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상담 요청했더니…`[국제발신] 스팸 지옥` 펼쳐졌다

박원주 기자I 2025.09.21 16:00:05

불법 사채업자들, 개인정보 모아 공유·판매
정부 대책 내놨지만 사각지대 여전
지자체는 '권한·전문성 부족' 호소

[이데일리 박원주 수습기자] 대출 중개 사이트에서 여전히 불법적인 개인정보 유출이 판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엄정 기조에 따라 금융당국은 대출 중개 사이트 감시를 강화했지만 사각지대에서 대출 상담을 받는 시민들의 정보가 무분별하게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부 사이트만 관리할 것이 아니라 온라인 대부 사이트 전반에 대한 상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가 대출중개사이트에 문의한 뒤 받은 각종 스팸문자 내역(사진=박원주 수습기자)
대출 문의 한번 했더니 ‘소액 ㄷH출’ 문자 쇄도

21일 이데일리와 만난 이모(51)씨는 지난 7월 1일부터 알 수 없는 대부업체로부터 끊이지 않는 연락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노모의 병원비가 필요해 유튜브 광고에 나온 대출 중개 사이트에 대출을 문의한 이씨는 ‘대출이 얼마나 나오는지 확인해야 한다’ 사금융업자의 말에 주민등록등본과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건넸다. 그는 원하는 만큼 돈을 빌릴 수 없어 대출을 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씨는 그날 하루 동안만 ‘[국제발신]’으로 전송된 문자와 대출 광고전화 20여건을 받는 등 스팸에 시달린 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실제 기자가 대출 중개 사이트에 대출을 문의해봤더니 이씨의 설명대로 스팸 문자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대부분 개인정보를 등록한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의 연락이었다. 대출 중개 사이트에 등록된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판매되고 있는 것을 방증하는 정황이다.

개인정보를 공유하고 판매한 대부업자가 실형을 받는 사건도 있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7월 불법 대부업자 조모(36)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공범 2명과 함께 2023년 8월부터 그해 10월 5일까지 정부 지원을 받는 서민금융상품으로 착각할 수 있는 불법 대출 광고를 자체 홈페이지에 게시해 대출희망자를 모집했고 이들에게 개인정보를 받아 타인에게 판매했다. 이렇게 개인정보가 유출된 피해자는 524명, 조씨의 단독 범행으로 생긴 피해자는 1812명에 달했다

이에 대해 불법사채업자로 일했던 박모(44)씨는 “불법 사채업자들은 대출중개사이트에 인증된 대부업체 번호를 올려두고, 상담 요청이 들어오면 중개사이트에 등록되지 않은 타인 명의의 선불폰으로 연락한다”며 “이렇게 확인된 연락처 등 개인정보는 ‘사고자(채무불이행자를 뜻하는 은어)’를 체크한다는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공유된다”고 설명했다.

정부 대책 강화했지만…여전한 ‘사각지대’

정부는 이처럼 시민들이 불법 대부업자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7월 22일부터 개정 대부업법을 통해 대출 중개 사이트 영위업의 등록 의무를 지자체에서 금융위원회로 격상시키는 강제조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사각지대가 있다. 대부업법에서 ‘대부중개사이트 영위업’의 정의는 대부중개를 목적으로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게시판’을 설치·운영한 자로 한정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중개사이트에 게시판을 두지 않고 별도 사이트를 운영하는 상당수 대부업자는 지자체가 관리하는 ‘대부중개업’으로 분류돼 있고 지자체의 관리를 받는다.

문제는 전문성과 권한 부족 때문에 대다수 지자체가 대부중개업자 관리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대부업이나 대부중개업 같은 경우엔 업무의 연속성이 없으면 대처하기 어려운 부분이 상당히 많다”며 “업무를 장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도 “대부중개사이트에 대한 관리 주체가 격상됐지만 여전히 지자체가 담당해야 하는 대부중개업들이 많다”며 “이에 비해 우리에게 주어진 권한 자체가 적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전문적으로 이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아니어서 특별사법경찰과 같은 권한이 주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현근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회장은 “대부업에서 한 번이라도 대출 상담을 해본 사람들의 개인정보가 데이터베이스로 쌓이고 이게 무분별하게 거래되면서 어디서부터 유출됐는지, 재가공됐는지 알기 어렵다”며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졌을 때 점검을 나가서 조사하는 게 아니라 금융당국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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