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치매 머니' 될라…재산 지킬 '유언대용신탁'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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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배 기자I 2026.01.09 06:00:21

유언대용신탁 대중화 시대…5년새 5배 쑥
지난해 4.5조 시장으로
고령화·치매 머니 관리 맞물리며 급팽창
은행들도 가입 문턱 낮춰 확산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서울에 거주하는 70대 여성 A씨는 평생을 홀로 살아왔다. 노후 생활을 이어갈 만큼의 자산은 마련해뒀지만 막상 본인 건강이 나빠졌을 때를 떠올리면 걱정이 앞선다. 장기간 간병이 필요해질 경우 누군가 자신의 재산을 임의로 사용하진 않을지, 병원비나 간병비 결제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치료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 때문이다.

기사와 무관함.(사진=게티이미지)
A씨는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은행과 유언대용신탁 계약을 맺었다. 생전에는 기존처럼 자유롭게 재산을 사용·처분하되, 간병기에 접어들면 금융 업무를 대신 수행할 ‘지급 청구 대리인’을 미리 지정해둔 것이다. 이를 통해 판단 능력이 떨어지더라도 자금이 동결되지 않고 병원비·생활비가 안정적으로 집행되도록 설계했다. 사후에는 남은 재산을 자신이 원하는 공익 단체에 기부하도록 한 점도 A씨가 만족한 대목이었다.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국내 유언대용신탁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유언 대용 신탁은 고객 사망 후 금융사가 고객과 계약한 대로 자산을 배분하거나 상속하도록 하는 신탁 상품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8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4조5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직전 해인 2024년 말 3조5000억원을 넘어선 지 1년 만에 1조원 가량 불어난 것이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약 4.8배 이상 급증한 수준이다.

시장 규모가 커지는 배경으로는 고령 인구가 늘고, 상속 재산이 늘어난 점이 꼽힌다. 이혼과 재혼 등으로 복잡해진 가족 구성에 따라 분쟁을 줄이기 위해 유언대용신탁을 찾는 경우도 많다. 특히 최근엔 고령자가 치매 등 인지기능 저하로 관리하지 못하는 이른바 ‘치매 머니’ 관리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송은정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컨설팅부 팀장은 “기대수명 증가로 치매·중병 등 의사결정 능력 상실 기간이 길어지면서, 사후 상속만 대비하는 유언보다 생전 관리와 사후 이전을 함께 설계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재혼가정, 1인 가구, 해외 거주 자녀 등 상속 구조가 복잡해진 점도 자산의 사용 목적과 관리 기준을 생전부터 명확히 정할 수 있는 유언대용신탁이 현실적 대안으로 평가받는 이유”라고 말했다.

여기에 은행들이 최소 가입 금액을 크게 낮추는 등 가입 문턱을 낮춘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KB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 ‘간편형 유언대용신탁’을 출시하면서 최저 가입 금액을 1000만원으로 설정했다. 기존 상품(KB위대한유산신탁)의 최소 가입 금액이 1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한을 없앤 셈이다. 뒤이어 우리은행도 가입 금액을 기존 5000만원을 1000만원으로 대폭 낮췄다.

다만 신탁 가능한 재산 범위를 보다 합리적으로 정비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 팀장은 “현금이나 금융자산 중심에서 벗어나 부동산은 물론 채무까지 포함해 신탁재산 범위가 명확해질 경우, 개인별 상황에 맞춘 활용 가능성이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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