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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우 서울대 공익산업법센터장(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 국내 규제샌드박스의 가장 큰 문제로 부처별 분절 운영에 따른 칸막이와 책임 회피를 꼽았다.
지난 26일 이데일리와 만난 이 교수는 규제샌드박스 제도의 원형이 된 ‘규제 형평법’ 초안을 직접 마련했던 규제법 전문가다. 2019년 제도화 이후 ‘규제샌드박스의 아버지’로 불리며 법·제도적 기반 마련에 힘써왔다.
현재 규제샌드박스는 6개 부처가 8개 영역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구조가 인공지능(AI), 모빌리티 등 여러 산업이 결합한 융합 서비스가 등장할수록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느 제도에 신청해야 할지 불분명하고, 여러 부처에 동시에 문의하는 과정에서 심사가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복합 기술과 융합 서비스가 기존 산업별 규제 영역을 넘나들면서 특정 영역의 소규모 사업 중심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고, 대규모 혁신 서비스가 나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법으로 범정부 차원의 통합 컨트롤타워를 제시했다. 다만 단순히 신청서를 한 곳에서 받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중앙에서 신청을 받은 뒤 적절한 규제샌드박스에 배분하고, 소관 부처가 불분명하거나 부처 간 이견이 발생하면 이를 직접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접수만 형식적으로 일원화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심사 과정에서 부처 간 이견이 생겼을 때 누가 조정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규제 완화 과정에서 입증 책임을 정부 쪽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구조에서는 기업이 규제 특례를 받기 위해 안전성 등을 입증해야 하는데, 위험하지 않다는 사실을 완벽하게 증명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교수는 기업이 충분히 안전성을 고려했다는 전제에서 정부가 규제를 유지하거나 추가 조건을 붙이려면 구체적인 위험 가능성과 그 필요성을 설명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샌드박스가 실제 규제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문제도 지적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임시허가는 원칙적으로 법령 정비 ‘의무’가 있지만, 규제 특례는 법령 정비를 ‘요청’할 수 있는 수준이다. 결국 실증특례를 받아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관련 법령이 그대로라면 기업은 규제 리스크를 계속 떠안게 된다. 이는 투자 유치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구조가 신규 기업의 진입을 막고, 기존에 샌드박스를 통과했던 유사 사업이 반복해서 샌드박스를 신청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고 봤다.
그는 “법령이 정비되면 규제샌드박스를 거칠 필요가 없는데, 법이 바뀌지 않으니 새로운 업체가 같은 사업을 하려 해도 다시 샌드박스를 신청해야 한다”고 했다.
또 한 부처에서 규제특례를 받아도 다른 소관 부처의 규제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ICT 기술을 이용한 의료기기 사업이 정보통신융합법상 규제특례로 지정되더라도 기존 의료기기법이나 의료법에 따른 보건복지부의 규제정책에 변화가 없다면 사업 지속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규제샌드박스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규제 시스템 자체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포지티브 체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허용된 것을 제외하면 할 수 없는 구조”라며 “전체 시스템이 네거티브 방식으로 가야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규제를 풀 수 있도록 제도적 인센티브도 필요하다고 했다. 규제를 완화했다가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규제를 개선한 공무원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등 실질적인 면책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제도는 못 움직이게 하고 말로만 규제 혁신을 하라고 하면 실제로는 바뀌지 않는다”며 “법을 통해 사람들이 규제 완화 쪽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인센티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