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올 뉴 투싼' 1.6 터보 가솔린 2WD 인스퍼레이션 보기보다 민첩한 193마력 가솔린…합류·추월도 거뜬 부드러운 승차감·믿음직한 주행보조…SUV 기본기 탄탄
[고양=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잠시 미국인에 빙의해보기로 하자. 평일에는 출퇴근과 장보기를, 주말에는 가족을 태운 여행까지 자동차 한 대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숙명이다. 몇 번 조물딱거린 뒤 잊어버릴 화려한 기능보다는 넉넉한 공간과 편안한 승차감, 뻥 뚫린 도로를 박차고 나갈 힘부터 따지게 된다. 차가 멈추면 일상도 ‘올스톱’인 만큼 차를 고르는 눈높이가 여간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디 올 뉴 투싼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그런 미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꾸준히 받아온 차가 바로 현대자동차 투싼이다. 국내에서도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면 어깨가 한층 더 으쓱해진다. 요란한 장점 하나를 내세우기보다는 SUV로서 갖춰야 할 탄탄한 기본기와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를 무기로 삼았다.
그렇다면 5세대 완전변경 모델 ‘디 올 뉴 투싼’도 실용적이고 까다롭기로 정평 난 미국 소비자의 마음을 꽉 붙잡을 수 있을까. 지난 7일 경기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미국인을 빙자해 신형 투싼의 운전대를 잡아본 결과, 필요한 능력치를 빈칸 없이 채운 ‘딴딴한 육각형 SUV’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았다.
디 올 뉴 투싼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시승 코스는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김포의 한 카페까지 왕복 약 90㎞로 일반도로, 고속도로, 자동차전용도로를 두루 거쳤다. 시승 차량은 1.6 터보 가솔린 2WD 인스퍼레이션 모델이다. 최고출력 193마력, 최대토크 27.0㎏f·m를 발휘하는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최고출력은 기존 모델보다 13마력 높아졌다.
첫인상은 제법 강렬하다. 각진 차체에 근육을 한껏 부풀린 듯한 생김새다. 다소 과감한 디자인이 일부 소비자에게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세련된 인상을 준다.
디 올 뉴 투싼 운전석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실내는 대중형 모델이라는 이유로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없다. 널찍한 센터 디스플레이와 물리 버튼을 조합한 구성은 한 체급 위 차량 못지않게 세련됐다. 뒷좌석과 트렁크도 감탄이 나올 만큼 널널하지는 않지만 가족용 SUV로 쓰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뜻밖의 매력은 주행에서 드러난다. 차체가 결코 작지 않은데도 출발 반응은 예상보다 날렵하다. 액셀러레이터에 힘을 주면 뜸 들일 새 없이 치고 나가고, 고속도로 합류나 추월에서도 힘이 모자라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전기차인가?’ 싶을 만큼 반응이 빠르고 시속 100㎞까지의 가속도 시원스럽다.
디 올 뉴 투싼 내부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운전대에는 적당한 손맛이 있다. 지나치게 가볍지도, 부담스럽게 묵직하지도 않다. 브레이크 역시 페달을 밟은 만큼 속도를 덜어내는 과정이 자연스럽다. 운전의 재미와 편안함을 함께 챙기려 했다는 개발진의 설명이 빈말은 아니었다.
승차감은 부드러운 쪽에 무게를 뒀다. 평탄한 도로에서는 차체가 노면 위를 사뿐히 미끄러지는 듯하고, 고르지 않은 노면에서도 잔진동이 크게 전해지지 않는다. 가족 모두가 편안해야 하는 SUV의 본분을 충실하게 지킨 셈이다.
디 올 뉴 투싼 내부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다만 급커브를 돌아 나가거나 조향 방향을 빠르게 바꾸면 차체가 좌우로 한 박자 출렁인다. 차체를 팽팽하게 조여놓은 스포츠 SUV의 감각까지 기대할 차는 아니다. 경쟁 차종들이 스포티함을 앞세우고 있는 가운데 투싼은 편안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서스펜션을 조율했다.
운전자 보조 기능은 충분히 믿을 만하다. 차로 유지 보조 기능은 차량을 차로 중앙에 안정적으로 붙들고,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도 앞차를 따라 속도를 조절하는 과정도 자연스럽다.
디 올 뉴 투싼 트렁크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저속에서는 엔진음과 진동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속도를 높이면 엔진음과 풍절음이 실내로 제법 파고든다. 고속 주행에서까지 ‘도서관처럼 조용하다’고 치켜세우기는 어렵다.
시승을 마친 뒤 계기판에 표시된 평균연비는 8.9㎞/ℓ. 썩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가속 성능을 적극적으로 확인했고 정체 구간도 포함됐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디 올 뉴 투싼 (사진=현대자동차)
최대 관건은 결국 가격이다. 신형 투싼의 판매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주행 성능과 안전·편의사양을 개선한 만큼 가격 인상 요인은 충분하지만, 투싼의 주요 수요층에게 가격은 구매 여부를 가르는 현실적인 경계선이다.
가족용 SUV에 필요한 덕목을 하나씩 짚어보면 빠지는 구석이 없다. 깐깐한 아메리칸들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육각형 SUV’다. 이제 가격표만 눈치 있게 등장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