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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미 CNN은 이스라엘군이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 속 신와르의 마지막 모습은 홀로 패배를 눈앞에 둔 가장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였지만, 대부분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그렇게 보고 있지 않다고 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의사이자 팔레스타인 독립 정치인 무스타파 바르구티는 CNN과 인터뷰에서 신와르의 마지막 모습에 대해 “이스라엘의 선전처럼 팔레스타인 민간인 뒤에 숨어 ‘인간 방패’로 삼지 않았다”며 “이스라엘의 포로 뒤에 숨은 모습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와르의 이런 마지막 모습은 대부분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영웅처럼 보이게 할 것”이라며 “하마스 수장의 전술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신와르가 마지막 순간에 보여준 명백한 저항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더 광범위한 역사적 저항의 일부로 인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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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야히아 신와르의 마지막 순간을 담은 무보정 영상’이라며 공개한 48초 길이의 드론 촬영 영상을 보면 드론이 폭격으로 폐허가 된 건물 내 안락의자에 머리와 얼굴을 천으로 가린 채 먼지를 뒤집어쓴 사람이 앉아 있는 모습이 나온다.
이스라엘군은 붉은색 실선으로 이 사람을 표시하고 그가 신와르라고 밝혔다.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 있던 그는 드론을 발견하고 잠시 노려보다 앉은 자세 그대로 손에 들고 있던 막대기처럼 보이는 긴 물건을 드론 쪽으로 던지는 모습이 보인다.
그동안 신와르는 인질을 자신을 보호할 ‘인간 방패’로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사살 현장에는 이런 정황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 신와르는 최후를 맞이할 때 ‘인간 방패’로 사용할 이스라엘인 인질이나 여러 명의 경호 인력을 곁에 두고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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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내부에선 이를 영웅으로 평가한 반면, 이스라엘을 비롯한 서방에선 신와르의 마지막 모습은 하마스의 불안정한 처지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이번에 죽음을 맞이한 순간에는 인간 방패로 내세울 인질도 없었고 자신을 보호할 많은 경호원도 없었을 정도로 가자지구 전체가 이스라엘 공격에 초토화하는 과정에서 하마스가 수많은 조직원과 기반 시설을 잃었다는 것이다. 또 신와르가 은밀하게 이동하려고 했거나 전쟁 중에 경호원들을 다 잃어버렸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신와르가 구타당하고, 박해당하고 도주하다가 죽었다. 그는 지휘관으로서가 아닌, 자기 자신만을 돌보다 죽었다. 이는 우리의 모든 적에게 보내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요새화한 하마스 지하터널은 계속 파괴되고 있으며 쑥대밭이 된 주요 거점인 가자지구 북부는 재건 가능성 때문에 최근 다시 폭격받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은 1년여 전쟁 동안 하마스 조직원 3만명 중에 1만5000명 이상을 죽였다고 추산한다.
신와르 사망 이후 앞으로 몇 주 내에 가자지구 전쟁이 종식되고 나머지 101명의 이스라엘 인질이 석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추측이 나오는 등 국제사회의 염원과 달리 가자 전쟁은 지속 되는 분위기다.
신와르 사망은 가자지구에서 1년 넘게 이어진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심각한 피해를 본 하마스에 큰 타격이지만, 오히려 하마스 지도부의 공백과 혼란으로 휴전과 인질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CNN은 가자지구 내에서도 신와르의 죽음이 가자전쟁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희망은 거의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가자지구 난민 아크람 다부르는 CNN과 인터뷰에서 “신와르는 고귀한 저항자이기 때문에 깊은 슬픔과 고통으로 사망 소식을 접했다”며 “살상에 익숙해진 이스라엘 탓에 그의 죽음 이후에도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난민 사마도 “신와르는 이스라엘의 표적이었고 살해당했다”며 “그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대가는 우리 아이들의 피로 치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