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審)봤다!]“AI 파도 타려면…현지화된 글로벌 ‘조력자’ 필요”

박소영 기자I 2025.11.03 08:20:00

김민주 스톰벤처스 파트너 인터뷰
포폴사 든든한 ‘조력자’가 좋은 VC
피지컬 AI 큰 韓…관련 투자 관심
“스케일업, 회사만의 철학으로 도와”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벤처캐피탈(VC)의 중심이 되는 인물은 누구일까요. 펀드 조성, 투자 집행, 포트폴리오사의 성장 지원, 엑시트까지 업무 전반을 끌고 가는 ‘수석 심사역’이 꼽힙니다. ‘심(審)봤다!’는 VC 업계의 산삼 같은 존재들인 수석 심사역들의 생각을 담은 시리즈입니다. 심사역을 뜻하는 살필 심(審)의 의미도 있습니다. 각 하우스 수석 심사역과 만나 그들이 단순히 딜(deal) 소싱을 넘어 펀드 전체 전략과 운영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들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현지에 대한 풍부한 이해’

경쟁력 있는 벤처캐피털(VC) 모델에 대해 묻자 김민주 스톰벤처스 파트너는 이같이 짚었다. 인공지능(AI)이 전 세계를 뒤흔들면서 이제 스타트업들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해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이때 글로벌 시장의 기술 변화를 시시각각 파악하면서 동시에 현지화가 가능한 VC 모델이 앞으로 가장 잘 작동할 것이라라는 의견이다.

김민주 파트너는 일반 기업과 컨설팅 회사를 거쳐 벤처 생태계에 합류했다. 김 파트너는 “스타트업은 회사를 만들고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며 구성원과 투자자에게 결과로, VC는 투자 후 그 성과와 회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진다”며 “스스로 역량을 계속해서 키워나가야 한다는 두 세계의 문법이 인생의 지향점과 맞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벤처캐피탈리스트에 대해 미래를 바라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는 일을 하는 직업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VC는 미래를 조금 미리 보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그 미래를 완성하는 일을 한다”며 “그러나 일의 호흡이 긴 만큼 포트폴리오사의 든든한 조력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좋은 VC라고 본다”고 했다.

김민주 스톰벤처스 파트너. (사진=스톰벤처스)
◇ AI라는 파도 탈 스타트업 발굴에 주력


김 파트너는 최근 수석 심사역에서 파트너로 승진했다. 스톰벤처스 투자팀은 풀스택(Full-stack) VC를 지향한다. 모든 팀원이 딜(deal) 소싱·체결, 투자 집행,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해서다. 김 파트너는 승진 이후 딜 전체를 리드하고 다른 팀원과 협업해 투자 프로세스를 총괄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스톰벤처스는 주로 AI 네이티브 B2B 소프트웨어 분야의 시드에서 시리즈A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회사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서핑’에 비유하곤 한다. 회사를 키워나가는 과정이 서핑이라면 훌륭한 서퍼(창업가)와 큰 파도(시장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단순히 자금만 투입하는 게 아니라 투자한 스타트업이 빠르게 큰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게 스톰벤처스의 목표”라며 “큰 파도가 일어나는 AI 영역에서 기술 변화와 고객 니즈의 재편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때 스타트업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고 했다.

그는 이 중에서도 피지컬 AI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조·로보틱스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는 AI 분야 기업을 특히 주목해서 보고 있다. 국내에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제조 기업이 많고, 역량을 갖춘 인재가 많아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본 것이다.

성장 잠금 해제하는 ‘언락 그로스’로 성장 도와

포트폴리오사의 사업 진단과 사후 관리는 명확한 철학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스톰벤처스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창업 단계 △제품의 시장 적합성을 찾는 단계 △성장을 잠금 해제하는 언락 그로스(Unlock Growth) 단계 △스케일업 단계 △메가 카테고리 리더 단계 등 총 5개로 구분한다. 이 중에서 회사가 특히 집중하는 건 ‘언락 그로스’다.

김 파트너는 “잘 성장하다가 시리즈A 문턱에서 멈추는 기업이 상당하다”며 “B2B 소프트웨어의 핵심은 ‘세일즈’라 대다수 스타트업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세일즈팀을 키우면 잘 될 거라 생각하곤 하는데 그렇게 해도 실제 성과는 미미할 때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성장 단계의 갭을 메워주는 게 바로 언락 그로스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언락 그로스는 스톰벤처스가 자체적으로 만든 개념이다. 고객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접근할지 노하우와 생각을 담은 방법론이다. 고객사 내부의 챔피언, 즉 주요 고객의 담당자가 그 조직 내에서 인정받고 성장하도록 돕는 방법을 찾아내 이를 반복한다. 정리하자면 주요 고객사의 핵심 담당자가 회사에서 그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게끔 돕는 방법이 기본인 전략이다.

예컨대 주요 고객사의 담당자가 그 회사에서 인정받아 스타트업이 제품을 더 잘 구매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다른 고객사에도 이 전략을 적용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10명의 고객에게 맞는 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100·200명 고객이 반복적으로 스타트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잘 쓰도록 하는 세일즈 플레이북을 고도화하며 이를 반복적으로 적용해 성장하는 것이다.

김 파트너는 △AB180 △스펙터(Specter) △카본식스(CarbonSix) 등 AI B2B 소프트웨어 기업들에 투자해 왔다. 그의 포트폴리오 중 언락 그로스 전략을 잘 따라 스케일업 단계로 간 대표 사례로 AB180가 꼽힌다. AB180은 AI 마케팅 테크놀로지 기업이다. 회사는 최근 자사의 광고 성과 측정 및 분석 솔루션 에어브릿지(Airbridge)가 국내 모바일 측정 파트너(MMP·Mobile Measurement Partner) 시장에서 국내 기업 대상 고객사 수 1위를 기록했다고 밝히며 성과를 입증했다.

스톰벤처스는 포트폴리오 외에도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언락 그로스 전략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운영하는 AWS 정글 사스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액셀러레이터나 창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해 1000명이 넘는 창업가에게 방법론과 조언을 전하고 있다.

이 밖에도 스톰벤처스는 EIR(Entrepreneur in Residence) 프로그램을 운영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투자 검토와 포트폴리오 지원을 한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스노우 플레이크 등 미국 빅테크 출신 임원·책임자를 초빙해 3~6개월가량 투자팀의 객원 구성원으로 받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신규 딜 검토 시 본인의 전문 분야를 기반으로 조언을 주거나, 기술검증(PoC), 고객 인터뷰, 네트워크 활용을 통한 시장 검증에 도움을 준다”며 “예를 들어 포트폴리오사가 AI 제품 로드맵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필요하다면 직접 함께 일하면서 로드맵을 짜고 지원한다”고 ㅅ ㅓㄹ명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