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1.2억 지원, 日은 사업비 60% 지원…우리도 특화지원 시급

김경은 기자I 2025.07.03 05:40:01

[82조 펨테크 시장 잡아라]②걸음마 단계 머문 국내 팸테크
차별적 시선에 투자도 회의적…여성기업 투자액 62%↓
펨테크 기업 71% ‘자금 지원’ 가장 필요
유럽·일본 등 해외는 펨테크 전용 사업 운영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국내 펨테크(여성+기술) 기업 ‘해피문데이’는 체내형 생리대인 탐폰을 이스라엘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기준에 부합하는 생산 공장을 찾을 수 없어서다. 생리는 여성이 약 40년간 경험하는 일상이지만 이와 관련한 국내 시장은 더디게 발전하고 있다는 게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의 얘기다.

김 대표는 “2019년 해피문데이가 출시한 탐폰은 국내 시장에서 6년 만에 나온 신제품”이라며 “오랜 기간 신규 출시가 없었고 제품 다양성도 낮은 품목이다 보니 신규 품목을 등록하는 데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여성 건강 증진은 여성 개인에게도 중요하지만 국가 경제와 사회 발전에 있어서도 대단한 의미를 지닌다”며 “여성을 위한 제품을 빠르고 다양하게 개발 및 실험하고 평가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펨테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국내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펨테크’(FemTech)는 ‘여성’(Female)과 ‘기술’(Tech)을 합친 말로 여성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추는 기술 및 서비스를 의미한다. 인류 절반을 대상으로 한 산업임에도 여성에 국한했다는 이유로 사회적 인식은 물론 투자, 정부 정책 등이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펨테크 기업 10곳 중 7곳 “자금 지원 가장 필요”

2일 여성경제연구소가 지난해 11월 실시한 펨테크 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7.5%는 펨테크 사업의 성장단계가 ‘진입기’에 있다고 응답했다. 이어 ‘성장기’(8.3%)가 뒤를 이었으며 ‘성숙기’를 선택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국내 펨테크 시장은 이제 막 태동하는 단계이며 기업들은 성장 잠재력을 높게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태동기 단계의 시장을 이끄는 기업들은 대부분 스타트업이다. 이들이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투자유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펨테크 스타트업들은 이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입을 모은다. 투자를 결정하는 심사역이 대부분 남성이다 보니 여성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사업 전망을 회의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여성기업의 투자 유치 자체도 저조한 편이다. 벤처정보업체 스타트업레시피의 ‘2024 투자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창업자가 이끄는 스타트업의 총 투자 유치 규모는 1092억원으로으로 전년대비 62% 급감했다. 지난해 전체 벤처투자액과 비교하면 여성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8%에 불과했다.

여성경제연구소 실태조사에서도 펨테크 산업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자금 지원’(70.8%)이 1순위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마케팅·판로지원’(16.7%)이 뒤를 이었고 △규제 해소 △펨테크 산업에 대한 홍보 △유망 기술 및 경영환경 등 정보 제공이 각각 4.2%로 나타났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1.2억 자금에 맞춤 교육까지…해외 사례 보니

정부 지원을 받기도 쉽지만은 않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다양한 기술창업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펨테크 전용 프로그램은 없어 특화 지원 사업이 필요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해외 각국에서는 펨테크 산업 발전과 기업 육성을 위해 별도의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지원 시설인 파리의 ‘스테이션F’를 통해 2017년부터 펨테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여성 건강 관련 신기술을 다루는 스타트업 50개를 선정해 6개월간 전문가 상담, 벤처캐피털(VC) 연결 등을 맞춤 지원한다.

유럽연합(EU) 집행부 격인 유럽위원회는 여성 딥테크 스타트업 지원 사업인 ‘우먼 테크 EU’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올해는 40개사를 선발해 기업당 7만 5000유로(약 1억 2000만원)의 보조금과 함께 멘토링, 교육 등 맞춤형 지원을 제공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펨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실증사업비를 보조하는 사업을 운영 중이다. 임신과 출산, 난임, 갱년기 등 여성 건강과 관련한 제품 및 서비스의 보급 촉진을 위해 기업당 500만엔(약 4700만원) 한도로 사업비의 3분의 2를 보조한다.

윤아름 여성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펨테크 사업 지원을 통해 유망시장에서 여성기업의 활약과 펨테크 시장 활성화를 통한 경제·사회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펨테크 기업들이 향후 계획으로 해외 진출과 고객층 확대를 가장 많이 꼽은 만큼 해외시장 정보 제공이나 판로 지원과 같은 세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