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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G20 의장국인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9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 실무협상을 통해 ‘G20 뉴델리 리더 선언’이란 이름으로 공동선언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공동선언문엔 우크라 전쟁에 대해 유엔 헌장에 따른 결의안을 인용해 전쟁에 대한 원론적인 입장을 담았으며, 작년과 달리 직접적으로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하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FT는 “바뀐 표현은 러시아와 우크라 중 누가 전쟁에 책임이 있는지 따지지 않고 양측이 같은 비중으로 연루된 것처럼 암시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처럼 표현이 완화된 것은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이 컸다. AP통신은 “러시아와 중국은 작년 발리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표현에도 반대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침략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서방 외교의 실패’라는 평가가 나왔다. FT는 “러시아를 비난하고 우크라를 지지하도록 설득한 서방 국가들에 타격을 입혔다”고 지적했다. BBC는 “전쟁을 어떻게 규정할지 놓고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와의 논쟁에서 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이와 달리 작년 7월 체결한 흑해 곡물협정의 완전한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되는 등 서방과 러시아 간 갈등의 골을 메우며 타협한 점은 높게 평가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서로 외교적 승리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됐다”고 진단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러시아의 흑해 곡물 협정 복귀 요구나 국가의 영토 보전을 존중하는 유엔 헌장 원칙을 채택한 것은 잘된, 강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명분 대신 실리를 얻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서방 측의 한 고위 관계자는 FT에 “러시아에 대한 비판이 삭제되면서 대신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재개 촉구와 같은 사안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매우 어려운 협상의 결과로 균형 잡힌 내용이 담겼다”며 “브릭스 및 파트너들의 집단적 입장이 결실을 봤다”고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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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우크라는 반발했다. 올레그 니콜렌코 우크라 외무부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G20은 자랑스러워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크라가 이번 회의에 참석했다면 참석자들이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무엇보다 아프리카 국가 연합체인 아프리카연합(AU)이 회원국으로 합류한 소식이 주목을 받았다. 단체 회원국 가입은 유럽연합(EU)에 이어 두 번째인데 글로벌 사우스의 맹주로서 인도의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국가들과 중·러의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앞으로 인도가 제3세계 국가들의 목소리를 모아 식량과 에너지 위기, 기후변화 등과 관련해 부유한 국가들에 더 큰 부담을 지우고,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도록 압박해나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불참한 가운데 중국은 미국 견제를 이어갔다. 공동선언에 미국이 오는 2026년 G20을 개최할 계획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는데 중국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중국은 반대 사유는 밝히지 않고, 이의 제기가 있었음을 기록으로 남겨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