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86주 연속 상승, 규제는 강해졌지만 집값은 더 올랐다[손바닥부동산]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은경 기자I 2026.10.03 07:00:04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규제 강화에도 서울 집값 17.6%↑…역대 최장 상승 기록
공급 불안에 수요 이동 반복…“정책 연결고리 재설계해야”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서울 아파트값이 86주 연속 상승했다. 숫자만 보면 하나의 기록처럼 보이지만 가격지수를 펼쳐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서울은 2025년 2월 3일 87.28에서 2026년 9월 28일 102.62까지 올라섰다. 86주 동안 지수는 15.34포인트, 시작점 대비 약 17.6%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86주 연속 상승하며 역대 최장 상승을 기록한 가운데 지난달 28일 서울 아파트들이 보이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86주 연속 상승하며 역대 최장 상승을 기록한 가운데 지난달 28일 서울 아파트들이 보이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87선에서 출발한 지수는 2025년 6월 89선, 10월 93선을 넘어섰고 2026년 1월 95선, 6월 99선을 돌파한 뒤 9월 102.62까지 올라왔다. 상승 속도는 달랐지만 추세 자체가 크게 꺾이지 않았다.

그동안 부동산 정책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대출규제는 강화됐고 세제도 손질됐으며 대규모 공급계획도 발표됐다. 거래를 어렵게 만드는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서울 전역을 지정했다. 그런데도 서울 아파트 가격지수는 87.28에서 102.62까지 상승했다. 이제는 정책을 얼마나 많이 내놓았는가보다 왜 여러 대책에도 상승 흐름이 이어졌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그래픽=도시와경제)
(그래픽=도시와경제)
그 출발점에는 공급에 대한 불안이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가구를 착공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공급 확대라는 방향은 필요하지만 시장은 2030년의 목표 숫자만 보고 움직이지 않는다. 주택은 계획 발표부터 인허가와 착공을 거쳐 입주하기까지 수년이 걸린다. 특히 서울은 신규 택지가 제한돼 재건축과 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역할이 크다.

시장 참여자가 궁금한 것은 몇 년 뒤 몇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보다 내년과 내후년에 실제 얼마나 착공하고 언제 입주를 하느냐이다. 계획 물량이 많더라도 사업이 지연되면 현재의 공급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 공급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숫자의 크기보다 실행의 신뢰다.

공급에 대한 불안이 남은 상태에서 대출을 강하게 규제하면 수요는 사라지기보다 이동했다. 대출 한도가 줄면 구매력과 거래량은 감소한다. 하지만 15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수 없게 된 사람이 반드시 매수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로 이동한다.

최근 강남권의 상승세가 약해지는 동안 강북과 외곽지역이 상승하는 현상도 이런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서울 전체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상승을 선도하는 지역이 이동했기 때문이다. 지역별 등락이 엇갈리는 상황에서도 서울 전체 가격지수가 86주 동안 상승했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거래량 감소도 가격 안정과 같은 의미는 아니다. 거래를 제한하면 거래량은 줄일 수 있지만 매도자까지 매물을 거둬들이면 시장에 나오는 물량도 감소한다. 결국 소수의 거래가 가격을 결정하는 시장이 형성된다. 거래가 얼마나 감소했는지만으로 정책의 성과를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세금 역시 마찬가지다.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 일부 다주택자나 고가주택 보유자가 매물을 내놓을 수 있다. 하지만 특정 가격대에서 매물이 증가한다고 서울 전체의 수급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고가주택 수요가 중저가 주택으로 이동하면 다른 지역의 가격을 밀어 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제는 부담 수준 못지않게 예측 가능성도 중요하다. 보유세와 양도세, 공제기준과 실거주 요건이 계속 달라진다면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의사결정을 미룰 수 있다. 세제는 단기적으로 매물을 끌어내는 수단이 아닌 장기적인 보유와 매도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매매시장의 규제가 전월세시장으로 전이되는 문제도 있다. 대출을 줄이고 매수를 어렵게 만들어도 주거 수요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집을 사지 못한 실수요자는 전세나 월세에 머문다. 입주물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매수 대기수요까지 임대시장에 남으면 전월세 가격 상승 압력은 커진다.

공급과 대출, 세금은 따로 움직이는 정책이 아니다. 공급 불안 속에서 대출을 조이면 수요는 낮은 가격대로 이동하고, 세금을 높이면 일부 매물은 나오지만 수요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간다. 매수를 포기한 수요는 다시 전월세시장으로 이동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규제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의 연결고리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공급은 발표 물량보다 실제 착공과 입주로 평가하고, 대출은 가계부채 관리와 함께 규제 이후 수요가 어디로 이동하는지 살펴야 한다. 세제 역시 시장 상황에 따라 반복적으로 변경하기보다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정책의 성과를 거래량 감소나 특정 지역의 단기적인 가격 하락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수요를 억제한다고 주거 수요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승을 멈추기 위해 또 다른 규제를 더하기보다 왜 규제가 반복되는 동안에도 가격이 계속 오를 수 있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부동산시장 안정은 수요를 통제하는 정책보다 수요가 원하는 곳에 거래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