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목소리 외면한 컵 따로 계산제[생생확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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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I 2026.01.08 06:00:00

기후부 ''컵 따로 계산제'' 발표 이후 카페 혼란 지속
머그컵 이용에도 비용 부과시 굳이 사용할 이유 없어
''텀블러 이용시 할인'' 역주행…할인폭 되레 줄어드나
이르면 연말 본격 시행…사회적 논의 충분히 거치길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정부가 하라고 하면 따라야겠지만…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부담되는 건 당연하고 손님들도 좋아하시지 않고요.”

서울 광진구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A사장은 한숨을 푹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평소 웃는 얼굴이 트레이드마크인 그는 ‘컵 따로 계산제(컵 가격 표시제)’에 관해 묻자 평소와 달리 어쩔줄 몰라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달 발표한 탈 플라스틱 종합대책에 컵 따로 계산제가 포함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추진 중인 컵 따로 계산제를 둘러싸고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회용 컵 사용은 카페 뿐 아니라 햄버거 등을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식당에도 해당되지만, 소상공인 비중이 약 90%에 달하는 카페 사업자들이 가장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다.

카페 사업자들은 익히 알려진 것처럼 영수증에 컵값을 따로 표기했을 때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종이쇼핑백 이용시 100원을 부과하듯 컵값도 받은 것으로 영수증에 표기해야 하는데, 물건은 쇼핑백에 담지 않고도 들고갈 수 있지만 음료는 컵 없이 불가능하다. 머그컵 이용시에도 컵값을 부과한다는데 그렇다면 굳이 판매자나 소비자나 본인의 강한 의지가 없을 경우 머그컵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

일부 카페에서 제공 중인 ‘텀블러 이용시 할인’ 혜택도 달라질 수 있다. 현재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의 경우 텀블러 이용시 400원 할인, 커피빈은 300원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 중인데 일반 카페는 할인폭이 천차만별이다. 일회용 컵이나 머그컵을 이용할 때 100원을 부과한다면 텀블러 할인은 100원만 제공해도 된다는 의미인가.

이밖에 ‘일회용 컵 이외에 뚜껑과 슬리브 값을 별도로 책정할 것인지’, ‘일회용 컵값을 일괄 적용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문은 이어진다.

문제를 키우는 것은 지난달 컵 따로 요금제 발표 이후 정부의 대응방식이다. 컵값을 따로 부과할 경우 커피값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자 기후부는 발표한 지 며칠 만에 가격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영수증에 컵값만 표기하는 방식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사업자들이 머그컵 이용도 세척 및 관리비 부담이 있다고 이야기하자 여기에도 비용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세심하게 살펴 정책을 발표한 것이 아니라 일단 발표부터 하고 문제가 제기되면 땜질식으로 처방하는 느낌이다.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일회용 컵 정책을 두고 약간 탁상행정 느낌이 난다고 언급했는데 이번에도 탁상행정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쯤되니 앞서 발생했던 종이빨대 사태가 눈 앞에 떠오른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22년 환경부는 플라스틱 사용 빨대 및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전면 제한했는데 현장 반발이 이어지자 1년의 계도기간을 뒀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3년 관련 규정은 무기한 유예됐다. 수억원의 비용을 들여 종이빨대 생산 설비를 들여놨던 빨대 생산 중소기업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았다.

기후부는 컵 따로 계산제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으며 모든 것은 각계 의견을 듣고 결정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아쉬운 건 앞서 컵 따로 계산제를 발표하기 전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받는 카페 관계자의 입장을 거의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도 도입에 앞서 사회적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땜질식 처방만 거듭한다면 제 2의 종이빨대가 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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