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상원은 이날 아시아계 증오범죄 방지 법안을 찬성 94표, 반대 1표로 가결했다. 당초 공화당 일부 의원들의 반발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졌다. 지난 2주 동안 초당적 협상을 진행한 결과로 풀이된다.
미 각지에서는 그동안 동양인을 향한 묻지마 폭행 등 다양한 증오범죄가 발생해 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관련 범죄가 급증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미 증오·극단주의연구센터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미국 내 16개 대도시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는 149% 증가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언어장벽, 보복우려 등으로 신고를 꺼려 왔다. 그러다가 지난달 애틀랜타에서 총격 사건을 계기로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애틀랜타 총격 사건으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아시아계 6명이 목숨을 잃은 뒤, 미 전역에서는 증오범죄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미 의회도 관련 법안 입법에 착수했다.
이날 상원을 통과한 법안은 민주당 소속 메이지 히로노 상원의원과 그레이스 멩 하원의원이 공동 발의한 법안을 토대로 작성됐다. 법안에는 증오범죄를 신속하게 검토할 수 있도록 법무부 공무원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법무부 장관이 주·지방정부에 온라인으로 증오범죄를 신고·보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관련 지침을 내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핫라인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동안 증오범죄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증오범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공공교육을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위해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번 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미국에 너무나 명백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증오범죄는 용납될 수 없다. 연방 법 집행관들은 이를 탐색하고 억제하기 위해 권한 내 모든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지난 19일 뉴욕시 맨해튼 코리아타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법안 처리를 촉구한바 있다.
슈머 대표는 또 “지난 6년간 우리는 초당적 입법과 관련해 적시에 협력할 기회가 너무 적었다”며 “이번 법안 통과는 선의를 가지고 서로 협력했을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줬다”고 평했다.
지난 2주 간 초당적 협상에 참여했던 공화당 소속 수잔 콜린스 상원의원은 “인종, 출신국 및 기타 (신체적) 특성에 편견을 가지고 행해진 범죄는 용납될 수 없다”며 “법안은 그러한 행위를 비난하며, 끔찍한 범죄를 해결하고 중지할 수 있도록 법 집행관 등 추가 자원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미 하원은 다음달 이 법안에 대한 검토에 착수할 예정이다. 앞서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내달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예고한바 있다.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이어서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법안에 대해 지지를 표명한 만큼, 그의 승인 후 발효까지 입법 절차가 신속하게 마무리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