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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선 최근 발표된 1기 신도시 선도지구 3만 6000가구의 조기 착공도 불투명해 보인다.
◇연달아 실패한 공사비 중재 대책
3일 정비업계 및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8·8 대책에서 정비사업장 공사비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한국부동산원 공사비 검증 지원단 인력을 2배 이상 확대하고 검증 단지 수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검증을 지원한 단지 수는 지난해 총 30건이었는데, 올해는 11월까지 29건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인력도 늘지 않았다.
정부는 또 공사비 갈등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조합과 건설사 간 분쟁 빈도가 높은 마감재 종류·수준·비용 등은 입찰참여 시부터 건설사가 상세히 제시해 공사비 증액 검증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다 보니 이를 이행하는 건설사들은 없다.
올해 초에는 공사비 갈등 문제 해결을 위해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를 도입하며 분쟁을 줄이고자 했으나, 이 역시 권고 사항이어서 채택하는 사업장도 없고 시장 반응도 회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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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갈등 중재 대책이 연달아 실패하면서 서울에선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들만 무더기로 쌓이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지속적으로 안전진단 통과 문턱이 낮아지면서 서울에서 안전진단을 통과한 곳은 총 101개 단지(11만 5286가구)다. 하지만 이중 조합 설립이 진행된 곳은 강동구 고덕 주공9단지(1320가구) 단 한 곳이다.
그나마 조합 설립이 추진되는 곳은 목동 신시가지 1~14단지와 강남, 서초구 정도뿐이다. 이 지역들은 주변 시세가 높게 형성돼 공사비가 오르더라도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단 저렴해 미분양 우려가 적은 지역이다.
목동도 사업 진행이 더디다 그나마 50층대에서 40층대로 재건축하기로 합의해 공사비 부담이 줄자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서초구 삼풍(2390세대)아파트는 재건축을 조합방식으로 할지 신탁방식으로 할지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어 확정되면 사업 진행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제외하고는 안전진단을 통과했다고 해도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다. 서울 중심부에 위치해 입지가 좋은 마포구의 도화우성(1222가구)도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현재 조합 설립을 위한 추진위원회의 움직임도 없다. 매물은 있지만 웃돈이 붙어 거래도 되지 않고 있다.
노원구, 도봉구는 지난해부터 총 32개단지(4만 7475가구)가 무더기로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분담금 문제로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국내 한 건설사 관계자는 “주변 시세가 높은 강남지역의 경우 공사비가 비싸져도 분양가가 시세보다 싸서 재건축 진행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지만, 그 외 지역들은 원자잿값이 워낙 높아진 이후로는 공사비 갈등없이 진행되는 곳을 찾기가 힘들다”고 전했다.
◇조기 착공 한다던 1기 신도시 재건축도 ‘불투명’
이런 상황에선 8·8 부동산대책의 또 다른 핵심 주택 공급 대책인 1기 신도시 정비사업도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1기 신도시에서 재건축을 가장 먼지 진행한 선도지구 3만 6000가구를 선정하고 2027년 조기 착공하겠다고 했다. 또 2035년까지 추가 선도지구를 선정해 1기 신도시에 총 10만가구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공사비 갈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 정비사업을 감당할 조합도 시공사도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사업성이 좋을 것으로 보는 성남시 분당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신도시(고양시 일산, 부천시 중동, 안양시 평촌, 군포시 산본)는 노후화된 도시임에도 공급 과잉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 안전진단이나 조합설립 규제 완화로 사업 진행에 속도가 붙기엔 역부족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분당을 제외한 나머지 1기 신도시는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선 추가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 당연히 공사비 문제도 풀어야 하지만, 도시 자체 활력을 불어넣을 산업 단지 등 추가 정책도 나와야 한다”며 “특히 안전진단 후 사업진행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재초환 폐지, 재건축·재개발특례법 마련과 건자재가격 안정대책, 시공-시행사간 분양가 분쟁조정위 적극 활용 등 여러 방면에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