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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오전 10시30분 휴가를 시작했다”며 “문 대통령은 평창과 진해에서 휴가를 보내고, 토요일에 복귀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당초 29일로 예정됐던 휴가 출발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하루 늦춰진 것이다. 역대 대통령의 관계대로 7월말 8월초 휴가를 선택한 것이다. 이번 휴가에는 경호실장과 제1부속실장만 동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휴가 첫날 일정과 관련, “문 대통령은 오늘 평창올림픽 시설을 관람하고 관계자들을 격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휴가 기간 동안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상황을 점검한 뒤 경남 진해로 이동해 남은 휴기기간을 보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의 이번 여름휴가는 특별한 구상보다는 편안한 휴식에 방점이 찍혀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휴가 구상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번에 어떤 구상을 하시느냐고 물어보는데 구상은 없다. 책도 안 읽으실 것”이라고 농담을 건넨 뒤 “대통령께서는 이번에 정말 푹 쉬겠다는 생각이다. 김정숙 여사와 두 분이서 조용하고 쉬고 산책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취임 이후 80여일을 쉼없이 달려왔다. 지난 5월 22일 하루 연차를 내고 경남 양산 사저를 다녀온 적이 있지만 이마저도 취임 초 정국구상을 겸한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조기 대선의 여파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조차 없는 악조건 속에서 1기 내각 및 청와대 참모진 구성을 위해 공을 들였다. 또 일자리 추경과 정부조직개편안 처리와 관련해서는 야당의 반대 때문에 적잖은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아울러 한미정상회담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등 열흘에 이르는 미국·독일 순방일정마저도 소화해야 했다.
아울러 보통 경호상의 이유로 휴가장소를 비공개하는 것과 달리 전격 공개한 것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우리나라가 개최하는 최대 국제행사이지만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와 연결되면서 국민적 관심이 저조한 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평창 동계올림픽 D-200일을 맞아 “평창 동계올림픽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치르는 대규모 국제 행사다. 반드시 성공시킬 책무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국민적 축제로 승화하고 북한의 참여를 통해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다만 여름휴가를 떠나는 문 대통령의 속내는 편치 않다. 우선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화제의를 일축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하는 등 한반도 정세가 여전히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더구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기조 속에서도 남북대화에 무게를 둔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베를린구상’은 북한의 잇단 도발로 점차 힘을 잃고 있다. 아울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미중간 힘겨루기 속에서 우리 정부의 난처한 입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문 대통령은 이 때문에 여름휴가 기간 동안 남북관계 구상은 물론 한반도 4강 외교의
추진방향 등을 놓고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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