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앤랩's IP법]상표 등록 전 권리침해 당했다면 '이것' 확인해야

김국배 기자I 2022.10.21 09:48:54
신상민 법무법인 에이앤랩 변호사


[법무법인 에이앤랩 신상민 변호사] 최근 인기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기획사 하이브가 ‘보라해’라는 단어의 상표권 출원을 신청했다가 등록을 거부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보라해’는 2016년 11월 BTS의 팬미팅 현장에서 멤버 뷔가 만든 신조어다.

사실관계는 이렇다. 2020년 9월 한 네일아트 업체에서 ‘보라해’라는 단어를 상표 출원했다. 당연히 항의가 빗발쳤고, 업체는 출원을 취소했다. 이후 하이브에서 상표권 보호를 위해 회사 명의로 상표를 출원했으나, 특허청은 ‘신의칙에 반했다’며 등록을 거부했다. 결국 뷔가 출원인이 돼야만 등록이 마무리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상표권이 등록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업체가 ‘보라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가능할까. 상표권이 등록돼 있지 않으니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을까. 등록하기 전 출원은 한 경우라면 어떨까.

일반적으로 상표권은 ‘등록이 된 이후’에 대세적, 배타적인 독점권이 인정되기에 법적 조치도 등록 이후에만 가능하다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상표권이 등록되지 않았더라도 출원한 상태라면 손실보상청구권을 통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손실보상청구권은 위법 행위 없이 발생한 손실에 대해 보전을 요구하는 것으로 손해배상청구권과는 법적 성격을 달리한다. 상표법상 손해배상청구권은 타인의 위법한 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경우에 이에 대해 회복을 구하는 것이다. 이미 등록된 상표가 권리를 침해받은 경우에만 적용되기에 ‘등록 이전’의 출원자에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간혹 등록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해 법적 조치를 고려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최근 상표 출원 신청 수가 증가함에 따라 최악의 경우 등록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할애되고 있어 가만히 있다간 예상치 못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손실보상청구권이 발생하려면 침해 행위자에게 출원 사실을 고지한 후 서면 경고를 진행해야 한다. 이때 침해 행위자는 정당한 권원이 없는 제3자로서 상표등록출원에 관한 지정상품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를 사용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서면 경고는 출원 공고 이후에 진행되지만, 사안이 급한 경우 출원 공고 이전이라도 당해 상표등록출원 사본을 제시함으로써 서면 경고를 진행할 수 있다. 청구권은 경고가 그 발생의 필수적 요건이기에 침해 행위자가 악의적 의도로 사용하고 있더라도 경고를 하지 않으면 손실보상청구권은 발생하지 않는다. 서면 경고를 하면 상표권 설정을 등록할 때까지 발생한 업무상 손실에 대해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데 침해 행위자로 인한 상표 사용이 출원인에게 업무상 손실을 끼쳤을 것을 요하고 있다.

손실보상청구권은 등록된 상표와 달리 손해액 추정 규정이 준용되지 않기에 출원인이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해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에 관련 사건 경험을 갖춘 법률 대리인과 절차를 진행하려는 이들이 느는 추세다.

경고장을 작성할 때 유의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반드시 ‘출원된 상표이므로 상표권 침해시 보상의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을 적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추후 분쟁 발생시 침해 행위자가 ‘출원된 사실을 몰랐다’고 부정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손실보상청구권은 서면 경고를 진행한 이후 바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표권 설정을 등록한 이후에야 행사가 가능하다. 상표가 출원되거나 출원 공고가 됐다고 해서 모두 상표로 등록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표권이 최종 등록되지 않았음에도 사전에 청구를 할 수 있게 권리를 부여하진 않는 것이다.

반대로 해석하면 상표권이 등록되지 않으면 사전에 서면 공고 조치를 취했더라도 손실보상청구권도 행사할 수 없다. 즉, ‘정지조건부 권리’이기에 포기, 취하, 무효, 상표등록 거절 등이 확정된 때에는 그 손실도 계산할 수 없다. 손실보상청구권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상표권 설정이 등록된 경우에도 무기한적으로 사용 가능한 것이 아닌 일정한 기간의 제약을 받는다. 민법 제766조의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 규정이 일부 수정돼 준용되고 있어 당해 상표권의 설정등록일을 기준으로 3년 내에 행사하거나, 제3자가 정당한 권원 없이 출원등록한 상표를 사용한 날을 기준으로 10년 내에 행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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