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관저 정치' 가능성 속…요동치는 탄핵 정국

[이데일리 김인경 최오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석방되며 한남동 관저에 복귀한 가운데 향후 정국은 윤 대통령의 행보에 따라 요동칠 전망이다. 국회에서 탄핵소추된 윤 대통령은 여전히 직무 정지 상태인 만큼 국정 관여에는 제한이 있겠지만, 복귀 첫날 대통령실에 “국정의 중심을 잘 잡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한 것에서 미루어 ‘관저 정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 석방을 둘러싸고 여야 갈등이 고조되면서 탄핵 찬반 여론 역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 시점과 내용에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석방된 지 이틀째인 9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탄핵 찬반집회가 열렸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 대개혁 비상행동은 서울 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연 후 약 10만여 명이 서울 도심을 행진했다. 탄핵 반대 측에서는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가 한남동 관저 앞에서 주일 예배를 열었고, 보수시민단체 역시 보신각에서 현대사옥까지 행진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석방된 순간부터 ‘관저 정치’가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관저 복귀 직후 정진석 비서실장에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앞으로도 대통령실이 흔들림 없이 국정의 중심을 잘 잡아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당장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문제나 명태균 특검법 처리 등을 두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여야 갈등은 더욱 고조됐다. 국민의힘은 구속 취소 결정 및 석방을 계기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심판 중인 헌법재판소를 향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라며 압박에 나섰다. 이에 비해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에 즉시 항고하지 않은 심우정 검찰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 이후 “민주당은 즉시 심우정 검찰총장을 고발할 것”이라며 “심 총장은 스스로 즉각 사퇴해야 하며, 이를 거부한다면 탄핵을 포함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는 형사재판과 헌법 재판은 독립된 별개의 절차이며 법원이 내란 혐의에 대한 판단으로 구속취소를 결정한 것은 아니란 점에서 윤 대통령의 석방이 헌재의 탄핵심판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이 윤 대통령 수사 과정에 절차적 위법성을 지적한 것이기 때문에 헌재가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또 윤 대통령 측이 법원 결정을 빌미로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뿐만이 아니라 수사기관의 내란죄 수사가 불법임을 주장하면서 헌재에 변론 재개를 요청할 수도 있다.

한편 헌재는 이르면 14일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심리를 매듭짓고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을 종결한 뒤 거의 매일 평의를 열고 사건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이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을 근거로 절차적 쟁점을 추가로 제기할 가능성도 있어 예상보다 평의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선고까지 당초 예상보다 1∼2주 더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윤석열 대통령 석방 이틀째인 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사랑제일교회 연합 예배에서 참가자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