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지난달 말 당뇨치료제 ‘아반디아’의 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아반디아의 성분 ‘로시글라타존’을 포함한 복합제 ‘아반다릴’과 ‘아반다메트’의 허가증도 반납했다. 국내에서 팔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이다.
잘 나가던 아반디아는 돌연 한 연구결과의 발표로 운명이 뒤바뀌었다. 지난 2007년 클리블랜드 클리닉 스티븐 니센 박사가 2만8000명의 환자가 참여한 42건의 임상결과를 분석한 결과, 아반디아가 심장병 사망 위험과 심장발작 위험을 각각 64%, 43% 높인다는 연구논문을 발표하면서 아반디아의 부작용 논란이 촉발됐다.
이후 미국, 유럽 등에서 아반디아의 사용을 제한하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도 지난 2010년 아반디아를 다른 약으로 대체할 수 없는 환자에게만 의사 판단하에 제한적으로 사용을 허용하며 사실상 사용 중지 결정을 내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역전되기 시작했다. 2014년 11월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은 임상 결과를 재분석한 결과 아반디아의 심혈관계 위험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 사용제한을 해제했다. 지난달에는 아반디아에 적용했던 위험성 평가(REMS)를 최종적으로 해제했다.
부작용 논란 7년 만에 사실상 아반디아의 ‘무죄’를 인정한 것이다. 사실 업계나 의료진에서는 아반디아의 재출시를 점치는 시각이 많았다. 실제로 GSK 내부적으로도 재출시를 신중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반디아의 무죄가 확정되자마자 GSK는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그동안 흘러간 시간이 ‘독’이 됐다. 시장 변화로 아반디아의 설 자리가 좁아진 것이다. 최근 당뇨약 시장은 인슐린 분비 호르몬 분해효소(DPP-4)를 저해하는 ‘DPP-4 억제계열 약물로 재편됐다. 자누비아(MSD), 트라젠타(베링거인겔하임), 가브스(노바티스) 등 당뇨약 선두 제품 모두 DPP-4 억제 약물이다.
GSK 관계자는 “뒤늦게나마 부작용 오해를 풀게 돼 다행이다”면서도 “그동안 치료 패턴도 많이 바뀌는 등 다양한 요인을 검토한 결과 재출시를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GSK가 최근에는 백신 등을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등 사업 전략을 개편하면서 아반디아의 명예회복은 물거품이 됐다.
아반디아는 억울한 누명을 쓴 셈이 됐지만 국내 제약업계에 남긴 유산은 있다. FDA의 조치로 국산신약인 종근당(185750)의 ‘듀비에’의 허가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허가받은 듀비에는 아반디아와 같은 TZD 계열의 로베글리타존 성분 약물로 개발 과정에서 아반디아 부작용 논란이 불거져 상업화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FDA가 아반디아 ‘면제부’ 움직임을 보이면서 가까스로 허가를 받았다. 듀비에는 연 매출 100억원 돌파가 예상될 정도로 상업적으로 순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