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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병 소주 넘어 K술로”…CJ가 美서 프리미엄 증류주 도전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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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09.25 07: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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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양조장 원주 선별해 CJ가 숙성·브랜딩
첫 타깃은 뉴욕 파인다이닝…한식과 페어링
“첫해 대규모 매출보다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
궁극적 목표는 美 전체 프리미엄 증류주 시장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미국 소비자들은 한국 술이라고 하면 아직 ‘초록병 소주’에 더 익숙합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식 레스토랑 ‘구이 스테이크하우스’. 현지 외식업계 관계자가 한국 술의 미국시장 현주소를 이렇게 진단했다. 사케는 미국 소비자에게 익숙하지만 한국의 프리미엄 증류주는 아직 설명이 있어야 구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칵테일로 먼저 익숙하게 만든 뒤 술에 대해 설명하면 소비자들이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K-Spirits x jari Partners Day' 행사 현장에서 참석자들이 전통주 'jari'를 시음하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K-Spirits x jari Partners Day' 행사 현장에서 참석자들이 전통주 'jari'를 시음하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097950)이 ‘초록병 소주’를 넘어 한국 술의 새로운 시장을 미국에서 개척하기 위해 나섰다. 지역 양조장이 만든 원주(숙성·가공 전의 기본 술)에 CJ의 숙성 기술과 브랜딩·마케팅, 글로벌 네트워크를 결합해 한국 증류주를 위스키나 사케처럼 하나의 프리미엄 주류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대량판매보다 파인다이닝부터…“프리미엄 이미지 먼저”

CJ제일제당은 이날 뉴욕에서 ‘K-스피릿(한국 증류주) x jari(자리): 파트너스 데이’ 행사를 열고 현지 레스토랑·주류업계 관계자들에게 한국 증류주 브랜드 ‘자리’를 소개했다. 그레고리 옙 CJ제일제당 식품사업 부문 대표는 “자리를 출시하기에 뉴욕보다 더 좋은 도시가 어디 있겠느냐”며 “자리는 고유성을 지니면서도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브랜드”라고 말했다.

자리의 사업모델은 CJ가 직접 술을 증류하는 방식과 다르다. 지역 양조장에서 원주를 공급받아 품질과 특성을 선별한 뒤 CJ가 숙성하고 브랜딩과 마케팅, 글로벌 유통을 담당한다. CJ 측은 이를 위스키업계의 ‘독립병입’과 유사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CJ는 특히 각 양조장의 원료와 제조방식은 그대로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원주의 향과 맛, 품질을 평가해 선별한 뒤 자체 숙성을 통해 부드러움과 바디감 등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장나윤 CJ제일제당 경영리더는 “각 양조장이 가진 기술과 CJ의 숙성 방식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것”이라며 숙성 관련 데이터와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진출 전략도 일반적인 소비재와 다르다. 처음부터 대형 유통망을 통해 판매량을 늘리는 대신 뉴욕의 한식 파인다이닝과 레스토랑을 먼저 공략한다.

장 리더는 “첫해부터 굉장히 대형화된 매출을 기대하고 있지는 않다”며 “한식 다이닝과 어울리는 페어링 술이라는 이미지와 스토리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한 뒤 한식에서 아시아 음식으로, 다시 미국 전체 프리미엄 증류주 시장으로 넓혀간다는 전략이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K-Spirits x jari Partners Day' 행사에서 그레고리 옙 CJ제일제당 라이프스타일식품사업부문 대표가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K-Spirits x jari Partners Day' 행사에서 그레고리 옙 CJ제일제당 라이프스타일식품사업부문 대표가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작은 양조장과 글로벌 시장 잇는다

CJ가 주목한 것은 한국 전통주의 품질과 해외시장 진출 역량 사이의 간극이다.

CJ가 국내 양조장 51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75.5%는 한국 전통주가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98%는 해외시장 진출이 필요하다고 봤고, 아직 수출하지 않는 양조장의 80%도 해외 진출에 관심을 나타냈다. 반면 홍보·마케팅과 글로벌 유통망 확보는 주요 어려움으로 꼽혔다.

CJ는 지역 양조장이 술을 만들고 대기업이 글로벌시장과 연결하는 협업 모델로 이 간극을 메운다는 구상이다. 현재 자리 프로젝트에는 문배주양조원과 다농바이오, 예산사과와인, 회곡양조장 등 4곳이 참여했다. 우선 문배주양조원과 다농바이오의 원주를 활용한 제품을 출시했으며 향후 과일과 다른 곡물을 활용한 원주로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CJ 측은 전통주 사업 진출 배경으로 국내 주류산업의 선진화와 소비문화 활성화, 글로벌시장 창출을 꼽았다. 장 리더는 “주류 사업 자체를 대형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기보다 식문화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경험에 더 가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K푸드가 세계 소비자에게 익숙해진 지금이 음식뿐 아니라 술까지 포함한 한국 식문화를 알릴 적기라는 판단이다.

CJ는 오는 10월 뉴욕의 파트너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양조장을 둘러보는 팸투어를 진행하고, 11월에는 뉴욕의 파트너 레스토랑을 통해 소비자에게 자리를 소개할 예정이다. 음식 페어링과 10종의 시그니처 칵테일 레시피도 개발했다.

한국 술의 미국시장 도전은 이제 ‘소주를 얼마나 많이 파느냐’를 넘어 어떤 이미지로 자리 잡느냐의 싸움으로 옮겨가고 있다. 사케가 일본 음식과 함께 세계시장에 자리 잡았듯, 한식의 세계화가 한국 증류주의 프리미엄 시장 진출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다음 시험대다.

자리(jari) 제품 3종(자리 문배술 24, 자리 문배술 41, 자리 가무치 24) (사진=CJ제일제당)
자리(jari) 제품 3종(자리 문배술 24, 자리 문배술 41, 자리 가무치 24) (사진=CJ제일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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