다. 세입 여건 등을 감안하여 경상성장률보다 다소 낮은 수준으로 결정하였습니다.

분야별로 배분내용을 보고 드리겠습니다.

우선, 미래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연구개발 분야에 금년 7조8천억원보다 15% 늘어난 9조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배정하였습니다.

미래성장동력산업 육성, 대형연구개발 실용화, 부품소재 기술개발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사업을 중점 지원하겠습니다.

둘째, 사회복지 및 보건분야에 금년의 49조 3천억원보다 10.8% 늘어난 54조 7천억원 수준으로 배분하였습니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 확대와 긴급 복지지원 실시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육아지원 확대와 노인수발보장제도 도입 등 저출산·고령사회대책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셋째, 교육분야 예산을 금년 27조 6천억원에서 29조 1천억원 수준으로 늘리고, 학교 신·증축, 대학 기숙사 건설 등에는 종합투자계획(BTL)을 대폭 실시하겠습니다.

2단계 BK21 사업, 대학의 특성화와 구조개혁, 부모마음 학자금 대출 등의 시책이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지원하겠습니다.

넷째, 국방분야 예산은 금년 20조 8천억원에서 22조 9천억원 수준으로 9.8% 늘렸습니다. 국방개혁 추진과 장병 복무여건 개선을 적극 뒷받침하겠습니다.

다섯째,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예산은 금년 대비 8.4% 증가한 5조 9천억원 수준으로 편성하였습니다. 금년말 종합부동산세 교부금 신설 등에 따라 지방이전 재원도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한편, 민간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할 분야는 재정확대 보다는 투자 내실화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수송·교통분야는 공기업 자체재원과 민간자본 등 다양한 재원을 활용하도록 하고 수자원공사는 광역상수도 사업에, 한국공항공사는 지방공항 건설에 자체 재원을 적극 활용하도록 하였습니다.

농어촌 분야는 132조원 규모의 투·융자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산업·중소기업 분야는 기술개발 및 인력양성과 관련된 사업을 중점 지원할 계획입니다.

종합투자계획(BTL)은 하수관거 정비 등 국민생활에 긴요하나 투자가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사업을 위주로 대상을 확대하여 총 8조 3천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촉진해 나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 내부의 분열과 대립, 갈등이 계속되는 한 모두가 바라는 지속적인 성장도, 선진국 진입도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갈등과 분열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국민통합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양극화 해소, 노사문제, 국민연금 등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여러 경제&8228;사회적 의제들이 있습니다.

과거 스웨덴에서도 당면한 사회적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사회협약(잘츠요바덴협약)을 체결하여 장기간의 경제발전과 사회안정을 실현한 바 있습니다. 또한 네덜란드&8228;독일 등 많은 국가들이 이러한 사회협약을 통해 선진국가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든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경제·사회적 의제를 다룰 사회적 협의의 틀로서 경제계, 노동계, 시민단체, 종교계, 농민, 전문가와 정당 등이 참여하는 가칭 ‘국민대통합 연석회의’ 구성을 제의합니다.

이를 통해 정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주요한 사회문제와 갈등에 대한 대타협이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과 의원 여러분,

우리는 광복 이후 지난 60년 동안 정말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끼니를 걱정하던 최빈국에서 세계 11위의 경제로 발돋움했습니다. 독재의 어둠을 딛고 일어서 모범적인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다시 한번 전진해야 할 때입니다.

새로운 역사를 창조할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선진한국을 실현할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

지역과 계층, 세대를 떠나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읍시다.

국민소득 2만불 시대, 명실상부한 선진한국의 역사를 열어나갑시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5년 10월 12일

대 통 령 노 무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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