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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날벼락”…1기신도시 선도지구 앞두고 ‘패닉된 일산’

박지애 기자I 2024.11.08 05:00:00

그린벨트 해제·1기신도시 정비 등 8·8 주택공급대책으로
2031년, 고양시에만 1만 8400가구 ‘공급 폭탄’
K-컬처밸리개발사업 무산 등 ‘자족기능’ 여전히 부족한 가운데
무분별한 공급 과잉에 주민들 한숨만 깊어져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정부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한 신규택지 중 한 곳으로 고양시를 선정하면서 일산 주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앞두고 안 그래도 ‘베드타운’인 도시에 공급과잉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던 가운데, 신규택지로까지 선정되면서 공급 폭탄으로 주택 가치가 급락할 것이란 분위기가 조성되면서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일대에서 1기 신도시 건축물이 킨텍스 인근에 최근 들어선 건축물(상단부)과 높이 차이가 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7일 부동산 업계 및 정부에 따르면 일산을 포함한 고양시의 경우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택지 선정과 1기신도시 재정비 사업 등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이 맞물려 진행되면서 오는 2031년에는 약 1만 8400여 가구가 추가로 쏟아지게 됐다.

이달 발표 예정인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으로 일산은 기본 6000가구에다 최대 50% 추가 선정이 가능해 총 9000가구가 오는 2027년 착공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추가로 정부가 고양시 대곡역세권 일대 택지의 그린벨트를 풀어 오는 2031년에 총 9400가구를 추가로 공급할 계획을 밝힌 상황이다.

정부의 신규 택지 발표 이후 일산 주민들 사이에선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백마마을에 거주 중인 A씨는 “일산은 현재도 베드타운 역할을 하고 있어 주택 공급이 많다는 의견이 많은데, 1기신도시 재정비 사업으로 가구 수가 더 늘어나면 과연 수요가 있을지를 두고 주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며 “때문에 분담금을 내고 재건축이 진행된다고 해도 미분양이 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고 전했다.

실제 일산은 1기 신도시 중 주택 공급 수요가 가장 적을 것을 예상해 추가 공급된 용적률이 가장 적은 도시였다.

이번 신규 택지 발표로 고양시 일대엔 주택과 더불어 오피스 시설을 갖춘 지식융합 단지도 들어설 예정이지만, 실질적으로 산업단지나 기업이 들어오는 게 아니면 오피스 건물도 공실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고양시 일산구 후곡마을에 거주 중인 B씨는 “지식융합단지라고 하지만 이게 최근 공실이 많은 지식산업센터의 또 다른 말인데 일산은 산업이 없고 거주하는 주민들만 많은 도시라 사실 오피스 시설이 들어오는 것도 주민들은 반기지 않고 있다”며 “괜한 공급 폭탄만 떨어져 일산 전체 집값만 하락하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앞서 일산 주민들은 정부의 지속적인 주택 공급 확대 정책에 반기를 들어왔다. 3기 신도시로 고양시 창릉동이 지정됐을 당시에도 일산 주민들의 국민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청원은 당시 올라온 지 4일 만에 2만 5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전문가들도 일산은 유독 ‘자족기능’이 부족한 만큼 주택 공급을 늘리기 보단 기업을 유치하도록 지원을 하는 등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1기 신도시 중에서도 유독 일산의 맹점인 베드타운의 한계를 극복할 만한 방향으로 재정비 사업이 진행돼야 수요와 공급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을 것”이라며 “앞서 일산은 CJ라이브시티의 K-컬처밸리 복합개발사업이 무산되면서 시름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 공급 정책만 추가로 얹어지면서 문제가 더 커진 만큼 자족 기능을 높이기 위한 고민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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