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수사착수한 역대급 `김학의 수사단`, 넘어야할 3대 과제

노희준 기자I 2019.03.31 14:28:22

특수통 여환섭 단장 등 13명 인선…주말 반납 자료 검토
이르면 1일부터 계좌추적·관련자 소환조사 곧바로 착수
김학의·윤중천 간 금전거래 사실 및 대가성 입증 필수
수사외압 의혹 규명 난제, 피해자 무고 정황도 변수 돌출
검·경·靑민정·법무부 등 줄소환…내외부 반발도 부담

성폭력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23일 새벽 인천공항에서 태국으로 출국을 시도하다 긴급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져 공항 청사를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 MBC뉴스데스크 화면캡처)


[이데일리 노희준 이승현 기자] 역대 최대규모로 발족한 검찰의 김학의 사건 수사단이 인선작업을 마무리하고 본격 수사에 나선다. 주말 동안 검찰 과거사위원회 자료와 과거 사건 기록 등을 검토하기 시작한 수사단은 다음달 1일 서울동부지검에 둥지를 틀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 수사에 돌입한다.

과거사위가 재수사를 권고한 뇌물 혐의와 수사 외압 의혹뿐 아니라 별장 성(性)접대 등 성범죄 의혹에 대해서도 곧장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검 관계자는 “수사 대상은 (과거사위의) 수사 권고와 관련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문무일 총장 지휘·감독…특수통 여환섭 검사장 수사 진두진휘

문무일 총장이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평가받는 여환섭(51·사법연수원 24기) 청주지검장(검사장)을 수사단장으로 지명한 것은 이번 기회에 국민적 의구심을 확실히 털고 가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내에서는 대표적인 기업 수사 전문가로 손꼽히는 여 검사장은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과 함께 함바(건설현장 식당) 비리,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대우그룹 분식회계, 동양그룹 기업어음(CP) 사기 사건 등 굵직굵직한 수사를 맡아 처리했다. `독종(毒種)`이란 별명이 붙은 여 검사장이 수사단장을 맡았다는 소식에 법조계 안팎에선 `김 전 차관이 임자 만났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

문 총장은 여 검사장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수사력이 출중하고 강직함을 인정받은 바 있다”고 설명한 뒤 “국민의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적 관심이 쏠린 만큼 수사단 역시 매머드급으로 구성했다. 단장과 차장검사, 부장검사를 포함해 검사만 총 13명이 포진했다. 수사관과 계좌 추적 인력 등 지원 인력까지 더하면 수사단 규모는 약 5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인물에 관한 단일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조사 상황과 수사단 판단에 따라 수사 대상이 확대되면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다. 대검 관계자는 “필요한 경우 수사단에서 검사와 수사관을 더 요청할 수 있고 필요하면 증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단을 언제까지 운영할지 기한은 정하지 않았다.

특히 수사의 객관성 및 공정성을 부여하기 위해 수사 결과에 대한 외부점검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수사가 종료되면 수사점검위원회를 설치, 수사 적법성과 적정성에 대한 점검을 부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봉욱(왼쪽) 대검 차장 등과 외부로 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뇌물 대가성·직권남용 혐의 입증 어려움에…검찰 내외부 반발 부담도

수사단은 우선 과거사위가 재수사를 권고한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김 전 차관 간 뇌물 수수, 박근혜 정부 초기 청와대 민정라인의 직권남용 의혹에 대해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뇌물 수수 관련은 금전 거래 물증 확보 및 대가성 입증이, 직권남용 의혹에 대해서는 정황을 둘러싼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직권남용 의혹 핵심이 당시 민정수석실에서 경찰 수사팀에 외압을 가하고 수사팀에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사위가 직권남용 혐의 재수사 대상으로 명시한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중희 변호사는 전면 부인하고 있다.

당장 뇌물 관련 공소시효 문제가 걸림돌이다. 지난 2007~2008년 김 전 차관에 대한 성 접대는 구체적인 뇌물액수 산정이 어려워 일반 뇌물죄로 처리되는데 이 경우 5년의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됐다. 다만 윤씨 진술을 토대로 2005~2012년 김 전 차관 간 금전거래 등을 물증을 확보, 포괄일죄(여러 개의 행위가 포괄적으로 하나의 죄를 구성)를 적용하면 뇌물액수가 늘어나 공소시효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특가법)에 따라 뇌물수수액이 3000만원을 넘으면 공소시효가 10년으로, 수수액이 1억원 이상이면 15년으로 각각 늘어난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라인의 외압 의혹 수사도 만만치 않다. 곽 의원과 이 변호사 역시 검찰에서 20년 이상 보낸 특수통인 데다 곽 의원은 현역 야당 국회의원이다. 당시 법무부 장관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연루 의혹까지 수사 대상을 넓힐 경우 자유한국당의 거센 반발이 불보듯 뻔하다. 법원이 공무원 직권남용 혐의를 좁게 판단하는 추세여서 청와대 민정라인의 경찰 및 검찰 수사 관여·개입에 대해 이 혐의를 적용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 수사와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했던 2013~2104년 1·2차 검찰 수사 등 부실·은폐 수사 의혹 규명도 난제다. 당시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지휘라인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해 조직 안팎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사위 권고 사안에는 없지만 이 사건의 발단인 특수강간 등 성범죄 의혹도 수사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정치권에서 불거진 김학의 CD 등이 의혹을 풀어줄 핵심 물증이 될 수 있다. 다만 진상조사단 조사 결과 윤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일부 여성들이 과거 윤씨의 동거녀 사주를 받고 윤씨를 무고를 한 정황이 나타난 점은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수사단은 1일부터 계좌추적과 관련자 소환 조사 등 강제수사에 곧장 착수할 방침이다. 여 검사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어떤 수사도 쉬운 것은 없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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