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테크'' 미래 휴게소 불리는 이곳
풀무원푸드앤걸처 운영…안산휴게소 가봤더니
기송관으로 김밥 무인 배송…로봇이 ''웍질''까지
하루 100잔 만들어도 끄떡없는 로봇 바리스타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곧 위에서 ‘짠’하고 내려올 겁니다. 놀라지 마세요.”
설 연휴 둘째 날인 지난 26일 오후 경기 안산시 영동고속도로 안산휴게소. 이곳 푸드코트 카운터에선 방문객들의 시선이 천장을 향해 있었다. 이른바 ‘날아오는 김밥’을 주문 후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이어 김밥을 담은 캡슐이 2층 매장에서 1층 카운터까지 뻗은 약 70m 길이의 투명 기송관을 타고 ‘슈융~’하고 내려오자 사람들의 탄성이 터져 나온다. 전국 휴게소에서 이곳만이 선보이는 디지털 무인 배송 서비스다. 공기의 압력을 이용하는 에어슈터 기술을 적용했다.
| 안산휴게소 1층 식당가 중국집에서 로봇웍을 이용해 음식을 조리하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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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휴게소는 여러 푸드 테크 기술을 적용한 미래 휴게소로 통하는 곳이다. 풀무원(017810)의 식음료 위탁사업 자회사 풀무원푸드앤컬처가 운영 중이다. 영동고속도로 강릉·인천 양 방향에서 진입 가능한 복합 휴게소로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이던 2022년 5월 문을 열었다. 현장에서 만난 방진선 안산휴게소 시설담당은 “비대면 서비스를 위해 기술 도입을 시작했는데 이젠 상징처럼 됐다”며 “현재 일 방문객만 1만 5000명, 명절엔 3만여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귀성객의 주문이 이어지는 1층 식당가 중국집에선 로봇 웍질이 한창이었다. 불꽃 속에서 챙강 챙강 소리를 내며 각종 재료를 볶는 모습이 수준급이다. 바로 ‘로봇웍’이다. 웍에 재료를 넣으면 로봇이 알아서 기름을 두르고 불을 켜 화력을 조절해 볶음 요리를 완성한다. 조리 알고리즘 데이터를 기반으로 요리사의 손동작과 재료 투입 등 자동화 과정을 학습한 덕분이다.
로봇웍이 만들 수 있는 메뉴도 볶음밥, 마라탕, 덮밥 등 8개에 이른다. 특히 사람이 몰리는 명절 등 시기 로봇은 효과적인 보조 수단이다. 무거운 웍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다 보면 팔의 인대가 늘어나는 등 조리사 부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는 음식의 질 등 서비스 하락으로 이어진다. 로봇을 통해 기존 직원의 부담은 줄이고 효율은 높였다는 게 방 담당의 설명이다. 이곳에서는 총 2대의 로봇웍이 있다. 1시간 기준으로 대당 약 25인분, 총 50인분을 조리할 수 있다.
| 꼬마김밥을 담은 캡슐이 2층 매장에서 1층 카운터까지 뻗은 약 70m 길이의 투명 기송관을 타고 내려가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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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웍은 1시간 기준으로 대당 약 25인분, 총 50인분을 조리할 수 있다. 만들 수 있는 메뉴도 볶음밥, 마라탕, 덮밥 등 8개에 이른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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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앤탐스 AI(인공지능) 로봇 바리스타 매장도 휴게소의 백미다. 아메리카노와 라떼 두 가지를 메뉴를 판매한다. 키오스크를 통해 결제하면 투명 창을 통해 로봇이 커피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두산 로보틱스의 관절형 협동 로봇을 배치했다. 일회용 컵을 집어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제품을 담아 제공하기까지 1분이면 끝난다. 방 담당은 “하루에 100잔 이상의 로봇 커피가 팔린다”며 “내부 카페가 닫은 후에도 24시간 운영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여러 편의 시설에 첨단 기술을 적용했다. 양 방향 복합휴게소인 안산휴게소는 강릉 방향 고객은 2층부터 인천 방향 고객은 1층부터 이용할 수 있다. 김밥 매장은 2층에 있지만 기송관 시스템을 이용하면 1층에서도 음식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IoT(사물인터넷) 통신 기반 시설을 갖춘 전기차 충전 라운지도 존재한다. 대형 LED 화면이 실시간으로 차량의 충전 현황을 고객에게 제공한다. 이곳에서 방문객은 충전을 기다리면서 안마 의자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기술을 통해 위생 수준도 높였다. 휴게소는 특성상 불가피하게 공공 물품이 여러 사람의 손을 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곳은 아니다. 가령 푸드코트 수저통에 직접 손을 대지 않고도 수저를 받을 수 있다. 수저통 위로 손을 휙 흔들면 알아서 수저를 내려준다. 방 담당은 “수저통에 센서가 달려 있어 손을 인식하는 원리”라며 “대표적인 비대면 기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 탐앤탐스 AI 로봇 바리스타 매장. 아메리카노와 라떼 두 가지를 메뉴를 판매한다. 키오스크를 통해 결제를 하면 로봇이 커피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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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저통 센서가 있어서 직접 손을 대지 않고도 수저를 받을 수 있다. 수저통 위로 손을 휙 흔들면 알아서 수저를 내려준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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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지향적으로 설계한 내부 디자인도 이곳의 특징이다. 꽃과 빛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루미가든(LUMI GARDEN)’ 콘셉트를 잡았다. 이를 위해 자연채광을 높일 수 있는 천장 시설을 도입했다. 테이블, 파라솔, 화분과 식물을 이용한 플랜테리어도 적용했다. 화장실도 안산휴게소의 자랑이다. 다이슨 헤어드라이어, 핸드폰 살균 장치 등 시설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2023년 안산휴게소(인천 방향)은 제25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에서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다.
안산휴게소는 앞으로도 푸드 테크 등 다양한 기술의 접목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다양한 첨단 기술이 내부 효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고객 재방문율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방 담당은 “조리는 물론 세척 로봇 등 더욱 진일보한 푸트 테크 장비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2층에는 애견 파크 등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구상하고 있는 단계”이라고 밝혔다.
| 안산휴게소 내부의 모습. 꽃과 빛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루미가든(LUMI GARDEN)’이 콘셉트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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